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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Oct 18. 2022

나, 여기 있어요

웹툰계 성폭력 생존자의 만화

작가님 혹시, 정한섭 사건은 아시나요? 웹툰계에서는 유명하잖아요. 그 사건 피해자들은 업계를 다 떠났대요.


이런 만화에 대한 리뷰이므로 원치 않는 분은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세요


  이 작품은 만화계 성폭력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작가 자신의 경험담이다. 물론 이 작품의 작가가 웹툰에서는 어떤 필명으로 활동하는지는 알 수 없다. 작가인 디담과 브장에 대한 검색 결과는 이 작품 나, 여기 있어요가 전부다. 혹시 누군지 안다고 해도 비댓 포함 댓글 달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나, 여기 있어요는 작중의 사건을 겪고 난 주인공이 다른 피해자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주인공이 겪었던 사건을 언급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일종의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물론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 성폭력이 전부는 아니다. 그 못지않게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 가정 폭력, 직장 내 부당 노동 행위와 불공정 계약, 그리고 웹툰 업계의 부조리 등이 주인공을 억압하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어 있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이 작품을 발표할 용기를 준 사건이 몇 년 전의 미투 운동이었으니 이 작품 나, 여기 있어요에서 성폭력 문제가 중심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동그란 그림체 덕분에 독자로서 사건과 좀 거리를 둔 채 덜 힘들게—하지만 안 힘들었다고 말은 못 하겠다—감상할 수 있었다. 가족과 직장에서 권력자들이 그리고 권력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뚫린 입이라고 내뱉는 말인지 배설인지 싶은 것들의 버라이어티함이 빡침 게이지를 한껏 높인다.


  주인공으로서 저런 상황에서 저항하거나 다른 것을 선택하기 굉장히 힘들었을 거고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가해자는 추잡한 짓을 저질렀을 거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 심지어 국가 기관이 내뱉는 말은 피해자의 생채기를 건드린다. 친척에게 성폭력을 당해도 엄마라는 인간이 저런 말이나 하는 집에 다시 돌아가는 선택지가 주인공에게 가능했을까 싶다.


  작품이 다시 액자 밖으로 나오면서 주인공이 작품 시작에서 다른 피해자가 했던 질문을 마주하는 장면으로 돌아온다. 여기에 대한 주인공의 답은 어땠을까.


궁금하면 이 작품의 제목을 다시 보고 오시기를.



모든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분들에게, 힘들겠지만 한 번만이라도 주위를 보시라고, 그리고 당신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어딘가는 있을 거라는 말을 전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맺는다.



디담, 브장. 『나, 여기 있어요』 교양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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