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탁소] 왁스페이퍼를 사용하며

by 심가연

왁스페이퍼는 제본을 하면서 가장 많이 집었다놨다하는 종이다. 손으로 만져보면 기름기가 느껴지고 코팅이 되어 있는데도 그 종이를 올리면 트레이싱페이퍼처럼 뒷장이 비치기도 한다.


왁스페이퍼를 대고 제본풀을 바르고 붙인 책을 본폴더로 쓱쓱 밀어주기도 하고, 왁스페이퍼 위에 풀칠할 종이를 올리고 붙이기도 한다. 제본풀이 새어 나와서 책이 젖지 않게 할 때도 그 사이에 껴두기도 한다. 참 기능도 쓸모도 많아서 점점 애정이 생긴다.


책보수 활동가 수업을 들으며 선생님께 배운 것이 있다.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주 작은 자투리의 종이도 보수할 때 쓰일 수 있으니 함부로 버리지 않는 태도다. 그 오래된 종이들을 만지면서 쓰임새를 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곱씹어본다.


물건을 지나치게 쌓아두고, 저장장애가 왔다는 핑계로 그동안 나는 쉽게 물건을 버렸었다. 그게 미니멀하고 쿨한, 지금의 시대에 맞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단 한 장의 종이를 계속 만지작 거리면서 책을 고치는데 사용해보니, 도대체 이 종이의 수명은 언제까지일까 감탄하게 되었다. 내가 버리지만 않는다면 이 종이는 계속 나를 통해 쓰임새가 있을 게 아닌가.


나를 만나는 물건들도 결국, 나를 통해 어떤 쓰임새를 얻는다. 나도 그렇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와 만나 서로를 쓸모있게 해주는 빛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소중하게 무언가를 대한다는 것. 오래도록 만져준다는 것. 그런 일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말고. 내가 저장해놓은 물건들도 하나 하나 아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