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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Mar 10. 2016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인터넷 방송

2016 에띠스튜디오 새 출발

2015년 7월 시작한 KBS의 MCN 브랜드 ‘예띠스튜디오’.

시작과 함께 매주 수요일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했고, 지상파에 ‘예띠TV'라는 제목으로 편성까지 되면서 겉보기에는 너무나 활기차게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뼈아픈 시행착오를 참 많이도 겪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최초로 시도한 이 MCN 사업은 그 누구도 해본 적 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시도해 가면서 혼자만의 길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었기에 시행착오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외부에서는 흔들리는 예띠TV 방송을 보고 역시 안되는 것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를 대부분이 내리는 분위기였고, 비아냥과 함께 예띠스튜디오에 대한 관심도 차츰 사라져가 버렸다. 

하지만 6-7개월 간의 어려운 시간을 거치면서 ‘예띠스튜디오’는 소중한 경험을 자산으로 축적하고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아온 것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2016년이 시작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1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 진출을 위한 준비, 중국 유학생 자문단을 통한 중국 시장 학습, 그리고 트레저헌터와의 MOU를 통한 해외 공동 진출 모색까지 예띠스튜디오는 다른 MCN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며 멋진 모습을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작년 12월 예띠TV가 폐지되면서 중단되었던 인터넷 생방송을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하면서 좋은 시점을 찾고 있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어떻게 콘텐츠를 제작하여 유통을 하는 것이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2105년의 교훈을 새기며 준비하고 있던 인터넷 생방송의 재개 시점은 '알파고'라는 이름을 가진 인공지능이 결정을 해주게 되었다. KBS TV로 방송이 된 1국 대결이후의 나머지 대국을 모두 예띠스튜디오에서 인터넷방송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구글과 한국기원의 협조를 얻어 2016년 예띠스튜디오의 첫 인터넷 생방송을 오늘 시작했다.

워낙 관심이 높은 경기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인터넷 생방송을 시작하는 우리에겐 아주 적절한 이벤트였다고 생각을 한다. 개그맨 김학도가 진행을 하고, 이민진 프로 7단의 해설로 1시부터 시작된 방송은 별다른 홍보를 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접속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갔다. 특히 이민진 7단의 해설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며 댓글도 거의 칭찬 일색인 인터넷 방송에서는 보기 드문 흐뭇한 분위기의 방송이 되었다.

사실 기존의 TV 방송에 비하면 아주 적은 비용으로 제작을 하기 때문에  조금은 조악하고 거칠 수도 있겠다고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아주 휼륭한 수준의 방송이 제작되었다.  2015년의 뼈아팠던 시행착오가 우리 팀에게 준 경험과 지혜가 이번 인터넷 생방송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런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내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생방송은 끝날 때까지 긴장을 해야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2국에서도 이세돌 프로가 당연히 이겨주리라 생각했던 것이 마지막 부분에서 어극나기 시작한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쪽집게 해설을 해준 이민진 7단도 너무 놀라워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이런 긴 시간의 생방송 중계, 그리고 바둑이라는 차분하고 지적인 콘텐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MCN 하고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생방송으로 역시 KBS의 MCN 예띠스튜디오는 조금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던 방송이었다.

앞으로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에 있을 대국들도 모두 예띠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제작을 하여 인터넷 생방송을 하게 될 예정이다. 첫 시작으로 멋진 콘텐츠를 선택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이번 대국이 함의하고 있는 철학적 무게로 인한 우울함이 함께 공존하여 머리는 복잡하고 몸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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