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찬수 Nov 13. 2018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 혁신과 MCN


4차 산업혁명
  
산업혁명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노동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현상을 일반적으로 지칭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1차 산업 혁명은 그동안 인간의 힘이나 자연의 운동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이용하여 생산을 한 것과 비교하여,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인간의 노동 생산성이 급격하게 향상이 되었던 사건을 말한다. 그 후에 전기 에너지와 분업화 생산으로 생산성이 폭발한 2차 산업혁명, 인터넷의 등장으로 유통 분야의 혁신이 생산성을 폭발시킨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으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산업 환경의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 논의들과는 조금 다르다. 아직 본격적인 인공지능의 실제 활용 사례가 많지 않아 이에 따른 생산성의 폭발적 성장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이 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도입이 인간 노동력의 대체를 불러올 거라는 무서운 시나리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래에 다가올 일에 대해 예언적인 성격이 강한데,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의 주장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의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논의에 대해 실체가 없는 마케팅 차원의 주장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의 사용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용어의 사용에 긍정적인 의견을 가진 학자들 사이에서도 강조하는 키워드가 서로 크게 달라 하나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대체적으로 인공지능의 발달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동력으로 생각되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와 잠재력이 가까운 미래에 인간 노동력의 대체라는 무서운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킬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창의성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가장 관심의 키워드는 바로 ‘일자리’이다. 미래에는 인간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어 사라져 갈 것이라는 무서운 예언이 거의 기정사실로 일반 대중에게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떤 직업이 사라지게 될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도 제각각이고 세계적인 석학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팽팽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일반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불안 요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HAL9000 이미지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이후에, 지금도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1968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최초로 영화에서 인공지능을 소재로 사용했다. 이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 인공지능은 사람과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고, 영화 속 우주선의 모든 기계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우주선에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들을 죽음으로 몰아내는 행위를 거침없이 실행하여 독립된 자아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미 50년 전에도 인간을 뛰어넘는 지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영화 속에서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수많은 SF영화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묘사가 있었고 이렇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져 왔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대체되지 않는 영역으로 창의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창작하는 능력은 사람만이 가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인공지능의 창작 활동에 대해 많은 실험과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그러한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음악, 미술, 문학 그리고 영화 등 거의 모든 창작 활동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실험이 한창이다.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기존의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었던 한계를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내자 어디가 한계인지를 시험하는 듯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을 쏟아내고 있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창작물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창작 사례 (그림 출처 : 신문과 방송 2017년 3월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AI 시대 인류에게 필요한 것: ‘질문’과 ‘탐구’”라는 논문에서 위와 같이 인공지능이 창작한 사례를 표로 보여주며 불과 1년 전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인간의 감성, 창의력, 비판력이 요구되는 일 또는 작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지만 인간의 감성, 창의력 등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미디어 창작 영역에도 인공지능이 진격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물론 그는 인공지능의 창작물들이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아름다움, 독특함, 미학 양식 등을 이해하고서 새롭게 창작물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창작품을 충분히 학습한 후에 여기서 발견된 패턴을 추출하고 이 특성을 변주하여 창작물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창작물과는 다른 기계적 방식의 창작물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인간의 창작물과 다르게 봐야한다는 이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제 막 창작의 분야에도 인공지능의 진입이 시작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셈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창의적인 분야의 일자리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을 하는 그동안의 의견들은 수정이 되어야만 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었을 때 경제적인 가치가 큰 변호사나 의사 같은 직업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들을 한다. 법룰 분야와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개발이 가장 활발한 이유는 바로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 투여되는 지본이상의 시장 가치가 있느냐가 사라지게 될 직업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산업혁명으로 단순 반복적인 육체노동이 기계로 대체되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고액 연봉의 지적 노동자(의료, 법률 등)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는 미디어 산업의 종사자인 작가나 프로듀서 등도 완전히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이 몰고 온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미디어 분야에도 불어오고 있다. 창의성이 있느냐하는 것이 인공지능으로부터 우리의 일자리를 지켜주지는 못한다. 창의성을 넘어 미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인공지능과도 협업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MCN과 미디어 혁신
  
미디어 산업은 창의성이 성공을 판가름 짓는 영역으로 인식이 되어져 왔다. 하지만 과거에는 일단 좁은 등용문을 통과하여 관련 회사에 취직을 해야만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거대 미디어 회사의 조직원이 아닌 개인은 자신의 창의력을 보여줄 어떠한 기회도 잡기가 어려웠다. 방송과 통신 회사들은 국가의 유한한 자원인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기반으로 대중문화를 선도해왔고 스타를 만들어내며 엄청난 영향력을 누려왔다.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이러한 영향력이 만들어졌지만, 개인은 조직 안에 있을 때에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조직을 벗어난 개인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기존의 보수적인 미디어 산업 환경에 MCN(Multi Channel Network의 약어인 MCN이 원래의 뜻은 개인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회사를 지칭하지만, 이 글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전반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으로 통칭되는 온라인, 모바일 전용 콘텐츠 창작자들의 등장은 혁신의 시작이 되었다.

스튜디오 룰루랄라 ‘와썹맨’, 흥베이커리 ‘최자로드‘

소셜 플랫폼으로 불리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거대 조직의 부품에 불과했던 개인이 이제는 독립적으로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스타를 뜻하는 ‘엔터테이너’라는 말과 ‘소셜’이라는 용어가 결합되어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라는 의미의 ‘소셜테이너’란 명칭이 등장했다. 그들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 동영상 플랫폼에서 활동을 하며 부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MCN의 폭발적인 성장과 팬덤의 형성을 지켜본 기존의 보수 미디어 기업들은 초기에는 관망을 하는 자세를 취하다가 점차 MCN 스타일 영상을 모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영상 실험에 참여를 하고 있다. 여전히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고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본류가 변화하는 혁신은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MCN이라는 외부의 자극에 반응을 하며 서서히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KBS(예띠스튜디오), MBC(Mbig), SBS(모비딕)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모두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었고, jtbc의 ‘스튜디오 룰루랄라’와 tvN의 ‘흥베이커리’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jtbc는 <워너비>와 <랜선라이프>라는 MCN 크리에이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제작을 하였다. MCN이 점차 주류 미디어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MCN은 공감의 미디어이다. 단순히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일방적인 전달의 공유가 아니라 받는 사람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공감의 미디어. 이런 MCN의 등장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바로 스타 탄생 시스템이다.

빌보드 소셜아티스트 상을 수상하는 방탄소년단(빌보드 뮤직어워드 방송 캡쳐)

그동안 거대 미디어 그룹의 자본이 스타를 일방적으로 만들고 팬들은 수동적으로 이를 받아들여 왔지만, 이제는 팬이 스타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최소 1년 이상 소셜 플랫폼에서 팬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창의성을 보여준 크리에이터들이 탄탄한 슈퍼 팬덤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스타로 등극을 하고 있는 것이다. MCN에서는 반짝 스타는 없다. 거대 미디어 그룹의 지원을 받는 기존의 스타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기존의 스타 탄생 문법과는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시대의 스타 아이돌이 성공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데뷔 초창기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여 그들의 공감을 얻어낸 스타이기에 탄탄한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소셜 공간에서 팬들과의 공감을 얻기 위한 소통이 대중매체에 많은 노출되는 것보다 중요한 세상이다.
이처럼 MCN은 기존 미디어 업계의 제작 기법이나 영상 스타일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뿐 아니라 대중 매체의 핵심 영역이었던 스타 생산 시스템을 기초부터 흔들고 있다. 소비자들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존의 영화에 안주하려했던 미디어 업계가 MCN의 파격적인 도전으로 변화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MCN
  
MCN의 등장으로 시작된 보수적인 기존 미디어 업계의 변화 그리고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결합되면서 이제 MCN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는 미디어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기존 미디어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했던 지상파 방송조차 시청자와의 접점을 조금씩 잃어가면서 시청률과 청취율이 떨어졌고 이는 곧 가장 큰 수익원인 광고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시청률의 하락으로 광고 수익이 급감하자 안정적인 제작 자원의 확보에 문제가 생겼고 이는 프로그램의 품질에 영향을 주었으며 그동안 철옹성 같았던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이 사라져버리게 된 것이다. 위기 속에는 항상 기회가 있는 법이어서 기존 미디어 업계의 위기가 MCN에게는 큰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TV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시청자들이 이러한 미디어 업계의 변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감각의 MCN 콘텐츠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기존의 미디어 업계가 막강한 영향력에 도취되어 변화를 거부하는 사이, 새로운 영상 실험을 과감하게 하고 있는 MCN의 도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젊은 층의 호응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몰고 온 MCN은 참신한 이미지를 선점하며 미디어 업계의 스타트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존의 미디어와 같은 영향력이나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미래 가치 면에서 마케팅 효과가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으며 기존 미디어의 대체재로서 변혁을 만들어낼 기대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이 MCN 업계에 더 큰 성장 가능성을 가져다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거대 기업들만이 이용 가능했던 첨단 영상 장비나 서비스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MCN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인 크리에이터에게도 보급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혁명이 가져다준 콘텐츠 창작의 대중화 시대에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서 개인 창작 콘텐츠가 거대 미디어 그룹들의 콘텐츠와 경쟁을 할 수도 있는 미디어 혁신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튜브 자동 자막 서비스 실행 화면

인공지능 기술이 개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주는 사례로 유튜브의 자동 자막 서비스를 예로 들어 볼 수 있다.
자동 자막 서비스는 영상 속 대화와 소리를 인공지능이 이해하고 이를 자막화하여 영상에 보여준다. 이 그림의 영상 속 자막은 제작진이 입력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의 인공지능이 영상 속 사람 목소리를 알아듣고 자체적으로 생성한 것이다. 여기에 이미 폭넓게 사용이 되고 있는 번역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결합이 되면 앞으로는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누구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은 개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창작 생산력을 높여주어 개인 크리에이터가 거대 미디어와 경쟁할 수 있는 개인의 플랫폼화(브랜드화) 현상을 더욱 가속시켜 줄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MCN과 만나면 미래의 미디어에 어떠한 변혁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업계 선도자의 아이디어에서도 우리는 엿볼 수 있다. MCN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혁의 아이콘으로서 무궁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MCN이 AI(인공지능)과 결합하여 ‘AI MCN’으로 진화를 하고 그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느냐는 물론 속단할 수는 없다. 여전히 MCN은 불확실한 수익원과 한정된 소비자라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그저 한 때의 유행처럼 스쳐지나가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MCN이 우리 미디어 업계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미래를 선도해나갈 새로운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그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것은 콘텐츠 업계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선택과 행동으로 결정될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차원의 창의적인 콘텐츠 창작 환경을 만들어보자.
  

                                                                            < 스낵미디어 산업 동향 Vol.2 에 기고한 글입니다 >              






작가의 이전글 <콘텐츠 마케팅 서밋 2018> 강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