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이 망했을 때 멘탈 관리법

필자도 여전히 성장중

by 김다정


아마 이 글을 검색해서 들어왔다면, 당신은 분명 오늘의 실험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발견이나 구독 탭에서 제 글을 마주하신 분들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우선 나 역시 방금 막 실험을 또! 망치고 귀가한 동지로서,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똥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 대는 실험마다 처음부터 잘 되는 법이 없고 초반에 잘되었다면 재현이 안되는 사람이다. 학부생 때,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 학부연구생으로 1년을 보냈다. 그때부터도 실수잦고, 습득도 느려서 대학원은 바이오 실험을 하는 연구실은 못가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다보니 현재의 나는 여전히 실험이 한번에 잘 되진 않지만, 그때 하던 바이오 실험도 하고 분석장비도 쓰고 컴퓨터로 모델링도 하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그리고 이젠 실험이 망해도 웃으며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

그런 '프로 똥손'으로서, 실험 실패 후 좌절하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보고자 한다. 사실 안 풀리는 실험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저런 글을 검색해 읽고 있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성실하고 깜찍한 사람이 아닐까?


자, 그럼 기본적으로 실험이 망했을때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왜 망했는지 끝까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파악이 끝났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최대한 빨리 집으로 '튀어야' 한다.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충분히 곱씹게 될 테니, 퇴근 직후부터는 다른 생각을 하자. 내일 점심 메뉴나 요즘의 운동 상태 등등 말이다. 물론 생각의 스위치를 바로 전환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만약 아직 망한 실험으로부터 생각이 자유롭지 못하다면,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져보자.

우선, 남들이 쉽게 해내지 못하는 도전적인 과제를 내가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자. 원인을 분석할 때 스스로의 손기술을 너무 쉽게 탓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자책은 가장 쉬운 도피처다. "내가 못해서 그렇다"라고 결론지어 버리면 발전도 없으면서 자존감만 깎이는 놀라운 결과가 발생한다. 설령 정말 미숙함이 원인이었더라도, 다른 변수들을 고민해 보는 과정에서 다음 실험에 더 세밀하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처음엔 실수해도 괜찮다. 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실험 노트에 어떤 부분을 놓쳤었는지 꼼꼼히 기록해 두자.

마지막으로, 이렇게 쌓은 트러블 슈팅이 나중에 반드시 쓰인다는 진리를 의심하지 말자.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은 연구자의 자존감에 큰 자산이 된다. 처음부터 실험이 매끄럽게 잘 풀린 사람은 나중에 연차가 쌓였을 때 후배의 시행착오를 도와주기 어렵다. 그저 "난 이런 경우 처음 봐"라는 도움 안 되는 말만 남기게 될 뿐이다.


실패하며 좌충우돌하는 당신이 남들보다 경험치 두 배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실험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나 역시 실험이 잘되면 기쁘고 안 되면 슬프다. 다만 이런 행동 지침과 마인드 컨트롤을 연습하다 보니, 예전처럼 자책에 빠져 출근조차 힘겨워지는 일은 확실히 줄었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당신도 오늘을 발판 삼아 한 뼘 더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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