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나이트(Fortnite)’는 거대한 '가상 경제 공동체'
메타버스를 선점할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세계 1위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는 게임 내 화폐인 ‘V-Bucks’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독립된 가상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게임 이용자들은 현금을 이 게임의 자체 통화인 ‘V-Bucks’으로 교환(환전)한 후 이를 게임 내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뭐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이 ‘V-Bucks’이라는 게임머니는 사실 ‘메타버스’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3D 가상공간’, ‘아바타’, ‘독립된 경제시스템’이 ‘메타버스’의 3대 구성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2020년에 18억 달러(한화로 2조원)가 넘는 수익을 냈습니다. 1년 동안 2조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다니 대단합니다. 이렇게 큰돈을 버는 이유는 역시 전 세계에 3억 명이 넘는 게임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미래의 소비를 주도할 Z세대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이곳을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최적의 플랫폼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큰 수익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포트나이트(Fortnite)’는 3억 명이 넘는 게임 아바타들이 2조가 넘는 돈을 유통시키는 거대한 가상 경제 공동체인 셈입니다.
이 게임은 무료지만 잘 즐기기 위해서는 여러 곳에서 돈을 써야만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스킨 세트, 댄스 동작 및 기타 장식 아이템 등 아바타를 꾸며주는 디지털상품들을 끊임없이 출시하여 소비를 유도합니다. 다양한 가상 상품들을 3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쇼핑하고 있기 때문에, ‘포트나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에픽게임즈’는 엄청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게임에 처음 입문을 하게 되면 기본 아바타가 등장합니다. 이 아바타는 공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Z세대들에게 아바타는 가상 세계에서의 자신이기에,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스킨’이라 불리는 패션 용품으로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는 것은 이들에겐 필수입니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작은 사치로 포트나이트는 큰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게임 이용자가 3억 명이니까요.
댄스 등 특정 동작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구매를 해야 가능합니다. 그런 행동을 못하면 또래집단과의 대화에서 소외되어버리기 때문에 이것도 사야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유행하는 콘텐츠나 스타와의 콜라보 가상 제품들이 출시됩니다. 이 중에 몇 개정도는 구매를 해야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쇼핑 버튼을 누릅니다. 시작은 무료로 할 수 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게임 안에서 돈을 써야만 합니다.
이러한 소비는 포트나이트의 자체 화폐인 ‘V-Bucks’으로 진행됩니다. 마치 하나의 독립된 국가처럼 자신만의 경제 공동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포트나이트의 가상 경제에는 개인들이 게임 내에서 가상 제품(의상, 장신구, 무기 등)을 구입하는 것 이외에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래 세대인 Z세대들 3억 명이 오랜 시간 모여 있는 가상공간이 대기업들에게는 군침 도는 마케팅 타깃일 수밖에 없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나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에는 게임이라는 콘텐츠 안에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있구요.
유명 스포츠 브랜드 Nike는 게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독점적인 조던(Jordan) 제품을 협찬했으며, 미식축구협회(National Football League)는 포트나이트 이용자들이 리그의 32개 팀 유니폼을 아바타에 장착 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러한 가상공간에서의 소비로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올라가고 현실 세계에서의 실제 제품 구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게임에 큰 돈을 쓰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존윅(John Wick)’과 ‘어벤저스(Avengers)’는 게임 이용자에게 자신들의 영화와 관련된 특수한 탄약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 협찬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의 K-POP 그룹 ‘BTS’도 포트나이트의 ‘파티로얄’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처음 공개하는 이벤트를 갖기도 했습니다.
이런 대기업과의 콜라보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관련 가상 제품을 아바타에게 입히는 것에도 자체 통화인 ‘V-Bucks’이 필요합니다.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이 ‘V-Bucks’을 사용할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포트나이트의 가상 경제 시스템은 더욱 공교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최근에 포트나이트 경영진이 발굴한 킬러 콘텐츠가 바로 가상 공연(Virtual Concert)입니다. 게임 내에서의 가상 공연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DJ Marshmello’의 2019년 슈퍼 볼(Super Bowl) 전날 이벤트가 약 1,100 만 명의 사람들이 끌어들이면서부터입니다. 이제 게임이 공연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술적 한계로 하나의 게임 서버에 최대 100명만 접속 가능하기 때문에, 가상 공연 화면에서 1천만 명의 아바타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각자 볼 수 있는 화면에 모인 아바타의 수는 100명을 넘지 못했죠. 우리가 대규모 공연에서 보는 수많은 관중이 모인 그런 광경을 아직은 게임 내 가상 공연에서는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안에서의 가상 공연에 Z세대들은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4월, ‘포트나이트’는 트레비스 스콧(Travis Scott)의 환상적인 아바타 라이브 가상 공연으로 기존의 기록을 깨면서 1,230만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습니다. 이 두 개의 가상 공연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음악 콘서트가 게임의 중요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포트나이트 이외에도 메타버스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에서도 다양한 가수들과 가상 공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로 엄청난 규모의 가상 경제 시스템을 보유하게 된 ‘포트나이트’, 그러나 아직은 ‘메타버스’라 부르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가상 상품을 창작하여 판매하는 것을 포트나이트가 독점하고, 사용자들에게 권한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포트나이트 경영진이 이러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상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창작과 자율적인 경제활동은 메타버스 생태계의 중요한 요소이기에 많이 아쉬운 판단입니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가 스킨 등 가상 상품의 창작과 판매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회사의 통제 안에서 창작물들을 관리하는 것이 가상 상품의 품질 관리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자유롭고 창의적인 이용자들의 자발성을 막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성장에 장애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메타버스 1위 후보로서 다소 아쉬운 이런 부분도 있지만, 포트나이트는 3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바탕으로 엄청난 규모의 가상 세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규모를 활용해서 매년 조 단위의 가상 경제 시스템을 가진 공동체를 발전시켜 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진 것은 포트나이트의 이러한 활약에 일정부분 기인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