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시작
뜻하지 않게 찾아온 행복에 눈물이 났다. 노력으로 얻은 만족과 고양감은 익숙하지만 큰 힘을 들이지 않은 행복은 생경하다. 내가 감히 손에 움켜쥐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함부로 꽉 잡았다가 쉽게 깨지면 어쩌지. 단단한 돌멩이처럼 보이는 이 행복이 알고 보니 얼음이라 손에서 녹아버리면 어쩌지.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임을 안다. 미지근함이 있기에 뜨겁다고 느낄 수 있음을 안다. 변하는 건 감정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관계일 수 있음을 안다. 어쩌면, 안다는 게 언제나 좋은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함께 찾아온 기쁨과 슬픔을 부둥켜안는다.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다면 그건 사랑이라 했다. 나라는 단어보다 당신과 우리라는 말이 앞선다. 달뜨면서도 평온한 마음이 어느샌가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 속에 당신이 있다.
앞으로 우리는 무수한 기쁨과 슬픔과 기대와 실망과 상처와 치유를 함께 할 것이다. 시간이 가져올 무뎌짐이 두렵지만 함께라는 단어 덕에 용기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