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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Oct 17. 2022

전원 옥쇄하라!

전쟁은 미친 짓이다

  개인적으로 밀리터리 물은 별로 취향이 아니지만 일본이 지는 이야기를 보는 것은 싫지 않다.

저 폭격으로 일본군이 얼마나 얻어터지고 있을까

일본은 조선을 침략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어느 우리나라—일본 아님—정치인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몹쓸 짓을 저질렀고 지금도 별로 반성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일본이기에 그들의 군대가 얻어터지고 깨지면서 지는 것을 보기 위해 이 만화를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일본군이 말 그대로 얻어터지고 깨진다.

그것도 팔다리가 댕겅 잘려나가고 몸통이 분리된다. 그리고 죽으면서도 자신이 왜 이런 먼 곳까지 와서 죽는지도 모르는 채로 이국의 땅에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자기들은 안전한 곳에 있는 채로 그들에게 무리한 작전을 요구했던 이들은 그들에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전원 옥쇄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들이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군인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가해자임이 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작가도 이들의 침략적인 본성을 위안소에서 길게 줄을 서는 모습에서 숨김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그들이 가해자라고 해서 죽어 마땅하다거나 잘 죽었다거나 하는 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본국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원래 전쟁은 일으키는 사람 따로 나가서 죽는 사람 따로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 자존심을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영달을 위해서 시작된 전쟁은 힘없는 사람들을 대포밥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누군가를 멈춰 세우고 그들을 끌어내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전원 옥쇄하라!』의 작가 미즈키 시게루는 2차 세계대전 때 라바울에서 폭격을 맞고 한쪽 팔을 잃은 바가 있다.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전쟁의 무의미함과 비참함에 대한 만화이니 만큼 일독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 작품 『전원 옥쇄하라!』는 일본의 패색이 완연하던 1943년 말 뉴브리튼섬 코코포에서 시작하여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6월 세인트 조지곶에서 끝난다. 막다른 길에 몰린 그들에게 상부에서 주어진 것은 자살 특공. 전쟁이 끝난 후에 잿더미가 된 나라를 재건해야 할 젊은이들은 그렇게 스러져간다.     


  미친 게 분명한 명령을 내렸던 이들은 패전 후 살아남은 반면에 군의관처럼 『전원 옥쇄하라!』 에서 제정신이었던 이들이 죽어버렸기 때문에 전후 일본이 망언에 망언을 거듭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뒤에 있는 든든한 빽 덕분이지만 말이다.     


  비록 역사의 앙금 때문에 이 작품을 원래의 의도 그대로 감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쟁이라는 것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제의식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쟁이 벌어져도 자신은 안 죽을 자신 있는 이들이 선제타격 운운하는 것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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