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증상놀이(1)

<기적을 부탁해> 리얼리즘 난임극복소설

by 이소정

콕. 콕.

쑤셔오는 배에 따뜻이 열감이 오르도록 문지르며, 은설은 교무회의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내내 문 선생과 머리를 맞댄 채로 있었다.

“계속 콕콕 쑤시는 느낌이 나요. 샘, 이거 혹시 임신 증상 아녜요?”

앞뒤로 포진하고 있는 남자 선생들의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묻는 은설에게 문 선생 역시 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화답을 했다.

“테스트기를 해봐요.”

“아직 테스트기로 확인할 수 있는 시기는 아녜요.”

“난 평소보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임신인 거 알아서, 배가 콕콕 쑤시는 느낌은 잘 모르겠네.”

“엇. 저 가슴도 좀 그런 거 같은데...”

자신의 가슴께로 시선을 떨군 은설의 시야에 문 선생의 배가 들어왔다. 먼저 임신한 문 선생은 배가 제법 불룩해져 있었다.

“샘 이제 몇 개월이죠?”

“7개월 들어갔어요.”

“벌써 그렇게 됐구나. 이제 진짜 임산부 태가 나요. 걸음도 약간 변한 거 같고.”

“그래요? 아, 벌써 팔자걸음 걸어요, 저?”

“쪼끔? 별로 티 안 나요. 발레전공하는 예고학생 같아요.”

“저 발레전공 맞아요.”

“정말? 생활체육 아니고?”

“대학을 그렇게 가긴 했죠.”

“그럼 걸음걸이는 전공 탓인 걸로.”

체육교사인 문 선생은 아름다운 D라인에 집착했다. 은설은 문 선생을 만날 때마다 뒤에서 보면 임신한 줄 모르겠다는 말을 인사처럼 해주었다.

“사람마다 임신증상이 다르더라고요. 샘도 샘만의 증상이 있을 거예요.”

문 선생의 격려가 은설에겐 마치 ‘너만의 파랑새를 찾도록 하렴’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콕. 콕.

“아야.”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아냐, 그런 거. 배가 좀 콕콕 쑤셔서.”

“왜 그러지?”

“글쎄. 많이 아픈 건 아니야.”

“그럼 얼른 자. 자면 안 아파. 내일도 아프면 병원 가보고.”

별 일은 아니라는 듯한 은설의 말투 때문인지 준수는 더 이상 은설의 상태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준수와 등을 지고 누운 은설은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대신, ‘임신증상’이라는 키워드로 포털을 검색했다.




1. 가슴이 아프다.

- ‘아파. 속옷 솔기 때문에 쓰라려 죽겠어’


2. 졸리고 나른하다.

- ‘이건 뭐 맨날 그래서 알 수가 없네. 주중에 잠을 거의 4~5시간씩 밖에 못 자니까. 주말엔 쉰다는 핑계로 잠에 취해있고.’


3. 착상혈

- ‘······. 없음.’


4. 기초체온이 높아진다.

- ‘배란 이후엔 2주 내내 0.3도 정도 높던데. 지금보다 더 올라가야 하는 건가?’


5. 변비와 잦은 소변

- ‘헉! 변비! 나 지금 변비. 근데 7살 이후로 나는 늘 변비니까 이걸로는 알 수 없겠어.’


6. 분비물 증가

- ‘늘었나? 얼마큼 늘어야 임신인거지? 깜짝 놀랄 만큼 많이?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그냥 조금 늘었어도 임신증상으로 볼 수 있나?’


7. 피부변화

- ‘턱에 뾰루지가 두 개 났는데, 혹시? 아냐. 생리 전에도 뾰루지는 한두 개씩 꼭 났었잖아. 기미나 주근깨는 그냥 통과하고 싶다.’




관련된 글을 수십 편이나 읽고 링크에 링크를 타고 수많은 임산부들의 블로그를 뒤적였지만 보면 볼수록 아리송하기만 했다. 증상의 유무만을 따지자면 다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증상의 정도를 가늠해 판단해야 할 땐 어디에도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곳이 없었다.

"모르겠다."

"응?"

은설의 혼잣말에 놀라 잠이 깬 준수가 몸을 반쯤 일으켜 은설의 상태를 살폈다.

"아냐. 혼잣말 나온 거야. 다시 자요. 미안."

"놀래라. 얼른 자, 은설 씨도. 그러다 잠 다 놓쳐요."

"응."

은설은 좀처럼 오지 않는 잠만큼이나 자신이 임신증상인지 아닌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닫았던 휴대전화 검색창을 다시 열고, 은설은 문구만 다를 뿐 모두 같은 내용인 것들을 다시 무한히 반복해 보기 시작했다. 결국은 또 몇 시간을 포털 검색에 허비하고서, 비로소 은설이 까무룩 잠들었다.




“샘, 피곤해 보여.”

김 선생이 유자차를 건네며 은설을 걱정했다.

“요새 좀 그래요.”

“혹시?”

“모르겠어요. 맨날 누워서 ‘임신증상’으로 검색하다가 새벽이나 되어야 잠이 들어서. 임신 때문인지, 그냥 피로한 건지.”

“그놈의 핸드폰. 선생이나 애들이나 다 부숴야 해. 내 것도!”

김 선생이 자신의 핸드폰을 부수는 척 장난을 쳤다.

“선생님은 왜요?”

“난 주로 내일 뭐 해 먹을까 검색하다가 못 자.”

“검색포털을 지우면 쓸데없이 검색하는 버릇이 좀 나아질까요?”

“해봤어. 이틀 안에 다시 깔더라고, 내가.”

“하하. 그럼 말아야겠다. 나도 똑같겠죠, 뭐.”

“혹시라도 가능성 있는 거면 몸 생각해서 일찍 일찍 자고 그래. 별 것도 아닌 걸로 무리하지 말고.”

“네.”




김 선생의 ‘가능성’이라는 한 마디를 들은 이후로 은설의 몸가짐이 180도 달라졌다.

계단을 오를 때도 사뿐.

칠판의 판서를 지울 때도 가볍게.

복도를 가로지르며 뛰는 아이들을 보면 쫓아가 다그치기보다는 피하기에 바빴다.

‘혹시라도 모르니까.’

생리 전 증후군이 있을 때도 배가 부풀긴 했지만 이번 달은 유난히 더 불룩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은설은 좋은 생각만 하자고 다짐을 했다. 생리가 예정일보다 늦어질수록 은설의 기대도 빵빵히 나온 배만큼 더 크게 부풀었다.




생리예정일 아침, 은설은 진즉에 사다 놓고도 아직 써보지 못한 임신테스트기를 하나 꺼내었다.

“아침 첫 소변으로 하는 게 제일 정확하다고 했어.”

은설은 화장실에서 고개만 쭉 빼어 준수가 자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안방 침대 쪽에선 아직 준수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확실하게 확인이 되면 깨워야지.”

복잡하지도 않은 사용법을 몇 번이나 확인해 가며 은설은 임신테스트를 했다. 하릴없이 기다려야 하는 5분을 보내기 위해 은설은 의미 없이 숫자를 세었다.

천천히.

삼백까지.




5분 경과 후.

은설은 마지막 카드를 확인하는 갬블러처럼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테스트기의 표시선을 가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천천히 조금씩 손가락을 내려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한 줄.

너무도 단호한 한 줄이었다.

“너무 일찍 했나? 혹시 불량인가?”

한 번 더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은설은 임신테스트기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며 두 번 연속으로 사용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쪽으로 애써 생각을 몰아갔다. 사용한 테스트기를 버리려다가 은설은 준수가 확인할 리 없는 화장대 서랍 깊숙한 곳에 그것을 밀어 넣어두었다.

‘한 시간 후에 다시 확인했더니 흐린 두 줄 이어서 긴가민가 했는데 결국 임신이었다’는 글을 본 것이 자꾸 떠올라 도무지 버릴 수가 없었다.

“이따 퇴근하고 와서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몸은 종일 피로했다.

속도 조금 불편해서 점심을 몇 숟가락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더부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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