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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Nov 15. 2023

감정의 계량스푼

나에게 11월은 '감정' 이 화두인가보다.  나를 둘러싼 모든 이슈가 감정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아침에는 우울하지 않습니다] [오티움] 을 도서관에서 빌려 아침마다 번갈아 읽는다. 어쩐지 그날은 도서관에서 나를 읽어줘 하는 책이 이 두권이었다.


나를 따라오는 우울한 기분의 실체를 알고 싶은 마음에 애매한 용어가 나오면 되도록 검색을 해보고 작가가 설명하는 삼각형의 해결방법을 따라 그려보기도 하였다.  우울증은 전혀 아닌데 우울한 기분이 시도때도 없이 올라오는 것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특별한 일이 아닐 것이다.  

나, 우울증 환자는 아니다. 많은, 특히나 한국인에게 이런 증상이 많다고 하지. 

바람없는 날의 바닷물은 비교적 수평을 이룬거 같지만 확대에서 보면 공기의  흐름에 따라 잔물결이 인다. 나의 일상도 비교적 일정한 수준의 감정을 유지하고 같은 루틴을 따라 가고 크게 전환해야하거나 문제가 터져 해결이 시급한 사안은 없어 보인다.  안정기의 일상이라 그런가, 우리 가족단위의 생존의 문제보다. 근원적이고 거시적인 사안에 내 하루가, 나의 감정이 몹시 흔들릴때가 많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일주일에 한번 나갈때마다 자책감과 수치심이 올라오고, 이렇게 귀찮은데 몇끼 그냥 건너뛰어도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가도 맛있는 음식앞에 무너지는 내가 혐오스럽기도 하다. 그 혐오는 전쟁이 터져 피범벅이 되는 아이들을 뉴스로 보며 식사를 하는 내 모습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즐겁게 놀고 먹고 쉬고 하다가 이래도 되나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들때도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은데 적어도 내 감정하나 내 의지대로 조절할 줄은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 이중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감정이 특별한 이유없이 자주 올라오는 내가 어쩌면 비정상인가 라는 고민에 이르렀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데 다른 공간의 이슈에 왜 내가 침잠하는지. 


몸을 자꾸 움직여보고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을 책읽기로 대신해본다. 건망증이 심해지면서 일종의 메모 강박이 생기기도  한지라 여기저기 나의 흔적이 우리집에 쌓여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남편의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내 강박의 흔적만 보이는 집에서 건강해져야 한다는 당위를 하나 더 올려보았다. 몸의 건강 그리고 마음이 건강까지. [오티움]의 문요한 박사가 말한 여가에 관한 것을 읽으며 메모해본다. 나 어쩌면 이걸 진짜 다하고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모양이지. 또 한쪽의 마음은... 그나마 이렇게 읽고 쓰고 하니 이 정도 인간으로 사는것 안그러면 어쩔뻔! 

[오티움]은 라틴어로 여가, 은퇴후 시간, 배움 등을 의미한다. 살아갈 힘을 주는 활동에 대하여 정돈되고 신뢰 있는 언어로 내 곁에서 얘기하는 것 같이 쏙 들어왔다. 날마다 좋은 경험이라는 오티움을 나는 일부러 열심히 찾아다니는 편이다. 책읽는 시간을 별도로 만들어 최대한 맛있는 커피와 함께 시간을 누리고,몸을 마구 움직여 간간히 용돈벌이도 하고 부러 다른 동네 책방에 찾아가 프로그램을 듣거나 수업을 듣는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불쑥 찾아오는 우울한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댓가나 보상을 바라고 있는 내 마음의 다른 발현이 아닐까 . 자꾸 무언가를 바라고 있고 욕심을 낸다는 증거인데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거시적인 문제는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우리집의 문제는 어느정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이슈에 너무 몰두한 탓일까. 친구는 뉴스를 보지 말라고도 하며 또다른 사람은 가족과 함께 자연에 가보라고 한다. 그건 나에게 외면 같은 것인데. 나는 세상을 외면하고 잘살 수 없는 사람이다. 오늘의 글은 나오는대로 하얀종이위에 배설한 느낌이다. 현재 나는 이렇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조용히 인기중이라고 하니 이런마음 저런마음을 들여다보러 가봐야겠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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