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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란 무엇인가, <Art of Luxury>

예술 작품을 통해 럭셔리의 본질을 탐구하다

by 본의


서울미술관과 R.LUX의 공동 기획전 "Art of Luxury"를 관람했다. 조선시대부터 동시대에 이르는 폭넓은 시대적인 배경을 지닌 예술 작품을 통해 럭셔리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획 의도에 알맞게 다면적으로 럭셔리의 속성을 조명하는 전시였다.


럭셔리는 풍요를 뜻하는 라틴어 럭셔스(Luxus)에서 파생되어 17세기 이후로 사치를 의미했다. 오늘날 럭셔리는 호화스러운 사치품이자 뜻밖의 호사를 말하며, 명품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사치의 사전적 의미는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이다. 사치의 핵심은 분수에 지나친, 즉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 소비하는 생활이라는 점에 있다. 흔히 "럭셔리한 것"을 떠올릴 때 뒤따르 부정적인 인식이나 부담감은 그 부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기획전은 럭셔리에 대한 치우친 생각을 지우고, 좁은 의미의 럭셔리를 넘어 그 본질과 가치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앤디 워홀, 쿠사마 야요이, 김환기, 이우환 등 국제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가변하는 의미를 지닌 럭셔리의 고유한 미학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Material Luxury는 럭셔리의 물질적인 특성을 탐색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은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부터 상업 인쇄물의 기법으로 제작된 앤디 워홀의 "Flowers", 셀러브리티의 신체를 본 딴 살바도르 달리의 소파까지. 정교하고 창조적인 럭셔리를 통해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쿠사마 야요이 작가는 어린 시절 꽃무늬 식탁보를 응시하다가 눈을 감아도 물방울 무늬가 아른거리는 환각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정신적인 불안과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복적인 물방울 무늬를 그렸고, 그의 작품들은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Spiritual Luxury는 정신성을 표출하고 다양한 내적 탐구를 시도한 작품들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럭셔리로 인식되는 현상을 소개한다. 오늘날 시간, 경험, 지식, 자유와 같은 개념은 럭셔리의 비물질적인 속성과 연결된다. 독일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럭셔리는 지속적인 압박감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박서보의 대표적인 작품 "묘법"에는 수련의 정신성이 잘 드러난다. 그의 "묘법" 연작은 낙서와 같이 연필로 끊임없이 선을 긋는 전기 묘법 시대와 한지를 풀어 물감에 갠 것을 화폭에 올린 뒤 긋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제작한 후기 묘법 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 묘법이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비우는 과정에 중점을 두었다면, 후기 색채 묘법은 형태를 만들고 풍부한 색감을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출품작 "묘법"은 닥종이를 화면에 올린 뒤 젯소나 물감을 얹어 종이를 적시고, 다시 먹을 부어 손가락이나 도구를 이용해 종이를 밀어내며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를 통해 자신을 갈고 닦는 수신으로서의 그리기를 강조했던 그의 예술 철학을 살펴볼 수 있다.



이우환의 "선으로부터"는 캔버스에 파란색 선들을 위에서 아래로 길게 그어가며 붓의 흔적을 담은 작품이다. 굵기와 형태가 거의 동일한 선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선명한 푸른색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옅은 빛을 띄며 결국 사라진다. 선의 변화는 작품을 그리는 행위에 내재된 본질을 연상시킨다. 작품의 근본 요소인 선은 동양의 기와 생명력의 근본이자 출발점으로, 마음을 비우고 반복적인 선을 긋는 행위는 무위자연 상태에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Timeless Luxury에서는 한국의 미가 깃든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볼 수 있다. 하얀 태토에 담청빛을 머금은 유약을 발라 탄생한 달항아리는 절제와 담백함을 품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통해 클래식하고 영원한 럭셔리의 가치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예술 작품들을 통해 럭셔리의 본질과 가치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획전 "Art of Luxury"는 현재까지 누적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6월 1일까지 예정되었던 전시 기간을 연장해 7월 13일까지 서울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아트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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