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희 시집<스미기에 좋지>
다사다난했던 겨울을 통과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성실함도 없고 돈은 번듯하게 벌지도 못한다. 그저 읽고 끄적이기 정도가 내가 '그나마 잘하고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널부러져 있는 글조각 을 모아 부지런히 남기길 2024년에는 그렇게 계획했다. 밴드에 매일글쓰기 하는 것+ 사이다 작가님 작업실에서 끄적이기 하는 것+수첩에 날림으로 메모한 것들+ 한달에 총3-4회의 책모임에서 나왔던 논제들을 끌어모아 여기 모아놓기로 하였다.
하마터면 어제의 시모임에 못 갈뻔했다. 첫번째 월간리더라 안갈수 없는 상황이었고 꾸역꾸역 집을 나서니 또 이렇게 행복할 수가. 인생은 단짠단짠의 연속이다. 여길 안갔다면 그저께의 우울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년동안 기다려왔던 필리핀 가족여행을 마치고 동네로 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나도 남편도 잠을 못잔 상태로 운전을 했기에 순식간에 잠이 든 것이다. 다치지는 않았고 남편의 25년 무사고의 명예(?)를 깨고 우리차가 망가졌다. 그래도 다행이야라며 맘을 추스렸는데 이날은 아빠를 치매병원에 입원시켜 드려야 하는 약속된 날이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시흥으로 갔고 아빠와 입원 절차를 밟으며 헤어졌는데 그렇게 미워하던 아빠를 그곳에 두고 오기가 너무 힘들었다. 병원 상태도 불량하고 전병원보다 가혹한 상황에 힘없이 네네 동의를 했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치매가 심해졌고 엄마도 힘들어하셔서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누가 나를 붙잡고 지혜로운 말을 해주었으면 ...현명한 판단과 선택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었으면 정말 좋겠다며 소리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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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시모임_2월의 시 김복희 <스미기에 좋지> 발제문
시인에 대하여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등단
2018.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 시집
2020. 희망은 사랑을 한다 : 시집
2021~2022. 어린이의 마음으로 / 노래하는 복희 / 나의 생활건강 : 산문
2022.12 스미기에 좋지: 시집/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 :산문
2024년 1월 현대문학상 수상
수상평 중 ‘ 대상과 무관하게 낯선 의미를 빚어내는 발명의 시 ’
김복희 작가를 바라보는 시선: 낯설게 보기의 달인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애정
사랑+ 인간+ 새+나 의 조합으로 시를 만든다.
김복희 자신의 이야기: ‘시‘ 예찬자다. 이 좋은걸 왜 안하냐고 부르짖는 사람.
시를 읽고 쓰면 꼼꼼하고 섬세해질 수 있다. 나는 퇴고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돈이 되지 않는 이것을 한다는 자체가 기묘하지 않나요?” ->시인의 말
시인의 문턱을 낮추기 위하여... 유튜버 자청 [복희도감] 운영 중 -> 꽤 명랑한 편
<시집출간 보도 자료>
사랑을 말하는 가장 새로운 목소리를 지닌 시인
김복희의 시는 (귀)신, 동식물, 기계 등 다종다형의 존재들과 기묘한 방식으로 관계 맺으며 경계의 몸을 감각해내었다. 이번 시집도 연잇지만, 그중 (귀)신들과의 스밈이 돋보인다. 인간을 좋아하여 먹고 자고 걷는 시늉 하며 인간을 흉내 내는 귀신. 김복희 시의 화자는 그 존재의 기척을 잘 눈치채며 골똘하고도 무심히 들여다보는 듯한데, 귀신이 스미고 싶은 곳은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귀신이라니. 또한 「거울」은 대놓고 인간을 바라보는 거울의 시각에서 쓰인 시다.
<월간 리더의 소감>
경계를 넘나드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것 같다. 엄마의 이야기로 만났지만 귀신과 사람, 죽은것과 산 것을 넘나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시를 쓴다는 것이 무척 신선했다
일상과 생활, 그리고 가족과 보이는 존재들에 대한 글만 읽다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고 정의하고 그 과정을 통해 다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더욱 선명하게 하는 시인의 시선을 아주 조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자주 만나는 수밖에 없다. ‘귀신을 한다’라는 표현이 흥미로웠다. 사람의 마음에 귀신이 들어가있는 것을 ‘귀신씌웠다’라고 말하지만 ‘스민다’ 라는 표현을 쓰니 귀신이 어쩐지 순정해보인다./생각난 노래가 있습니다. 안예은 가수의 [창귀]
<스미기에 좋지> 전체적인 느낌 공유하기
<스미기에 좋지> 중 특별히 마음에 들어온 시가 있을까요?돌아가며 낭독하기
/ <거울><스미기에 좋지><밤의 기계><종이뼈><귀신같이 알기><날바라보는 웅덩이>
최근 문학 상 받은 대표시 같이 읽기
+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쌀 씻는 소리
오이를 깎는 소리
수박을 베어 무는 소리
미닫이문이 드륵드륵 닫히는 소리
딱 하나면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까
앞으로 내가 듣지 못할 것
남도 듣지 말았으면 하는 것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조용히 우는 소리
틀어 놓은 텔레비전 위로
막막한 허공의 소리
손톱으로 마른 살갖을 긁는 소리
죽은 매미를 발로 밟는 소리
이것 중에 무엇이 좋을까
잠시 고민했다
이런 거 맞나요?
나는 물었고
대답은 없었다
누가 벌써 대답을 가져간 것일까
다 두고 갈 수는 없나요?
아주 조용했다
누가 벌써 가져간 게 확실했다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지지 않을 때의 기쁨
잠든 사람이 따라하는
죽은 사람의 숨소리
죽은 다음에도 두피를 밀고 나오는 머리카락 소리
벌려 놓은 가슴을 실로 여미는 소리
세상에서 소리를 하나....데리고 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
-시인의 수상소감-
저는 시가 당장의 소용이 있다거나 티끌 없는 위로가 된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소용과 위로를 원하는 사람에게 어떤 시가 가닿을 때가 있습니다. 그게 시의 기이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물론이고 누구도 준비한 적 없는 선물을 받았다는 독자들을 만나면 놀랍고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듭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김소월과 박목월의 시가 제 목을 축여주었던 것도 떠오르고요.
좋은 상을 받았으니 저 역시 누군가에게 김복희의 시가 작은 해골바가지라도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목마른 사람 앞에서 알짱거리는 해골바가지……입니다. 깨끗하게 씻은 해골바가지로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기 전에 잠시 입술을 적시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알았던 사람들의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면서 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마셨던 모든 물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시에 잘 이용되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이어보겠습니다.
+ 스미기에 좋지를 고른 이유; 엄마의 꿈과 귀신본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이 시를 발견했는데 시 한편으로
엄마가 한번에 이해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김복희 시인의 다른 산문들을 찾아보았고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경계에 대해 쉬운 단어로 발명하듯 시를 지어낸 작가의 시집을 집중해서 읽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