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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Nov 05. 2022

달링 인 더 프랑키스 만화판 1-3권

소년의 아픔 그리고 19금의 자극

  정체불명의 생명체인 규룡과 싸우기 위해 프랑크스라고 불리는 로봇을 조종하는 아이들. 파라사이트(조종사) 후보인 소년 히로는 낙제하여 퇴출될 위기에 몰리지만, 실의에 빠진 히로 앞에 머리에 뿔이 달린 소녀가 나타난다.         


작품 소개와는 달리 이 만화는 19금이다. 열람에 주의할 것.

 

  2018 애니로 방영되었던 달링   프랑키스가 블랙캣과  러브 트러블의 작가 야부키 켄타로에 의해 만화로 재탄생하였다. 일본에서는  8권으로 완결되었다. 국내에선 서울문화사가  6월부터 정발이 시작하여 현재 3권까지 나왔고, 서울미디어코믹스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11  4권이 발행 예정되어 있다.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거대로봇 메카물이다


  달링 인 더 프랑키스의 주인공 히로는 아이 때는 동료들의 리더 격이었다. 소위 부모라고 불리는 어른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선 로봇을 타고 규룡과 싸워야 하고, 그 로봇은 파트너와 함께 할 때만 작동시킬 수 있는데, 히로는 자꾸 실패하기만 해서 작품 시작 부분에 이미 퇴출 직전이다.


단지 과거에 신동이었다는 이유로 지금껏 버티고 있을 뿐이었던 히로는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파라사이트 파일럿을 양성하는 플랜트에서 더 이상 자기가 있을 곳을 찾지 못하던 히로에게 나타난 것은 왠지 사람같이 않아 보이는, 그래서 신비한 소녀.      

히로와 제로투의 첫 만남 장면에서 수위 낮은 장면 찾으라 힘들었다. 그나마 오른쪽 아래에서 더 내려가면......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기고 좌절하는 일이 청소년기의 방황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이 만화는 절대 청소년 대상이 아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어릴 때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아이로 자랐지만, 커가며 이런저런 좌절을 겪은 끝에 이제 한계까지 몰린 젊은이에게 히로라는 캐릭터를 부여했다고 보는 것은 어떨까. 히로라는 소년의 아픔은 사실 이제 막 사회에 던져졌거나 그 직전의 일본의(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의 아픔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일상에서마저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신비한 힘을 가진 여성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판타지다. 게다가 제로투, 이 캐릭터, 상당히 잘 뽑혔다. (작년인가 인터넷에서 꽤 유행을 탄 제로투 댄스의 그 제로투다.) 외모 건, 발언이건, 성격이건, 행동이건 규격 외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위험해 보이지만 저항할 수 없다. 어차피 이생은 망한 거, 그냥 망하나 제로투와 함께 망하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파트너 킬러라는 제로투와 파트너로서 전투 세 번 나가고 멀쩡한 사람은 없다지만, 꿈을 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2022년의 이 나라에서 제로투 같은 이성과 함께 싸운다니 얼마나 설레는가.     


로봇을 조종하는 저 자세에서 뭔가가 떠오른다면 정확히 보신거다

  독자를 소년에서 청년으로 올린 다음,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수위도 올린다. 원래 원작 애니—다른 일본 작품들과는 달리 여기서는 애니가 원작이다—에서도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남녀 파트너가 함께 로봇에 탑승하는 자세라든지, 기체의 모양이라든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노출 등은 만화판에 와서 수위를 확 올린다. 애니에 비해 신체 비율 등이 과장이 덜 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더 자극적이다. 애니에선 간단하게 넘어갔던 장면들도 만화에선 서비스 요소를 기어이 발굴해 버린다. 2018년 달링 인 더 프랑키스를 청소년기에 봤던 독자들이 2022년에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물론, 애니를 안 봤다고 해서 만화를 보는 데 전혀 지장 없다.)     


  그런데 이 만화의 성적인 요소는 단지 서비스 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전개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사실 성직인 면은 원작의 설정에서 꽤 중요한데, 이번 만화판은 초반부에 이것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앞으로 다가올 여러 사건들에 대해 밑밥을 충실하게 깐다. 달링 인 더 프랑키스가 확실히 19금 딱지에 어울리는 자극적인 만화 맞지만 그렇다고 소위 뽕빨물은 절대 아닌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여성 파일럿이 로봇과 연결하고 남성 파일럿 쪽에서 여성을 통해 로봇을 조종하는 설정이니 이런 대사가 나온 거지만, 확실히 노린 거다.

 

  원작의 이런저런 단점을 들어낸 채 믿을 수 있는 작가 야부키 켄타로에 의해 만화로 다시 태어난 달링 인 더 프랑키스가 부디 망작 소리 듣는 애니의 오명을 씻어주기를, 그리고 국내에서 완결까지 정발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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