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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Jun 09. 2021

당신의 ‘한 번쯤’은 무엇인가요?

손카피의 콘텐츠 속 평생교육 1화



그동안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던 ‘황혼의 꿈’을 소재로 큰 화제가 된 드라마 <나빌레라>. 현실의 벽에 부딪힌 채록(송강) 앞에 어느 날 불쑥 나타난 덕출(박인환)은 다시 세상과 당당히 마주할 용기를 불어넣는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덕출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한쪽을 뜨겁게 만들었다. 그가 그토록 무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한 번쯤 무대에 오르고 싶어서’였다. 이 소박하고도 단순한 한 마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한 번쯤’을 깨워주었을까. ‘꿈’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2021년의 봄이었다.


출처 : tvN


재작년 이맘때 석 달간 글쓰기 클래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 첫 모임의 주제는 ‘클래스에 오게 된 이유’. 황금 같은 주말, 그것도 한껏 게을러져도 좋을 오후 2시에 이곳을 택한 저마다의 배경이 궁금했다. 모임 첫날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강의실로 들어섰고, 각자 소개를 마친 후 한 사람씩 그 이유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스무 살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왔다는 20대 중반의 사회 초년생은 자신의 글을 사람들 앞에 처음 내놓는 자리라고 했다. 그 옆에 앉은 40대의 팀장님은 매일 보고서만 쓰는 자신이 또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했다. 나와 동갑내기였던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그림이 아닌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보고 싶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들의 이유는 하나, ‘한 번쯤 글을 써보고 싶어서’였다. 덕출이 매일 발레 연습을 하듯이 그렇게 우리는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글을 썼다. 언젠가 한 번쯤 마음에 품어본 적 있는 꿈을 조금씩 이뤄가기 위해서.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모임은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그때 그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에 도전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배우려는 마음’에 있어서만큼은 나이도 없고, 한계도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것들 혹은 미루기만 했던 것들과 가까워지는 기회. 그 기회를 붙잡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을, 나아가 서로를 변화시킬 힘을 얻는 게 아닐까. 발레와 현실 앞에 끊임없이 방황하던 채록도 오랜 꿈을 이루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덕출도 어느샌가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든든한 친구가 되었듯이 말이다.


출처 : tvN


이쯤 되니 <나빌레라>의 소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비단 ‘황혼의 꿈’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쯤 마음에 품은 적 있는 저마다의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껴진다. 극 중 덕출은 말한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 같은 건 무섭지 않다고. 진짜 무서운 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오거나 하고 싶었던 게 뭔지 기억나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그런 상황과 마주하지 않도록 꾸준히 낯선 것들에 뛰어들고, 부지런히 새로운 것들과 마주하는 우리라면 평생에 걸친 배움이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한 번쯤 글을 써보고 싶어서, 한 번쯤 악기를 연주해 보고 싶어서, 그저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어서.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망설여지는 당신이라면, 덕출을 만나 조금씩 성장해가는 채록(송강)이 처음으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친 이 대사를 떠올려보길. “그냥 해요. 그냥 하자고요. 발레!”


출처 : 넷플릭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의 매거진 <라이프롱런>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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