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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Feb 14. 2023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책방

금산 두루미책방, 조혁민

서울의 인구는 약 900만 명이다. 큰 도시다. 금산에는 약 5만 명이 살고 있다. 서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금산에서 작은 책방 ‘두루미 책방’을 운영하는 조혁민 씨를 만났다. 작은 도시에서 서점/책방은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안정적인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적은 인구, 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에 부족한 적은 인력, 그런 불균형 속에서 서점/책방은 어떤 일을 얼마나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혁민 씨는 과감하게 ‘아무것도 없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움! 세상에 없던 일을 만드는 그런 기발한 의미로서의 새로움이 아니라, 누구든 한 사람에게 그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도 ‘새로움’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움을 선물하는 책방, 혁민 씨의 두루미 책방은 그런 공간이었다.



책방으로 올라오는 길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일을 안 하는 일요일에도 이렇게 나와서 저만의 시간을 보내곤 해요. (옆에 있는 기타를 보여주며) 기타를 친다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아니면 책을 읽으면서요. 물론 일을 하는 시간이 더 많죠. 제가 소속된 ‘들락날락 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 사업이나 오픈마켓 사업 관련 일들도 책방에서 하고 있어요. 들락날락 협동조합은 2015년도에 커뮤니티로 시작해 2018년도에 선생님과 금산에 있는 청년들이 함께 만들었어요. 문화예술 활동을 중심으로 밥벌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요.



두루미 책방도 들락날락 협동조합의 일환인가요?

지금은  제 개인 사업 공간이에요. 원래는 들락날락 협동조합의 이사가 창업한 책방이었어요. 뭐, 이곳이 들락날락이고, 또 두루미 책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경계가 모호하지만 어쨌든 같이 호흡하는 그런 곳이에요.



활동이 많은 공간이겠네요.

보통 낮 3시, 이 시간대가 제일 느긋하고요, 저녁에는 금세 북적북적해진답니다. 거의 매일 저녁 다양한 모임이나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월요일은 회의, 화요일은 자체 모임, 수요일은 시 쓰기 수업, 목요일은 ‘듣말쓰 클럽’이라는 페미니즘 관련 소모임, 토요일에는 금산 주민들과 진행하는 책 읽기/글쓰기 수업 등이 진행되고 있어요.



문화예술 사업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책방’을 택한 이유라면요?

처음 책방으로 시작할 때 담당자는 제가 아니라 르마 님이었어요. 그분이 책방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협동조합원인 친구가 마침 금산으로 꼬드긴 거죠. (웃음) 그래서 2019년도 12월에 금산 청년몰 공간에 두루미 책방 이름으로 창업했었어요.



원래는 이 위치가 아니었군요!

금빛시장의 청년몰에서 책 50권 정도로 시작해 활발하게 운영했어요. 르마 님이 대표를 맡고, 제가 책방지기로 활동했는데, 그때 '책'이라는 매개체가 정말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책방은 축제 같은 활동에 비하면 작은 규모의 사업이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서 소소하게 북적이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한 권의 책이 품고 있는 주제를 통해 조금 더 심도 있게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 자연스러움이 좋았어요. 또 한편으로 보면 지역주민들이 책에 대한, 또 교육이나 문화에 대한 목마름이 매우 커요. 특히 40대, 50대 여성 주민들이 그렇죠. 타지역까지 가서 문화교육을 듣는 분도 제법 많아요. 그런데 이제 금산에서도 그런 활동이 가능하니까, 주민분들이 만족해하는 거죠.


2020년도 말쯤에 르마 님이 임용고시를 보기 위해 책방을 정리하려고 했어요. 저부터 못내 아쉽고 이런 프로그램들이 지역에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협동조합과 책방을 이어가겠다고 결정했어요. 그래서 2021년도부터 제가 맡게 됐고, 2021년도 6월에 이곳으로 옮겨왔네요.



새로운 운영자와 함께 장소도 새로 옮기신 거네요.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로 평일에는 하루에 한 명이나 올까 말까였어요. 2020년에 위탁받은 사업들도 한 2개 정도는 코로나 때문에 진행을 못 했죠. 그래서 ‘청년몰에 계속 있는 게 맞을까’라고 고민했어요. 이곳은 원래 금산 간디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을 교육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던 곳이에요. 여기가 1년 정도 방치되어 있어서 덜컥 이사를 왔어요. 원래 여기가 황토색 벽이었는데. 벽도 흰색으로 다 칠하고, 전구도 하나씩 갈고, 서가도 추가로 늘려 새로 배치도 하고 했죠. ‘여우 잡화점’이라고 당시에 들락날락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던 두루미 책방의 짝꿍 가게가 있는데, 지금도 이곳 구석에서 조그맣게 'ㄴ'자로 운영하고 있어요.







하루에 많은 시간을 책방 운영 일에 쏟고 계시네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제가 하는 일들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좋아서 하는 ‘활동’ 정도랄까. 그런데 작년에 책방을 열고부터 일로서 여겨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전문가다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달까요. ‘청년들이 하니까 이 정도면 됐지 뭐…’ 이런 시선이 이제는 싫더라고요. 지금까지의 활동이 재미있었고, 그런 마음을 지속하고 싶어요. 책방지기 친구들에게도 신경 써주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고, 공간에 대해 아쉽거나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도 서로 얘기하며 개선해나가고 있어요. 그만큼 이 공간에 대해서 책임을 좀 더 느끼고 싶어요.



지금은 책방지기가 5명이라고 들었는데요, 이전에 청년몰 때에 비해 지금 책방의 재정구조가 안정된 건가요?

그때보다는 확실히 안정됐죠. 그때는 음료를 팔지 않고, 책 판매와 수업 진행만으로 수입을 얻었거든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책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에 재료비를 끊을 수 있는 사업이 별로 없었거든요. 올해는 행Book 사업이라든가, 지금 하는 인문 전문가 프로그램 같은 사업도 다 공간 대여료, 일부 재료비 등 결제가 가능해요. 그래서 지금 운영하는 사업을 1~2개 더 받아서 꾸준히 운영한다면, 책방지기의 인건비 역시 1~2명 정도는 더 책임질 수 있겠다고 생각 중이에요. 책방지기 친구들은 지금 책방뿐 아니라 협동조합에 소속돼서 마을기업 사업으로도 활동을 하는 건데, 거기서 인건비가 조금 나오고 있어요.



어느 곳에서나 책방 운영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수익 모델을 고민하더라고요. 천만 인구의 서울에서도 그게 고민인데, 이곳은 어떤 방식으로 책방이 운영되고 있을까 궁금했어요.

금산은 인구 5만, 심지어 4만으로 떨어지고 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인구 5만 정도의 지역에서 이런 식의 문화적 소비 활동이 얼마나 일어날 수 있을까 고민이 돼요. 서울이나 천안 같은 대규모 도시의 책방과는 분명 수익 모델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로 이사 오면서 생긴 특징인데, 운영자나 이용자가 비(非) 진학 청년이라는 점이 독특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어요.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창업을 하는 부분이 일종의 특장점이 되는 거죠. 이렇게 인터뷰 오시는 것만 봐도 그렇잖아요. (웃음) 그런 요소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부분도 있어요. 간디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독립 출판물을 배치해서 판매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신경 써보는 거죠. 하지만 사실 책방에 자주 놀러 오는 간디학교 친구들이 책을 사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그 친구들은 주로 음료를 마시죠. (웃음)



책방보다는 아지트군요. (웃음)

하지만 그 친구들이 금산 같은 지역에서 페미니즘이나 여성 SF, 환경, 비건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사실상 없단 말이죠. 그 친구들에게 그런 주제를 접하게 만드는 공간으로서 이미 이 책방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책들은 수입이 나지 않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해요. 책방의 만화책은 사실… 거의 도서관 수준이에요. (웃음) 책을 소중히 대해 달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어요. 막 펼치고, 뒤집어 놓고… 그래도 친구들이 그런 여성주의 만화들을 조금 더 읽게 되는 거에 대해 의미를 두고 오히려 비중을 늘렸어요.



책방인데 책에서 수익을 덜 낸다니, 정말 과감한 생각인데요.

맞아요. 사실 이런 게 가능한 건 들락날락 협동조합에서 인건비를 지원받기 때문이에요. 책방으로만 충당했다면 좀 부족했을 텐데, 협업할 수 있는 소속 공동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더 과감할 수 있는 거죠. 들락날락 협동조합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청년창업 등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과감하게 할 수 있게 돕는, 비빌 언덕으로서의 부분도 있거든요.




"일단 금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게 한계가 아니라 매우 큰 메리트예요.

 왜냐하면 저희가 하는 게 다 처음이거든요"



‘비빌 언덕’은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 혁민 씨는 금산 출신이 아닌데, 어떻게 지역과 인연을 맺게 된 건가요?

대전 출신이고, 2015년에 금산 간디고등학교에 들어갔어요. 그때 막 들락날락 커뮤니티, 별의별골 등 면 단위 단체들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졸업할 무렵에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활동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당시엔 여러 지역을 후보로 생각했어요. 완주도 청년 활동과 관련해 인프라가 잘 돼 있고, 부산에는 제가 소속된 극단이 있어요. 연극도 하고 있거든요. (웃음) 아, 옥천도 후보에 있었네요! 그중 금산에는 간디학교가 있고 또 멘토가 있었어요. 그리고 친구들도요. 이런 조건들이 충족됐기 때문에 금산에 있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비빌 언덕이 확실했던 거죠. (웃음)



정착 후 금산에서 새롭게 발견한 게 있나요?

일단 금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게 한계가 아니라 매우 큰 메리트예요. 왜냐하면 저희가 하는 게 다 처음이거든요. 소품샵이나 책방도 마찬가지예요. 또 수업이 매우 많아졌어요. 그동안 금산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죠. 그래서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이끌어가는 부분이 굉장히 뿌듯해요. 무엇보다 일이 많이 들어옵니다. (웃음) 그런 단체가 저희뿐이기 때문에.



그러면 서울에서 본 적 없는 여기만의 프로젝트 같은 것도 있을까요?

프로그램보다는, 저희가 이루고 있는 공동체 공간이라는 것이 큰 도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 쓰기 수업을 진행하던 최지인 시인께서, 다양한 책방을 방문했는데 이곳은 여느 책방들과 느낌이 아예 다르다고 얘기하셨었어요. 저녁에 학생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 친구들을 제가 다 알아요. 서로 별명을 부르거나, 이름을 편하게 부르는데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지닌 문화가 있거든요. 그걸 보시곤 분위기 자체가 다른 지역의 어떤 책방보다 좀 특이하다, 산속에서 이러한 공동체를 이루며 지내는 부분이 새롭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그런 게 저희가 지닌 고유함이 아닐까요. 조금 자랑할 만하죠. (웃음)



혹시 그동안 진행한 것 중에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작년에 <여성작가 SF 책 읽기 모임>을 했어요. 옥천의 포도밭 출판사와 번역 일을 하는 나현영 번역가님이 오셔서 ‘SF는 왜 여성들의 놀이터가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SF 책 읽기를 했었어요. 그때 청년이 3명, 40~50대 주민분이 한 3명 정도 그리고 가끔 학교 학생들이 한 명씩 왔어요. 다양한 연령대인 거죠. 대화를 나눌 때 각자 감수성의 결이 다 다른 게 재미있었어요. 성 고정관념부터 페미니즘까지, 주민분들이 미처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들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또 지금 청년들의 이슈와 고민 등을 이야기할 때 주민분들도 본인 세대가 가진 생각을 나누며 새로워했고요.


아, 금산의 40~50대 여성분들이 참여하는 글쓰기 모임도 인상적이에요.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서 그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인데, 벌써 3년째 이어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은 이제까지 이런 자리가 없었던 거예요. 그나마 20대 청년들은 이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정보 접근성이 유리하지만, 지역의 40~50대분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만큼 이런 수업의 필요성을 느끼죠. 올해는 수업을 3시간만 하고 있는데, 늘 짧다고 아쉬워하세요.



이 책방이 언제까지 운영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책을 계속 늘려가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요, ‘이 책들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책들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이 책방은 다른 형태로 변형될 수도 있을 거예요. 여기 있다가 읍내로 나갈 수도 있고, 규모를 키워 음식을 팔거나 공연을 할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도 한쪽에는 늘 이 책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책이 주는 인연이나 관계, 책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게 좋아서 책이 더 좋아지고, 그러다 책이 만들어지는 동안 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는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러면 더 이상 책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죠. 그래서 반품보단 어떻게든 판매하고 싶어지고요. (웃음)



아까 ‘비빌 언덕’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지금의 혁민 씨가 기대고 비비는 언덕은 무엇일지 궁금해요.

공동체, 협동조합의 존재가 굉장히 중요해요. 어떠한 일에 대해 건네는 피드백이 비난을 위한 피드백이 아니라 진짜 잘 되길 바라는 유용한 피드백이라는 사실이 느껴진단 말이죠. 그런 피드백을 해주는 공동체가 있다는 게 든든하고 힘이 돼요. 그리고 격려해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 처음에 왔을 때는 이곳이 고향이 아니다 보니까 만나는 분마다 ‘어차피 떠나갈 청년들 아니냐?’ 이런 식이셨거든요. 어디 가든 그렇지만 지역사회란 게 되게 좁고 폐쇄적이에요. 그런데 대신 지역에서 협동조합, 책방 활동을 꾸준히 하니까,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니까 이제 그분들로부터 존중받아요. 그런 ‘받아들임’이 지역에서 살아갈 때 큰 힘이 돼요.



5만에서 4만으로 가는, 그만큼 비전이 불투명하다는 게 될 텐데요, 그런 금산에서 혁민 씨의 미래 계획은 무엇인가요?

‘마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면 단위에서 청년들이 생업을 하면서 지역을 알아가고, 거기서 연극 활동을 한다거나 소모임, 축제, 원데이 클래스도 열어보고…. 학교 후배들이 계속 사회로 나오잖아요. 그랬을 때 기본적인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그런 공동체 마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커뮤니티 적인 의미로서의 ‘마을’이요. 느슨하고 형태가 불분명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타지역으로 갔다가 상처받고 금산에 찾아와서 힘들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요. 특히 비 진학 청년들의 경우 소속감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보면 늘 속상하죠. 그 친구들과 함께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소소하게는 돈을 조금 더 벌어서 기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멋진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싶은 거죠. 간디학교가 없었으면 이런 감수성을 가지지 못했을 거예요.



오는 길에 풍경의 정말 좋았어요. 다들 일부러 찾아오면 좋겠는 공간인데, 두루미 책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예요?

저는 가을을 좋아해요. 지금 이맘때 정도요. 여기서 내려가다 보면 진악산이 보여요. ‘악’이 들어간 산은 좀 많이 힘들잖아요. 설악산처럼요. 이제 막 단풍이 들고 있는데 오가는 길에 그 산을 보면 되게 행복해져요. 저희 서점은 대전역에서 한 40분이면 올 수 있어요. 그래서 대전 오신 김에 찾아오는 분들도 있어요. 괜찮으시면 돌아가기 전에 산책하실래요? 주변을 구경시켜드릴게요.







혁민 씨는 두루미 책방을 나와 옆쪽에 나란히 보이는 보라색 국화꽃들과 책방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소개해주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혁민 씨가 금산과의 인연을 지속할 수 있도록 언덕이 되어준 금산 간디고등학교가 있었다. 독특하게도 간디고 기숙사 표지판에는 ‘준우네’ ‘윤찬네’라고 특정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기숙사를 운영하는 어르신의 자녀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운영자가 바뀌면 자연스레 기숙사 이름도 다른 이름으로 바뀐다고. 혁민 씨가 꿈꾸는 마을의 시작점에 온 기분이 들었다. 두루미 책방이 지닌 분위기 역시 이곳과 닮아 있었다.


서울에 900만 명이 살든, 금산에 5만 명이 살든, 혹은 곧 4만 명으로 줄어들든…. 사실 그런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서울에 산다고 모두가 그 900만 명을 직접 한 명 한 명 체감하며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하루에 서울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고작해야 200명 내외일 것이고, 그중에서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10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혁민 씨가 매일 얼굴을 기억하고 관계 맺는 사람과 우리의 그것은 서로 다르지 않다. 사람을 한 명 한 명 만나 관계 맺는 일은 서울이나 금산이나 인구수로는 감히 재어볼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혁민 씨의 우주가 마을 속에서 더 튼튼해지기를, 가을에 그런 마음을 부쳐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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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살롱 프로젝트>
충남지역에서 자신만의 일과 활동을 이어나가며, 조금이라도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어떤 일들을 하며,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


제작 | 충남사회혁신센터x사과나무

글·정리 | 최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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