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엔 친구가 전부였고 적어도 남들만큼 적당하게 있었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대학시절까지도 어찌어찌 친구를 잘 사귀어서 다양한 경험과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하지만, 서른이 된 지금 그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사실 2년 전부터 나는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누군가 나를 아무도 찾지 않는 것에 대해 극도로 집착했고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왜 아무도 나에게 만나자고 안 하지", "왜 전부 내가 만나자고 하는데 거절을 하지" 등등 자기중심적으로 "나"라는 인간의 가치에 비해 내가 맺는 인간관계의 양과 질적인 면에서 너무 적다 내지 작다는 생각이 들어 스트레스가 많았다.
직장생활을 하고 바빠진 탓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를 만나는 데 있어 스트레스가 따른다면 그 즉시 관계를 단절하는 게 몸에 배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 살다 보니 곁에 남은 사람은 한두 명의 친구들이다. 또한, 이 친구들도 영원히 내 곁에 있으리란 법은 없다. 언젠가 나와의 연이 다해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설명하기엔 너무 어렵지만 단순히 말해보자면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얻는 기쁨보다 내가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가 크다면 그게 연인이든 친구든 뭐든 다신 보고 싶지 않다. 그 사람 내 인생에서 실은 그렇게 안 중요한지 모른다. 물론 나도 모른다. 신이아니기에 또 어디서 만나게 될지, 알고 보니 내 운명의 상대였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지금 당장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인상찡끄리게 만드는 상대를 굳이 참아가며 만나기엔 내가 너무 소중하고 내 시간이 소중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은 혼자 지내는 게 서툴다. 영원히 혼자 지낼 것이냐 물으면 대답을 못하겠다. 내가 누군가와 사귀거나 결혼을 하는 것 또한 나만의 의지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맘에 없는 상대와 그저 조선시대처럼 결혼하는 게 아닌 이상 결혼은 못할지 모른다. 혼자 밥 먹는 게 어색하고 혼자 어디 산책 가는 것도 허전하다. 바보처럼 혼잣말을 하게 되고 쌀쌀한 바람이 불면 나도 누군가 옆에서 내 걱정이라도 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럼에도 혼자서 잘 지내보고 싶다.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 곁에 누가 있어도 잘 지낸다고 하지 않는가. 혼자 지내는 게 서툰 사람에게 한마디를 하자면, 누군가의 마음을 내 맘대로 바꾸거나 되돌릴 순 없다는 걸 항상 마음에 간직하면 좋겠다. 지나간 인연도 아니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 한 들 내가 어떻게 빌고 기어서 상대의 마음을 얻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나"를 제외한 외부세상에 대한 관심을 끄고 나 자신에 집중해서 사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