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7년 1월에 출간된 조민희 대표님의 그로스 해킹(성장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침서, Growth Hacking)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5년 출시한 웨딩북(Weddingbook)앱은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부들이 모여 상부상조하며 정보를 교류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보통의 예비부부들은 결혼 준비를 시작하기 전까지 결혼 준비 과정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알지 못한다. 상견례를 하고 나서야 가장 최근에 결혼한 친구를 붙잡고 뭐부터 해야 하냐고 물으며 그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웨딩북은 결혼 준비 중인 신부들이 모여 같은 시기, 같은 업체의 신부들을 만나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웨딩북 서비스의 타깃 고객은 상견례를 마치고 웨딩홀을 알아보는 본격 결혼 준비 여성이다. 국내에서 한 해 결혼하는 부부는 30만 쌍으로 맛집 서비스나 직장인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에 비교하면 확보할 수 있는 고객 수 자체가 크지 않다. (다만 구매력이 높은 사람들이다.)
다른 타깃보다 예비신부만 타깃 했을 때 모일 수 있는 트래픽이 한계가 있다 보니 예비신부만 모여있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수만~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접속해서 활성화된다. 이미 활성화된 커뮤니티를 본 적이 많지만 몇 명 되지 않은 사용자를 두고 커뮤니티를 만들려니 막막했다. 얼마 안되는 주어진 사용자들의 커뮤니티 참여율을 극대화해야 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커뮤니티를 이용 경험이 있는 예비신부 대상 인터뷰였다. 인기 커뮤니티에 머무르는 이유를 묻자 사람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사람이 많아서’, ‘정보가 많아서’였다. (당연한 대답이다.)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서 사람과 정보가 아직 많지 않은 웨딩북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방법들을 나열해 보았다. 커뮤니티에 사람이 많다는 신호를 주는 장치에는 누적 가입자 수 표시, 조회 수, 댓글 수, 밀집된 인터페이스 등이 있지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는 정도(속도)였다. 사용자가 아직 몇백 명 내외인 상태에서 사용자 수나 조회 수를 표시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득일 것이 없었다. 또 다른 시사점은 인터뷰 결과 사용자들은 빽빽이 나열된 형태의 게시판이 그렇지 않은 게시판보다 더 활성화된 것 처럼 인지한다는 점이 었다.
초창기 DAU(Daily active user)가 100명일 때는 하루에 글이 3건에서 5건이 올라왔다. 이건 누가 봐도 죽은 커뮤니티처럼 보였다. 아무도 없는 듯한 커뮤니티라 이조차도 쓰지 않게 될 것이 뻔했다. 커뮤니티 UI를 일반적인 카페 게시판이나 페이스북 타임라인 형태가 아니라 트위터식으로 만들었다.
본문의 댓글이 트위터에서 리트윗을 하듯 본문과 함께 타임라인에 노출되었다. 타임라인에 새 글이 30건 노출되기 시작했다. 같은 양의 본문과 댓글인데 새 글이 올라오는 정도는 좀 더 많아 보였다. 작은 변화지만 글에 참여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었고 페이지 뷰를 보면 눈팅하는 사람도 전보단 더 있었다.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고 DAU가 1,000명 정도로 늘어나면서 본문 댓글이 함께 보이는 타임라인의 불편함이 새 글이 많아 보이는 효과를 넘어섰다. 월마다 진행하는 사용자 설문조사에 본문과 댓글이 혼재되어 정신이 없다는 사용자들의 의견이 10번이 넘게 언급되었다. 인터페이스 개선이 시급했다. 이제는 본문 중심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타임라인으로 UI를 변경했다.
하루에 30건 내외의 본문이 쌓이고 있었다. 글 작성 시점에는 ‘30분 전’, ‘1시간 전'이라는 표시가 많았다. 댓글은 본문 평균 2.5개 정도가 달렸다. 가장 자주 올라오는 글은 ‘결혼 준비 뭐부터 해야 할까요?’ ‘보통 예산은 어느 정도로 잡나요?’와 같은 질문 혹은 시댁과 예비신랑과의 고민에 대한 글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활성화된 커뮤니티로 보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눈팅만 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대부분이었다. 사용자로부터 ‘별로 볼 것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아요.’, ‘사용자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굳이 여기에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달에 결혼하는 예비부부는 평균 3만 쌍 내외다. 결혼 준비단계까지 고려하면 잠재적인 고객 수는 좀 더 높겠지만 예비신부만을 위한 서비스에 신규 일 가입자 300명과 접속자 수 2,000명은 적지 않은 숫자였다. 하지만 여전히 커뮤니티는 새 글은 30개 내외였고, 여전히 볼거 없다며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결혼 시장의 정보 교환이 다소 폐쇄적이다 보니 이 조차도 결혼 준비에 도움이 될까 머무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업팀에서는 굳이 이런 곳에 업체 정보를 등록할 필요가 있느냐는 답변을 듣고 왔다 했다. 나름 많은 예비 신부들이 모이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콘텐츠를 소비할 뿐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혼 준비 업체들에게 서비스의 가입자니 DAU숫자니 설명해도 와닿지 않아했다.
우리는 사용자를 조금 귀찮게 하더라도 글을 1개씩 쓰도록 만들기로 했다. 글을 N번 째 보고 나면 글을 읽을 때마다 ‘글을 1개 이상 남기면 이 안내 창이 사라집니다.’라는 팝업이 띄웠다. N번 횟수를 조정해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몇 번 글을 열람했을 때 안내 팝업이 뜨면 적당할 지 A/B테스트를 했다. 한 사용자 그룹에는 5번 글을 읽은 후부터 팝업이 뜨기로 했고, 한 사용자 그룹은 15번째부터 안내 팝업을 띄웠다. 확실히 안내 팝업을 띄운 후가 전보다 본문 글이 늘었고, 두 그룹의 차이는 없었다. 사람들이 안내 팝업이 귀찮았는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접속 수 대비 글 작성 비율이 1.2%에서 3.2%로 증가했다. 그런데 내용이 문제였다. 30%의 글은 이런 내용이었다. “아 볼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글을 쓰래 짜증 나게.” , “글입니다.”
사용자의 짜증스러운 피드백에 나도 짜증이 났다. “어차피 욕먹는 거 처음부터 팝업 띄웁시다. 테스트 세팅 ‘0’ 번째 글 본 후로 팝업 뜨도록 바꿔주세요.”. 팝업을 바로 띄우자 짜증이 섞인 글이 30%에서 20%로 줄었다. 헐. 왜 였을까? 자유롭게 글을 열람하다가 갑자기 등장한 팝업에 사용자는 더 큰 짜증을 느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런 경우가 서비스 이탈률도 더 높았다. 이 시기에 사용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인상깊은 부분이 하나 있었다. 어떤 신규가입자 말이 글을 읽을 때마다 뜨는 글 쓰라는 안내 팝업을 이 커뮤니티가 원래 가진 룰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이었다.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게 우리도 불편했지만 새 글이 늘자 커뮤니티 사용률이 늘고, 새 글을 쓰는 사람들도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중간에 제안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글을 쓰라는 안내 팝업이 사용자의 거부감이 덜 하다는 것을 배운 우리는 이번에는 이 방식이 좀 더 커뮤니티의 룰처럼 느낄 수 있는 명분(?)을 적용하기로 했다. 회원 등급이다. 우리는 멘트를 ‘‘글을 1개 이상 남기면 이 안내 창이 사라집니다.’ 라는 문구를 ‘현재는 방문 회원입니다. 새싹 회원이 되면 이 안내 창이 사라집니다. - 새싹 회원 조건 : 글 1개 이상’으로 바꿨다. (그래 이건 회원 제도라구)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짜증스러운 글이 거의 사라졌다. 사용자들은 새 글 쓰기를 커뮤니티의 운영 규칙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쓰는 일방적인 방식이기도 했다. (대신에 “등업 해주세요"가 등장했다.) 만드는 우리들도 억지스런 불편함을 주고 있다는 생각 대신에 등급제도를 운영 중이라는 생각을 했다. 새 글이 늘어나자 등업을 위한 성의 없는 글들도 등장했다. 팝업 하단에 작게 멘트를 추가했다. ‘현재는 방문 회원입니다. 새싹 회원이 되면 이 안내 창이 사라집니다. (새싹 회원 조건 : 글 1개 이상) ※ 단, 무성의한 글을 올리면 등업이 취소됩니다.’ 무성의한 글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규칙을 잘 따라주었다.
등업 조건을 글 1개로 할지, 댓글 1개로 할지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본문글보다 댓글을 작성하는게 장벽이 더 낮기도 하고 댓글이 많이 달린 글들을 보며 내 글에도 반응이 있을거라는 기대로 글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업 조건을 '본문 글 1개인 것'과 '본문 글 1개 혹은 댓글 1개로도 등업'할 수 있는 두 가지로 A/B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글 1개 혹은 댓글 1개'로 택일 하는 조건이 '본문 글 1개'일 때 보다 새 글 수가 30% 적게 작성되었다. (비슷할 줄 알았는데...) 등업조건이 '본문 글 1개 혹은 댓글 1개'일 경우 대부분의 사용자는 댓글을 남겼고, '글 1개'가 조건일 때보다 새 글이 줄어들자 사용자가 댓글을 달만한 글 조차 줄어들었다. 전체적인 참여가 줄더라. 그래서 첫 가입의 등업조건은 글 1개로 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방법이 잘 굴러갔다. (동기는 강제성이 있었지만)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를 나누고 새로운 고민을 나누자 등업을 떠나 먼저 새 글과 댓글을 쓰고 참여하는 사람이 늘었다. 영업팀에서는 활성화된 커뮤니티를 보면 웨딩업체 사장님들이 본인들도 업체 등록을 하고 싶어한다고 전보다 영업이 수월해졌다고 한다. 등업조건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새 글이 올라오는 정도라는 하나의 지표를 개선하다보니 찾은 방법이다. 이 방법은 예비신부보다 타깃 대상이 더 크거나 트래픽이 더 높은 경우엔 유효한 방법은 아니다. 그런 경우는 획득이나 다른 것에 더 집중해야 할거다. 우리 서비스는 순도 높은 사용자를 획득하는데 한계치가 있다보니 주어진 트래픽에서 활성화를 시키는 방법을 찾은거다.
이제는 새 글이 올라오는 정도가 서비스의 핵심 지표는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타임라인 상에 너무 많은 글이 빠른 속도로 올라오면 많은 글이 다른 사용자에게 관심도 받지 못하게 된다. 요즘은 적절히 커뮤니티의 주제를 분류하고 예비신부끼리 서로 더 도와가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신경쓰고 있다.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를 만들듯 운영자가 서비스의 운영방침을 알리고 사용자와 함께 상부상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결혼 10일 된 새댁입니다.^^ 3월 말에 날이 잡히고 식장 예약, 스드메, 신행 예약 등등 지난 5개월간의 준비기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중략 저는 앞으로도 웨딩북을 떠나지 않고 결혼 준비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을 응원하려고 해요. -하얀 하늘’ 예비 신부로 커뮤니티에 많은 도움을 받은 사용자가 새댁이 되어서도 예비신부들의 고민과 질문을 살피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글이었다.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마치고 나면 서비스를 떠나던 예비신부들이 도움을 받은 만큼 도움을 주기 위해 결혼을 마치고도 커뮤니티에 남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결혼 준비 기간은 인생에서 단 6개월에서 1년 정도. 딱 이 시기의 예비신부가 특정 서비스와 인연 맺는 것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마케팅이 어렵고 획득 비용도 크다.) 한 편으론 이 시장이야말로 구전효과가 크다.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기도 하고, 맨 첫 문단에 언급했듯이 결혼 준비를 시작한 신부는 가장 최근에 결혼한 친구를 붙잡고 뭐부터 해야 하냐고 묻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까지 정확히 지표로 측정할 수 없지만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가면 절로 신부들이 웨딩북을 친구에게 소개할 것이라 믿으며 만들어가고 있다. 왕왕 앱 스토어 리뷰에 ‘결혼한 친구 소개로 가입했는데요…’가 올라오면 제대로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회사 소개와 약력
이수지 - 연세대학교 재학 중 2012년에 좋을 호에 IT를 합쳐 호잇이라는 뜻을 가진 주식회사 호잇을 창업하고 커플들의 버킷 리스트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2015년부터 하우투메리에 합류해 예비신부를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 소개 - 하우투메리는 전 세계 결혼시장의 공통된 문제를 IT로 밑바닥부터 풀고 있는 회사입니다. 웨딩 사업자들의 ERP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예비부부들의 결혼 준비를 돕는 웨딩북 서비스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