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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Apr 22. 2023

추억의 90년대 공포만화 <나홀로 별장에> 득템

나홀로 폐가에, 나홀로 병원에 등도 있었죠

#나홀로 시리즈     


아마도 나와 나이가 비슷한 80년대생 중에는 공포만화 <나홀로 (장소)에> 시리즈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어린 시절 이 만화는 꽤 유명하고 인기가 좋은, 동네 대여점의 인기 품목이었다.

     

90년대 아동용 공포만화 <나홀로 시리즈>


나 역시 이 만화를 좋아해서 언제나 시리즈의 새로운 편을 찾아다녔지만, 어린이책치고 권수가 많고 다 구하기 어려워서 모두 읽지는 못했었다. 그러다 동네 대여점이 하나둘씩 폐업하고 나 자신도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존재를 잊어버리게 되었다.    


 

#득템의 순간     


 그리고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재작년의 어느 날. 남편과 아이와 함께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에 들렀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골목 모퉁이의 한 서점 책장에 가득히 꽂힌 책 중에서 <나홀로 별장에>라는 제목이 눈에 띈 것이다.     


이 많은 책 중에서 그것을 딱 골라내다니, 스스로도 놀라웠다. 역시 난 매의 눈이 분명하다며 자화자찬하며 사장님께 책값을 물어보니, 단돈 삼천 원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삼천 원을 내고 책을 샀다. 그때만 해도 내가 얼마나 큰 득템을 한 것인지 몰랐다.    

 

집에 와서 시리즈의 다른 편들도 구하고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매물이 거의 없었다. 그 흔한 중고나라와 중고서점 어디에도 나홀로 시리즈를 팔지 않았다.   

   

한참을 검색하다가 간신히 어느 중고서점 홈페이지에 재고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판매가가 무려 권당 삼만 원이었다. 삼만 원! 나는 그러면 보수동 헌책방에서 무려 10배나 싼 가격으로 <나홀로 별장에>를 구한 것이었다. 나이스!     


#살펴보기


<나홀로 별장에>는 내가 기억하던 그 시절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앞표지와 책날개의 저자 소개도 그렇지만 특히 뒷표지의 그림과 문구를 보는 순간,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만큼 옛날 추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마치 유능한 의사 선생님이 내 머릿속에서 이 책에 대한 기억만을 핀셋으로 건져올린 것 같았다.     


나홀로 시리즈의 뒷표지는 모두 동일했다. 피를 형상화한 잉크와 90년대 스타일의 문구가 추억에 젖게 한다.


가장 마지막 장에 실린 ‘나홀로 씨리즈의 소개’는 다른 권도 가지고 싶다는 나의 욕망을 부채질했다. <나홀로 병원에>, <나홀로 폐가에>, <나홀로 학교에> 등, 모두 옛날에 너무 재미있게 봤던 책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나홀로 잉카에>와 같은 대단히 특이한 장소도 있었고, <나홀로 외계인과>처럼 장소가 아닌 대상을 주제로 한 편도 있었다.


나홀로 씨리즈의 다른 편들. 하나하나 다 재미있었다.


본문은 글 반, 그림 반으로 책을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최대한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림은 지나치게 무섭거나 끔찍하진 않지만 적당히 괴기스럽고, 이런 류의 오락만화치고는 의외로 소설 부분이 읽을 만하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커서 읽어보니 장소의 을씨년스러움이나 인물들의 심리가 꽤 충실하게 묘사되어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장석준 작가님


그러고 보니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 장석준이라는 작가님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실까? 인터넷에 검색해보아도 별다른 정보가 없다. 그래도 유명한 어린이책의 저자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무런 소식이 없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혹시 지금도 어린이용 책이나 만화를 그리고 계신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 갔을 때 이런 공포만화 류의 책을 읽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많이 봤다. 그중 한 책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계신 건 아닐까.     


그렇다면 SNS나 인터넷으로 근황을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나홀로 시리즈를 기억하는 나 같은 30대들이 많으니 꽤 화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이나 원고를 아직 보관 중이라면 어느 출판사에서든지 다시 판매해주면 좋겠다. 아무리 그래도 중고책 3만원은 좀 너무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런 바람이 이루어지기는 힘들 테니, 아무래도 나는 보수동 헌책방을 다시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저번의 그 서점에서든, 아니면 다른 곳에서든 또 다른 나홀로 시리즈를 발견할 줄 누가 알겠는가. 다음번 득템을 위해 또다시 매의 눈으로 옛날 책이 가득한 서가를 훑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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