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의 사교타임, 커피 마시는 시간

도비에게 커피란

by 김다정

대학원생에게 커피란 어떤 의미인가.

일종의 생명수, 내 목숨줄, 흔히들 말하는 직장인 3대 영양소(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나에게 커피는 줄이려고 다짐했다가 굴복하게 되는 애증의 무언가인 것 같다.

여러 연구실을 거쳐보니, 커피 하나로도 연구실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연구실마다 커피 문화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처음 간 연구실은 각자 알아서 사먹는 분위기였다. 대신 모두가 같이 오늘은 이디야, 내일은 할리스, 모레는 개인카페 이렇게 돌다보니 쿠폰을 아주 잘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같이 연구실 밖을 나갈 핑계가 생긴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었던 것 같다. 아직 학부생이라 선배들이 커피를 많이 사주셔서 고맙기도 하고 참 죄송했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나도 그 덕에 대학원생이 되어서 후배들에게 종종 커피를 사주었지 싶다.


그 다음으로 간 연구실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었다. 연구실에 커피머신이 들어오던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교수님께서 “커피 좋아하죠? 그런 것 같아서 머신 샀어요”라고 말씀하셨는데 뒤에 후광이 보였다. 시간이 흘러 학생은 늘었지만 커피머신 청소도, 머신사용 자체도 하는 사람만 하다보니 아무리 좋은 원두가 있어도 결국은 커피 맛이 썩 좋지 못해졌다. 점차 커피를 사오는 날이 늘었고 위장과 지갑 모두 점점 얇아지게 되었다는 결말이다.


또 다른 연구실에서는 캡슐커피를 먹었다. 캡슐커피 머신은 청소가 간편해서 큰 부담이 아니었다. 대신 커피 캡슐을 두고 미묘한 눈치게임이 있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돌아가면서 캡슐을 사오는 시스템이었는데 본인 차례에 안 사오는 분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분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끼리만 공유 하는 걸 보며, 캡슐 하나로도 연구실 분위기가 정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어느 연구실을 가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일종의 사교 타임아닐까. 커피 한 잔 하면서 나누는 잡담시간이 대학원 생활의 난이도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 한 잔으로 시작된 대화가 때로는 중요한 연구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대학원생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자 인간관계의 윤활유인 셈이다.


그러니 대학원생 혹은 사회초년생에게 당부하건데 당신이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싶다면, 혹은 언젠가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 사무실 커피머신 청소, 물 채우기, 그리고 얼음 얼리기 이 세가지부터 신경써보는 것이 어떨까. 체감상 이 세가지를 알아서 잘하는 신입과 매번 쓰기만 하고 채워놓지 않는 신입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방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벌어진다. 이런 부분들을 신경쓰다보면 다른 부분에서도 배려를 하게 되고, 또 그것을 좋게 보는 선배들 역시 당신이 조금이라도 더 적응하는데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나 역시도 앞으로 또 어떤 연구실의 커피 문화를 마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커피와 함께하는 대학원 생활이 계속될 거라는 것이다. 하루에 커피를 몇 잔씩 마시다 보니 요즘 치아 착색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양치를 꼬박꼬박해서 치아 착색도 방지하도록 하자.

이전 01화[프롤로그] 어쩌다 글을 쓰게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