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심리 Part.1
욕구(Need)와 욕망(Desire)의 차이
왜 우리는 안 사도 되는 걸, 또 사고 싶어 할까?
“방송을 보다 보니
필요해 보여서 샀어요.”
생방송을 하다 보면 고객들이 심심치 않게 이런 말을 한다. 사실은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갖고 싶어 산다는 말. 이건 ‘욕구(Need)’가 아닌 욕망(desire)의 언어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갖고, 얻고 싶어 한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명품 거리를 걷다 보면 유명 브랜드 가방이 갖고 싶어진다.
더 나아가 명성을 얻고 싶고, 돈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돈을 원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쇼핑을 할 때 정말 필요한 걸 사는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때로 불필요한 것을 간절히 원할 때가 있다.
입을 옷이 부족하지 않아도 옷을 사거나 집에 충분히 베개가 있지만 ‘숙면용’이라는 이름에 끌려 또 사게 된다. 지금 여러분의 옷장과 이불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이 순간의 감정은 분명히 “없으면 안 돼”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다. 그 경계를 바로 욕구(Need)와 욕망(Desire)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크리스 라반, 쥬디 윌리암스의 도서
『심리학의 즐거움』은 이렇게 말한다
“욕구는 결핍을 채우려는 본능이고,
욕망은 결핍을 의식한 후에 생겨나는 감정이다.”
배고파서 먹는 것은 ‘욕구’지만
이미 배가 부른데도
디저트를 찾는 것은 ‘욕망’이다.
심리학에서 욕구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 생각한다.
바로 “생리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다.
첫 번째, 생리적 욕구는 배가 고프면 무언가 먹고 싶어지는 욕구다.
생리적 욕구는 모두 항상성으로 균형의 조정에 따라 일어난다.
두 번째, 사회적 욕구는 사회생활 속에서 경험을 통해 몸에 배게 되는 욕구이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친화 욕구
목표를 높이 가지고 도전하고 싶은 달성욕구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승인욕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광고는 바로 이 의식된 결핍 ‘뭔가 부족한 느낌’을 건드리는 전문가다.
“요즘 같은 시대엔 이 정도는 집에 있어야죠.”
“다들 갖고 계신 거 고객님만 없으실 수는 없잖아요.”
이 문구는 기능 설명이 아니라, 결핍 자각의 언어다.
자크 라캉(Jacques Lacan)
우리는 ‘결핍의 감정’을 소비한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욕망을 이렇게 정의했다.
“욕망이란 어떤 결핍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결핍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자크 라캉 (결핍에서 욕망으로)즉, 우리가 무언가를 원할 때 실제로 부족한 게 아니라
“나만 없는 것 같아서”, “나만 뒤처진 것 같아서” 욕망이 자극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홈쇼핑 소비자에게도 정확히 적용된다.
고객은 왜 방송을 보다가 ‘사고 싶다’고 느낄까?
• 남들 다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없을 때
• 한정 수량, 마지막 수량이라고 할 때
• 누군가 추천하거나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즉, 상품의 기능적 필요가 아니라 사회적 비교와 결핍감에서 오는 욕망이다.
그리고 셀러(Seller)는 이 욕망의 트리거를 잘 알고 있다.
• “이건 사실 없어도 사게 되더라고요.”
•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나도 하나쯤 갖고 싶다는 마음.”
• “지금 마감 세일에서만 드리는 조건이에요.”
• “고객님, 이건 두 번째 고민하시면 품절입니다.”
모두 고객의 이성 자극이 아니라 마음속 ‘결핍된 나’에게 말을 거는 언어다.
요약
욕구 (Need): 결핍 → 필요 → 만족되면 멈춤
욕망 (Desire): 비교 → 결핍 자각 → 만족돼도 멈추지 않음
마케터는 욕구도 팔지만 진짜 중요한 순간에는 욕망을 설계한다.
욕구는 “없으면 불편한 것”이고,
욕망은 “없어도 되지만 갖고 싶은 것”이다.
욕구는 채워지면 멈추지만 욕망은 채워질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래서 우리는 욕구보다 욕망에 더 쉽게 사로잡히고 소비에 더 많이 동요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마케터는 욕구를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욕망을 세련되게 자극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참고문헌
· 김문성 편저, 『심리학의 즐거움』, 휘닉스미디어, 2011
· Jacques Lacan, “The Mirror Stage” (1949), in Écri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