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대는 여고생과 둔감한 아저씨
남을 만지면 그 사람 및 자신과 관련된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 능력을 가진 17살의 여고생 사쿠마 무라사키의 결혼 상대는 자기 집 맨션 103호에 세 들어 살면서 걸핏하면 월세를 미루는 16세 연상의 소설가인 시지마 반리인 것 같다. 섣불리 마음을 표현했다가 미래가 바뀔 것을 염려하는 무라사키가 자연스럽게 시지마 선생님께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달에 한 번 집세를 수금할 때이다. 그리고 자주 집세를 밀리는 선생님을 "선생님, 이번 달은 어떠세요"라는 제목처럼 닦달하면서 무라사키는 사랑을 키워나간다.
설정에서 보여주듯이 선생님, 이번 달은 어떠세요는 남성 판타지 성향이 다분하다. 월세를 내기 힘들 정도로 곤궁한 소설가가 예쁜 여고생의 짝사랑 대상이라는 설정 말이다. 게다가 이 여고생, 건물주 집의 딸이다.
층 당 3가구에 2층짜리 맨션을 세주면서 월세를 받는 주인집은 시지마가 세 들어 사는 연립 옆의 2층짜리 단독이다. 서른셋의 무명에 가까운 소설가에게 건물주 집안 열일곱 살 여고생, 검과 마법이 있어야 판타지인 건 아니다.
게다가 시작부터 선생님, 이번 달은 어떠세요는 적절한 서비스 신으로 독자의 시선을 끈다.
월세 수금하러 온 여고생이 자고 있는 세입자의 가슴팍 위로 올라가 있는 자세라든지, 여주의 두 다리 사이로 보이는 남주라든지, 다리가 풀려서 무방비 상태로 쓰러진 여주라든지, 이런 것들은 분명 남자 주인공에게 보여지는 거라기보다는 작품을 읽는 독자의 시선 끌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서비스 신을 기대하고 이 작품을 지르려는 독자들은 생각을 다시 하는 것이 좋다. 선생님, 이번 달은 어떠세요는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전연령판 순정만화다. 대신 선생님, 이번 달은 어떼세요는 제1권 후반으로 갈수록 여자 주인공 무라사키의 외적 매력보다 남주를 향한 여주의 마음에 초점을 둔다. 무라사키는 선생님의 십여 년 전 등단작 ‘소나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는 이유를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밝힌다:
아마 내가 ‘소나기’를 소개하는 이유에는 선생님을 알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주인공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을 거야.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교에도 좀처럼 갈 수 없어서 자신은 세상과 단절됐다고 여기거든. 그래서 ‘널’ 아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 주고 싶어. 꼭 닮았어. 처음 봤을 적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선생님을 향한 무라사키의 행동을 이해 못 했던 독자들에게 이 장면은 무라사키가 단순히 꿈 때문에 선생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제1권에 드러난 것 외의 이야기들이 있음을 저 대사와 그때 무라사키의 표정은 말해 준다. 그러면서 여고생과 무명작가라는 선생님, 이번 달은 어떠세요의 기본 설정에 문학적 서사를 부여해 준다.
작품 제1권에 계속 등장하는 작중 작 소나기에 뭔가가 있음이 계속 암시되더니, 1권 후반부에서 여주인공이 심경을 토로한 계기가 되었던 장면인, 소나기를 읽다가 포기했던 후배가 다시 책을 읽기 시도해서 성공한 후 다시 내용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독자들은 도대체 소나기에 뭐가 나와 있기에 여자 주인공이 저리도 소나기 영업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된다.
들이대는 여고생과 무명 소설가 아저씨라는 나름 위험한 주제가 문학적 배경을 만나서 이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된다. 일본에는 3권까지 나왔던데 정발은 올해 5월 초 1권이 나온 이래 아직이다. 영상출판미디어가 일 좀 해주길.
타카에스 야야. 『선생님, 이번 달은 어떠세요』 제1권. 한호성 역. 영상출판미디어. 2022.
高江洲彌. 先生、今月どうです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