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상상의 아이디어였던 메타버스(Metaverse)를 구현하여 엄청난 반응을 만들어냈던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
지금은 잊혀져버린 이름이지만, 미국광고연맹(The American Advertising Federation)의 2007년 보고서에서 2006년 미디어시장에서 발생한 가장 놀라운 현상으로 ‘세컨드라이프 돌풍’을 꼽았을 정도였을 정도로 당시의 열풍은 대단했습니다. 유명세를 타며 서비스 참여자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하자, 이러한 인기에 놀란 유명 기업들이 세컨드라이프의 가상 세계에 큰 돈을 투자하기 시작하였고, 세컨드라이프 열풍은 투기의 광풍으로 일반 대중에게까지 옮겨가게 됩니다. 2008년 세컨드라이프 주민으로 등록한 사용자가 1,200여 만 명을 돌파하였고, 2007년의 '세컨드라이프' 내 가상경제 총액(GDP)이 5억 달러, 우리 돈으로 6,000억 이상이었다고 하네요. 세컨드라이프를 만든 '린든 랩(Linden Lab)'의 CEO ‘필립 로즈데일(Philip Rosedale)’은 “나는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를 만든 것이다.” (“I’m not building a game, I’m building a new country.”)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비록 이 광풍은 잠깐 동안의 바람으로 끝이 났지만, 아바타의 가상 세계를 구현한 메타버스 몽상가 ‘필립 로즈데일’의 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세컨드라이프와 결별한 그는 여전히 가상 세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그는 자신이 꿈꾸었던 메타버스가 VR 기술로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VR 기반의 메타버스 ‘하이 피델리티(High Fidelity)’를 창업합니다. 이 VR 기반의 가상세계 구축에 세컨드라이프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또 한번의 히트작을 만들고자 한 것이죠.
세컨드라이프의 가상경제 체제는 ‘린든 달러(Linden Dollar / L$)’라고 불리던 자체 통화를 가지고 있었고, 메타버스 내의 부동산 개발이 가장 큰 돈을 벌었던 사업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VR 기반의 메타버스 ‘하이 피델리티’ 구축에 자체 통화와 부동산 거래를 강조하는 방식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하나 더 결합시키면서 시대적인 흐름까지 타고 가려고 하였죠. 그 새로운 기술은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VR’과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여 세컨드라이프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의 열기로 블록체인 기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관심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이상적인 블록체인 기술을 현실 경제에 결합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구요. 그래서 가상세계의 경제에 블록체인 기술, 가상화폐를 적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죠. 이런 배경에서 필립 로즈데일은 ‘하이 피델리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HFC(High Fidelity Coin)’라는 암호화폐를 자체 통화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메타버스 암호화폐인 ‘HFC(High Fidelity Coin)’가 가상 세계 창작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 줄거라 주장했습니다. 세컨드라이프의 경험으로 가상세계 창작물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술로 블록체인을 적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가상세계 창작물의 소유권과 진본성을 입증해 줄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로 콘텐츠 창작자들의 작품을 보호하고 가상세계 사용자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만 메타버스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는 메타버스에 지적 재산권 개념이 없다면 창작물들이 동의 없이 바로 복제되어 버리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창작하려는 동기부여가 사라지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HFC에 적용한 블록체인 기술은 창작자들의 작품에 코드 인증서를 할당하여 가상세계의 창작물에게도 원본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누구도 가짜를 만들거나 해킹할 수 없도록 해준다는 겁니다.
이렇게 그는 메타버스 경제체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사업을 추진하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2018년에는 47개국에서 배우, 예술가 및 음악가 400 여명의 아바타가 완전히 VR 기반의 메타버스에 모이는 최초의 음악 및 엔터테인먼트 축제 ‘FUTVRE LANDS’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메타버스 몽상가의 재도전도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지금 현재 ‘하이 피델리티(High Fidelity)’는 VR 기반의 메타버스 사업을 접고, 가상공간의 사운드 전문기업으로 영역 변경을 한 상태입니다.
메타버스 몽상가 ‘필립 로즈데일(Philip Rosedale)’.
그의 도전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꿈이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의 꿈을 실현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여 다시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가 됩니다.
메타버스의 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