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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Nov 10. 2017

슈퍼 채널

요즘 미디어 업계에서는 ‘콘텐츠’와 ‘플랫폼’이라는 두 단어로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과거부터 콘텐츠의 중요성이야 “콘텐츠가 왕이다”라는 말로 이미 표현이 되어왔었고, 최근에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압도할 정도로 ‘플랫폼’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두 단어를 보통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백화점과 백화점에서 팔리는 상품으로 비유를 합니다. 플랫폼이 백화점이고, 그 백화점에서 팔리는 상품이 콘텐츠라는 것이죠. 너무 단순화하여 다소 거친 비유이기는 하지만, 이 비유에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백화점에 상품을 사러 갑니다. 상품이 좋지 않으면 그 백화점에는 사람들이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백화점 같은 판매 시설이 없다면 상품을 만든 제조업자는 물건을 팔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백화점은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자에게는 꼭 필요한 기반 시설인 것이죠. 백화점이라는 플랫폼을 거금을 들여 지은 플랫폼 사업자는 상품을 파는 제조업자에게 임대료를 받아서 돈을 법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자가 없다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서로 공생 관계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자에게 백화점이라는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는 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은 누구든지 참여가 가능한 영역이지만 건물을 소유한 플랫폼 사업자는 거대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이 참여가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너무나 많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이란 플랫폼을 거액을 들여지을 수 있는 사업자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건 당연히 플랫폼 사업자 즉 건물주입니다. 이러한 건물주와 임대사업자의 갑-을 관계가 역전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임대사업자의 상품이 너무 뛰어나서 대체 불가한 것 일 때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킬러 콘텐츠가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중요한 것이죠.

하지만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사업자들도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 앞에서는 약한 존재입니다. 어제의 킬러 콘텐츠가 오늘은 아무도 찾지 않는 식어버린 인기를 너무나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콘텐츠 사업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법은 콘텐츠를 가지고 사업자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콘텐츠 사업자가 제작한 콘텐츠들을 목록화하여 소비자에게 특정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해서 생긴 이미지가 발전하여 하나의 브랜드로 커가는 과정이 바로 콘텐츠가 채널로 진화하는 과정입니다. 킬러 콘텐츠가 브랜드를 가진 채널로 발전하여 소비자들의 변덕이라는 위험을 잘 견뎌낼 수 있게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는 것이 콘텐츠 사업자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과거 국내에서는 방송 플랫폼(송출 시설, 방송망)과 콘텐츠 제작을 모두 장악한 지상파 방송사들만이 이런 안정적인 구조의 채널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나, 인터넷과 모바일이 부상하면서 방송 이외의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킬러 콘텐츠를 넘어선 안정적인 구조의 채널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채널들을 <슈퍼 채널>이라고 지칭하고자 합니다. 미래의 미디어 시장은 ‘슈퍼 채널’과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 간의 힘겨루기의 격전지가 될 것이고, 콘텐츠 사업자들의 목표는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져 있는 ‘슈퍼 채널’로 진화해 가는 것이 될 것입니다. 미국의 방송 채널인 ‘HBO’나 ‘ESPN' 같은 슈퍼 채널이 이제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탄생을 하고 있고, 네이버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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