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 일기 4
시드니에서의 둘째 날! 어제 오페라 하우스를 구경할 때 눈길을 끌었던 페리. 한국에서 대중교통이라 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생각하지만, 호주는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이고 트램과 페리도 대중교통수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선 거의 타볼 일 없었던 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다니!'
나는 페리를 타고 어딘가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먼저 구글 지도 앱을 켜고 배로 갈 수 있는 곳들을 알아봤다.
"왓슨스 베이... 갭 파크..."
사진들을 보며 아름다운 곳을 찾던 중 갭 파크를 발견했다.
"바로 여기다!!"
서큘러 키
숙소에서 나와 페리를 탈 수 있는 서큘러 키로 향했다. 서큘러 키에는 지하철 플랫폼에 해당하는 와프(Wharf)가 있었다. 부두가 영어로 와프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배움의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전광판을 보며 왓슨스 베이로 향하는 와프를 찾았다. 지하철에서와 같이 개찰구에서 시드니 교통카드, 오팔 카드를 태그하고 부두로 들어갔다.
"진짜로 지하철과 똑같은 시스템이구나~"
잠시 후 저 멀리서 들어오는 페리의 모습이 보였다. 페리는 점점 거대해지더니 어느새 내 앞에 와 있었다.
'페리에는 어떻게 올라타지?'
새로운 의문이 들 무렵, 서큘러 키 직원분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페리가 움직이지 않게 밧줄로 고정한 후 부두와 페리 사이에 연결 발판을 놓았다.
'이렇게 하는구나!'
직원들의 빠른 손놀림을 보며 감탄하는 것도 잠시. 페리를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린 뒤 타는 것은 지하철과 똑같네'
사람들이 내린 뒤 페리에 올라타 2층으로 향했다. 멋진 경치를 기대하며 야외 자리에 앉은 나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내로 들어갔다. 멋진 경치를 보려면 실외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시 페리가 출발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방문한 시기는 11월! 한국과 다르게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더운 여름 날씨였지만, 빠르게 달리는 페리 위는 엄청난 바람 때문에 너무나도 추웠다. 처음 타는 페리에서 낭만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가방에 있던 겉옷을 꺼내 입었다.
'조금 낫네...'
멋진 시드니의 풍경을 보다 보니 어느새 왓슨스 베이에 도착했다.
갭 파크
왓슨스 베이는 시내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한쪽엔 작은 해변이 보였고 앞으로는 넓은 잔디밭이 있었다.
갭 파크는 왓슨스 베이 선착장에서 멀지 않다. 로버트슨 공원이라 불리는 잔디밭을 지나 계단을 오른 지 5분. 드디어 광활한 대자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와 거대한 규모의 기암절벽 그리고 기암괴석에 부딪히며 나는 파도 소리까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와..."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갭 파크는 고전 명작 영화 빠삐용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에서는 절대 탈출할 수 없는 고립된 섬으로 나오는데, 이곳이 시드니 시내에서 멀지 않다는 것이 놀라웠다. 혹시 이 엄청난 절경에 빠져 탈출하지 못하는 것을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바다에서 간신히 정신을 건져내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시드니는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물론 서울도 가볼 만한 곳이 많듯 시드니도 명소가 많을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덕분에 시드니의 다른 명소들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페리를 타봐야겠다는 생각에 오게 된 갭 파크! 누군가 시드니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냐고 묻는다면 빼놓을 수 없는 멋진 곳을 발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