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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핑을공장에서 Jul 16. 2019

ABOUT : 봉제 공장 이야기

SHOGONG MAGAZINE


쇼공과 함께하는 [위투] 공장 내부 모습


왜 봉제 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대학 시절, 창업동아리로 활동하며 봉제 공장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수 십 년 이상을 봉제업에 종사한 봉제 공장 사장님들이 사양 산업으로 치부받는 봉제 산업에서 활로를 찾고자 만든 봉제 협동조합과 함께 자체 브랜드의 설립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활동이었다. 활동 과정에서 내가 본 봉제 공장 사장님들은 하나같이 열정적이었고 자신이 만든 제품에 강한 자부심을 지닌 그야말로 장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당시 사장님들과 함께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했던 과정은 스스로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소중한 경험 중 하나로 기억된다. 현재 쇼공은 ‘쇼핑을 공장에서’라는 모토로 중간 과정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믿을 수 있는 공장 제품들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리고 이런 목표를 지닌 쇼공과 함께하는 다양한 공장들 사이에는 몇 개의 봉제 공장 또한 존재한다.


국내 봉제산업의 역사


앞으로 공장에 대한 검증 과정과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기 전, 국내 봉제 산업에 대한 간략한 역사와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국내 봉제 산업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겠다. 봉제 산업은 1950년대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원자재를 바탕으로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대체하며 점진적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60~80년대에는 생산 설비의 확충 및 기술의 발전으로 내수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수출을 주도하며 큰 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이후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에 그 시장을 잠식당하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최근엔 새롭게 등장한 SPA 브랜드의 범람까지 더해져 7080 산업화를 이끈 제조업 분야의 대표 산업군인 봉제 산업은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현재의 국내 봉제 공장의 상황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먼저 국내의 봉제 공장들은 대부분 영세 업체로 그중에서도 가족 생계형의 소규모 공장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봉제 공장들은 봉제 임가공 수준에서 하청 생산에 주로 의존하여 봉제 공장의 80% 이상은 브랜드, 동대문 시장과 같은 유통업자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옷을 주문받아 단순히 제조 납품(OEM)한다고 한다. 따라서 원청 기업의 오더가 없으면 경영이 마비될 정도로 어려운 곳들이 많다. 특히, 봉제 공장의 비수기로 꼽히는 혹서와 혹한기에는 월평균 공장 가동 일수가 10.1일에 그칠 정도이다. 여기에 봉제업에 전망이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져 봉제업계에 젊은 신규 인력의 유입은 사실상 단절되었으며, 과거 봉제 산업의 성장을 일군 봉제 장인들의 고령화로 인해 어쩌면 몇 년 후에는 더 이상 국내에서 봉제 공장을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쇼공과 함께하는 <미노패션> 내부


봉제 공장 직거래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상황이지만, 봉제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20~30년의 오랜 경력자라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내 봉제 산업에는 그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은 수많은 봉제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의류 선진국에서는 이들을 ‘소잉 마스터’라 부르며 장인으로서 대우하는데 반해 국내의 봉제 장인들은 조명의 바깥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가 소비해온 유명 브랜드 제품 대부분을 만든 사람들은 봉제 장인들이다.


의류 브랜드가 택갈이로 논란에 휩싸인 이야기를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것이다. 택갈이란 동일한 옷의 브랜드 라벨과 가격을 달리 하는 것이다. 브랜드들은 자사 제품의 재고, 타 브랜드의 제품을 택갈이 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장에서 만들어진 공장 제조 상품에 단순히 택만 달아 브랜드 제품인 양 판매하는 유형의 택갈이도 상당수 존재한다. 해당 유형의 택갈이로 제품의 가격은 적게는 1~2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브랜드들의 이러한 택갈이 행태와 브랜드 거품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국내 봉제 공장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제품을 만들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 의류 선진국들 사이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높은 선호도와 신뢰도를 가진다고 한다. 이처럼 인정받는 양질의 제품을 소비자와 다이렉트로 연결한다면 어떤 상황이 만들어질까? 우리는 쇼공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기존의 B2B 하청 생산에만 의존하던 공장이 소비자에게 다이렉트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B2C 시장을 형성한다. 하청 생산에 주로 의존하던 봉제 공장의 입장에서는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한다는 새로운 판매 루트를 얻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최소화된 중간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앞으로도 좋은 역량을 갖춘 보다 많은 봉제 공장들을 여러분에게 소개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보다 더 공장에 집중할 것이고 더 철저하게 검증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지닌 열정과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매거진을 통해 소개할 것이다. 지금껏 브랜드의 그늘에 가려져 조명밖에서 일해온 봉제 장인들을 조명 안으로 끌어오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런 작은 행동이 봉제 생태계의 숨통을 틔우는 하나의 방향이 되기를 바라본다. 

쇼공과 함께하는 공장 <베스퍼> 내부



Writer : 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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