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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May 04. 2020

영화 <마이 스파이> 후기

**본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마이 스파이> 메인 포스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구성된 재미있는 영화였다. 진부하게 느낄 수 있는 코믹 스파이 영화에서 약간의 변주를 준 설정과 두 주인공의 케미, 그리고 어디서도 보기 힘든 개그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영화를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 또한 스파이 영화에 걸맞은 액션 장면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다양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영화 <마이 스파이>는 전직 군인이었던 CIA 요원 'JJ'가 융통성 없이 힘으로만 밀어붙이면서 임무에 실패하고, 강등되다시피 맡은 감시 임무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감시 대상은 메인 포스터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아이 '소피'와 아이의 엄마 '케이트'였다.

여기서 처음 놀랐는데, 포스터를 보면 당연히 두 주인공이 처음에는 비교적 사이가 좋지 않다가 후반부에 진정한 동료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작이 감시자와 감시 대상자일 줄은 생각지 못해 색다른 설정에 흥미를 갖고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마이 스파이>에서는 다른 코믹 스파이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설정과 재미요소가 가득한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일반적인 코믹 스파이 영화의 클리셰를 일부러 언급하고 비꼬며 오히려 그 부분에서 재미를 주었다는 점이다. 이제껏 봐 왔던 스파이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 관객들이 보고 느꼈을 법한 생각들을 등장인물들이 대사로 꼬집으니 영화를 보며 다른 영화와 비교하며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폭발을 피해 빠르게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소피의 부탁으로 JJ와 소피가 폼을 잡으며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에서 케이트가 대체 뭘 하는 거냐고 어이없어한다. 우리 모두가 액션 영화의 폭발 장면에서 한 번쯤은 느꼈을 감상을 영화 등장인물이 집어준 것이다.


영화 <마이 스파이> 스틸 이미지



그리고 소피의 옆집에 게이 커플이 사는 설정은 사실 이 영화의 다른 설정들과는 달리 너무 흔해서 이질감을 느꼈었다. JJ가 현장 투입에서 강등되고 감시 역할을 맡았을 때 그 대상자가 다름 아닌 소피라는 부분이 꽤나 신선하고 색다르다는 감상이 들었던 것에 비해, 게이 커플은 이제는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지겨울 정도의 설정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두 사람은 살인 청부업자이고, 심지어 의뢰를 진행하다 진짜 눈 맞아서 커플이 된 관계라는 내용이라 반전을 느낄 수 있었다. 막판에 두 사람의 정체를 직접 밝히는 장면은 갑작스럽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JJ의 패션을 바꿔주는 장면에서 약간의 복선을 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JJ가 알려주는 스파이의 기술은 유튜브에서도 다 배울 수 있다거나 적을 추격하는데 지도 어플을 이용하는 장면들도 평범한 요원 액션물의 틀을 깨는 부분이라 느꼈다.


영화 <마이 스파이> 스틸 이미지 (케이트와 소피 사이 게이 커플)



<마이 스파이>의 또 하나 킬링 포인트는 바로 JJ의 후배 '바비'이다. 바비는 JJ를 동경하던 내근직 요원으로 현장에 나가는 것은 이번 감시 임무가 처음이다.

처음에는 바비라는 캐릭터가 조금 많이 짜증 났다. 말은 많은데 할 줄 아는 것은 없어 보이고, 처음 나가는 현장에서 동경하는 선배와 함께 임무를 진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꿈에 부풀어 어쩔 줄 모르는 모습만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JJ가 자신을 가르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모습이 별로라고 느껴졌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소피에게 감시 사실을 들키고 이리저리 손 위에서 놀아나는 JJ에게 따끔하게 충고를 하고 꾸짖으며, 하는 말은 모두 맞는 말뿐인 바비를 보면서 내가 오해했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함께 임무를 나갔음에도 바비와 함께 행동하지 않고 무시했던 JJ가 문제였던 거다. 오히려 JJ에게 임무에 대한 걸 배우고 싶어 하는 바비의 마음을 알아보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던 소피가 나았다.

바비는 자신은 상대해 주지 않는 것에 속상해하면서도 결국 JJ를 위해 나서고 마지막까지 그의 편이 되어준다. 감시 임무의 정확한 방향을 계속 상기시키며 소피와는 다른 방법으로 JJ가 스파이 임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마이 스파이> 스틸 이미지 (바비와 JJ)



이 영화는 액션이나 반전 스토리보다는 사람의 감정선에 중점을 둔 영화였다. 전쟁에 투입되는 군인의 임무와는 달리 스파이는 섬세하게 감정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따듯한 마음씨를 지녔지만 거친 행동으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던 JJ가 소피를 만나면서 내면에 가지고 있던 상냥하고 친절한 모습을 내보일 수 있게 된다. 소피는 JJ의 허술함을 이용하여 그를 원하는 대로 부렸지만 사실 처음부터 까칠하게 구는 JJ의 모습에서 그의 속마음을 이미 들여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마이 스파이> 스틸 이미지 (소피와 JJ)


<마이 스파이>는 '어른스러운 아이'와 '어른스럽지 않은 어른'의 이야기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또 하나 이 영화에서는 '어른스럽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소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익숙한 곳을 떠나면서 어른스러운 아이가 된다. 9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똑 부러지고 원하는 것을 영리하게 얻어낼 줄 안다. 상황이 아이를 만들었을 수도 있겠으나, 소피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똑똑하게 나아갈 수 있는 아이였던 것이다.

반대로, 아이의 도발에도 쉽게 넘어가며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JJ는 언뜻 어른스럽지 못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반려 어를 소중하게 키우며 어린아이를 내버려 두지 못할 정도로 마음 따듯하고, 소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꼭 정해진 이미지의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성격에 맞게, 스스로가 믿는 대로 그것을 지키려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케이트가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줄 모르겠다고 하듯, 모든 '어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말하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잘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인지 모를 때가 더 많다. 이 영화는 그런 우리들에게 모두가 다 그렇게 느끼고 있으며 그것 역시 어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데이브 바티스타'의 코믹 연기를 볼 수 있고 '클로에 콜맨'의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마이 스파이>는 누구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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