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쩌다 글을 쓰게 되었나

그리고 어쩌다 박사를 가는가

by 김다정

석사를 졸업할 무렵 나는 무척 힘에 부쳤다.

내 모든것에 트집을 잡고 대놓고 험담하는 동료도, 좀처럼 잘 나오지 않는 데이터도, 아직도 내 연구가 뭐하는건지 잘 모르는 것 같은 교수님도 모두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뿐이었다. 나중에는 출근길뿐만 아니라 그냥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내 마음은 나날이 황폐해져 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러려고 대학원에 온건 아니었는데.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생각만해도 아득했다. 우선은 디펜스 끝나고 생각하자. 일단 졸업논문을 마무리하자. . 잘 아프지 않는 나인데 최종 논문을 제출하고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 여행이라도 떠나려 했는데 꼼짝없이 누워서 쉬다보니, 취미를 찾아야겠다는 계시(?)가 내려왔다.


종이접기도 해보고, 뜨개질도 해보고 혼자 노래방도 다니고 방황끝에 글을 쓰게 되었다. 한을 풀어내듯 글을 뱉어냈다. 날 싫어하는 동료에 대해 욕도 해보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 교수님에 대한 원망도 한페이지씩 썼다. 타자로 내 감정을 쓴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속도감이란 손글씨보다 내 분노를 풀어내기에 아주 적절한 수단이었다. 실컷 쏟아붓고 나니 그제야 내가 토해낸 글이 부끄러워졌다.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은 차분히 쓸 수 있게된 것이라는 점도 시간이 더 흐른뒤에야 꺠닫게 되었다.


푹 쉬고 회복이 되자 박사과정에 지원할 엄두가 났다. 실은 박사과정에 진학하겠다고 마음먹은건 훨씬 이전의 일이었다. 우선 닥친 일들에 급급해서 미루고, 힘들어지니까 ‘나 따위가 과연?’하면서 미뤄뒀던 꿈이었다. 쉬고나니 다시 잘해지고 싶어졌다. 내가 하는 연구와 프로젝트로 보람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하고싶은 연구를 찾아 박사학위에 도전한다.

석사때와 같은 실수 – 예를들면 한 곳에 매몰되기 – 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글도 쓰고 콘서트도 다니고 여전히 뜨개질도 하면서 말이다. 이왕이면 앞으로 올리는 글들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현역 대학원생 혹은 대학원 새내기들에게 조금의 위안이 되길 바란다. 몇 달 뒤, 몇 년 뒤 내가 이 글을 보면 민망함에 몸부림 치더라도 당장 박사학위 과정을 시작하기 직전 내 마음은 이러했노라고 기록해본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글쓰기 근육 붙이기에 지대한 보탬이 되어준 우리 글쓰기 모임 식구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