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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Apr 11. 2024

여덟번째 프리다이빙 일기

4월 9일

1.

준비 호흡에서 숨을 천천히 내쉬어 보라고 말해주셨는데 도움이 되었다. 두번째 스태틱엔 호흡이 편안하고 좋았다. 입에서 뱃 속까지 어떤 통로 하나가 뚫린 느낌. 그렇다고해서 기록이 좋았던 건 아니다. 답답한 시간이 빨리오고 컨트랙션도 빨리오는 편인 것 같다. 더 참을 수 있긴했는데 왜인지 하기 싫어서 그냥 나오게 된달까. 답답하고 하기 싫을 때 달래고 편안해지는 법 찾기. 이후엔 두번째 스태틱 준비 호흡의 느낌을 찾고 싶어서 애써봤는데 오락가락했다. 그러다보니 목 안에 계속 뻐근한 느낌이 들았다.


2.

역시나 초반 한 시간 정도는 몸이 잘 풀리지 않는다. 약간 나른하고 피로해야 편안해지는 것 같다. 어떤 에너지를 몸에 힘을 주느라 쓰는거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여서 초반에 특히 이퀄이 잘 되지 않았다. 이퀄을 하려고 억지로 목에 힘을 많이 줬고 그 바람에 흉곽이 긴장되어 계속 꿀렁거렸다. 오늘은 잘 안되는갑다싶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안하고 준비호흡 때 복식호흡을 잘하자는 생각만 하고 내려갔다. 그래서인지 몇 번 정도 꿈을 꾼 느낌이 들었다. 호흡을 마치고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회복호흡을 하고도 ‘내가 방금 저 밑에 내려갔다 온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드는 멍한 느낌. 


3.

리다이빙 하는 몇몇사람들의 글을 볼 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란 문구를 보았는데 그게 좀 상투적인 말이라고 느꼈졌다. 매일 나와 지내면서 뭘 또 집중까지 해보나 싶었는데 사실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이뤄져있지않다. 일을 하거나 밥을 먹를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심지어 혼자 쉴 때도 나를 주인공으로 다루는 일은 별로 없다. 그치만 다이빙 하러 내려가는 1분이 안되는 잠깐동안 내 안에서 온갖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혀를 천장으로 밀어올렸다가 가슴에 힘을 풀다가 다리를 펴고 발차기를 했다가 목에 힘을 풀었다가 말았다가. 게다가 프리다이빙은 괴로움을 동반하는 것. 그게 너무 강력한 바람에 엄청나게 나에게 몰입해버린달까. 강렬한 집착이 아니라 차분히 훑듯이 몰입. 


4.

답답함을 느낄 때, 괴로움은 잠깐이란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괴로운 건 정말 잠깐이다. 올라와서 몇 모금만 마시면 된다. 돌이켜보면 숨이 가쁜 건 잘 생각 안나고 호흡이나 이퀄에 집중했던 것, 물방울의 소리, 그런것만 기억에 남는다. 괴로움이란 그런 것.


5. 

마지막 다이빙이 정말 좋았다. 나른하고 호흡도 가쁘지않고 꿀렁거리지도 않고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담에는 좀 그런 감각을 일찍 찾아봐야지.



선생님 지도 메모

- 피닝을 조금 더 빨리. 다이빙은 1m에 1초 내지 1.5초. 15m를 다녀오는거면 30초~45초 사이가 적당하다. 나는 58초 정도. 피닝을 너무 천천히 한다.

-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가 같은 속도인 것이 좋은 다이빙.

- 올라올 때 몸(어깨)를 너무 움직이지 말자

- 프렌젤 할 때 혀를 너무 쎄게 내리지 말고, 천천히 올린 것을 푸는 느낌으로만 둔다. 너무 힘을 주어 끌어내리면 고막이 빨려 들어와서 계속 그렇게 하게 된다. 


기록

특별하게 물이 맑았다. 빛이 좋아서 인 것도 있지만 물이 깨끗하고 맛도 좋았다.(?) 미야코도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 


다음 다이빙에 하고 싶은 것

- 다음 다이빙은 바다다! 바다 수심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 물살이랑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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