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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Mar 21. 2016

MCN의 미래

MCN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국내 MCN 사업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1인 크리에이터들 중 몇몇이 꽤 높은 수익과 함께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인터넷 동영상 광고 시장의 크기가 아직 대규모의 영상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까지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MCN 사업자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단기간 내에 흑자로 돌아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이제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MCN 업체들이 모두 돈을 벌 수는 없겠지만, 2016년은 MCN에게 미디어 산업 전체가 변화를 하는 시작점이라는 것을 실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주고 있다. 아프리카의 별풍선과 유튜브의 광고 수익만으로는 MCN 사업이 더 큰 비상을 만들어낼 수가 없는 지금의 국내 시장 상황이 MCN 업계에게는 큰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MCN 사업은 이러한 난관을 넘어서 새로운 미디어의 대안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2015년 국내에서 MCN이 주목을 받고 크게 성장을 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10대 소비자들의 등장이다. 새로운 문법의 영상을 소비하는 10대들의 등장은 기성 세대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터넷 콘텐츠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들의 성장과 함께 점차 시장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2015년 상반기 국내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이 성장을 한 20위를 살펴보면 10개의 채널이 1인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이다. 4위인 ‘유지나키친’은 요리를 소재로 하는 채널이고, 7위 ‘김이브님’은 토크, 10위의 ‘토이푸딩TV’는 장난감, 11위의 ‘회사원A의 매일 예쁨’은 화장법(뷰티), 12위의 ‘양띵’은 게임, 13위의 ‘웨이브야’는 춤 등 요즘 10대들의 주 관심사를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보여주고 있는 채널들이 큰 사랑을 받으며 구독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 채널들은 사실 기성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과 형식의 영상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세대 간의 콘텐츠 소비 행태가 급격하게 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10대들의 부모 세대들에게서 자신의 자녀들이 이상한 콘텐츠 소비에 빠져있다는 푸념을 많이 듣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게임을 하는 방송을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자신의 자녀를 발견하고는 놀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게임 방송을 통해 대도서관, 양띵이라는 요상한 닉네임을 가진 1인 제작자들이 한 달에 수입이 몇 천 만원이 된다는 더 놀라운 얘기를 듣기도 한다. 

장난감 리뷰 유튜브 채널 ‘캐리 앤 토이’

그동안 뽀로로나 방귀대장 뿡뿡이를 보던 아이들이 이제 유튜브로 방송을 하는 ‘캐리’라는 여자에게 푹 빠져 있다는 사실도 너무나 신기하다. 

새로 나온 장난감을 소개하는 광고 같은 콘텐츠에 우리의 아이들이 너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아이들을 설득하려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10대들은 이미 기성 세대들과는 다른 영상 콘테츠에 대한 기호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10대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가 오늘날의 MCN 현상을 만들어냈다. 이들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영상 실험이 점차 그 저변을 확대해 가면서 만들어낸 미디어 업계의 변화가 바로 MCN에 응축되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10대들은 20대가 되는 5-10년 후에도 지금 열광하고 있는 새로운 문법의 콘텐츠를 즐기고 있을까? 아니면 지금의 20대 이상 성인들이 즐기고 있는 기존의 대형 미디어 업체들이 만들어낸 TV나 영화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을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20대 이상의 대부분 성인들은 스마트폰으로 TV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비록 플랫폼이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더라도 그들이 보고 있는 영상은 인터넷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 ‘무한도전’, ‘응답하라 1988’ 등의 TV 콘텐츠이다. 인터넷 오리지널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10대들이다. 과연 이들은 20대가 되었을 때 어떤 선택을 할까? 마치 10대 때 아이돌을 좋아했고 뉴스에 관심이 없던 시청자들이 20대가 되면서 점차 뉴스를 보게 되는 것처럼, 10대들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오리지널 인터넷 콘텐츠가 아니라 TV 콘텐츠를 주로 보게 된다면, 지금의 미디어 업계 강자들은 플랫폼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라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10대들의 선택이 MCN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법의 인터넷 오리지널 콘텐츠라면 미디어 업계는 엄청난 변혁을 맞게 될 것이고, MCN이 미디어 업계의 중심에 서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0대 소비자가 20대가 되었을 때 어떤 콘텐츠를 선택할 것인가? 이것이 MCN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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