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수요일 오전에 종종 책을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으로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서 책보수활동가를 위한 수업을 듣고 난 후, 만들어진 모임이다. 모임의 이름은 책탁소다. 책을 세탁해 주는 곳이라는 이름이다. 처음에는 책을 보수하는 일 자체가 요즘처럼 책이 빠르게 나오고 사라지는 시대에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도서관 사서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도서관 책들은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책이 훼손되는 수위가 굉장히 높고 빨랐다. 대출이 되는 순간부터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소중하게 읽으면서 손 때가 묻은 것과, 그저 내 것이 아니어서 함부로 책을 굴리다가 떨어뜨리고 비에 젖으면서 훼손이 되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새것이었더라도 제대로 바닥에 떨어지면 책등이 찍히거나, 바로 제본이 갈라지며 두 동강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훼손된 책의 제본타입에 따라 그 망가진 다양한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했다.
책을 보수하는 일을 하는 이유는 공공의 의미로 한다기보다는 소소한 재미 때문인 것 같다. 책의 상태와 과정을 보고 내가 책을 치료해 주는 것 같다. 그 과정은 아주 고요하고, 소박한 기분을 누릴 수 있어서 그 자체로도 즐겁다. 게다가 함께 하시는 분들과 어떻게 책을 고치면 좋을지는 나누는 과정도 재미를 더 한다.
아직은 시작단계. 새로운 훼손된 책을 만날 때마다 많은 물음표가 생긴다. 이 보드북은 어떻게 만들었고, 어떻게 수리해야 오랫동안 상태를 지킬 수 있을까. 우리가 들었던 수업이 있지만, 그 수업에서 다룬 책 말고도 여러 종이와 재료로 만들어진 책들이 다양하게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수리의 과정에서 나는 이런 질문을 한다.
"예쁘게 고칠 것인가? 아니면 더 튼튼하게?"
나는 언제든지 더 튼튼한 쪽을 택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 책이 금방 훼손되지 않았으면 해서다. 풀을 더 단단하게 많이 발라주고, 종이도 더 두껍게 대고, 그런 방식으로 나는 작업하고 있다.
이번 책은 단단한 보드지로 만들어진 유아책이어서, 책등을 단단하게 고정했었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서 북프레스기에 고정한 책등을 떼어보니, 책등을 펴자마자 쩍 하고 갈라졌다. 책등을 붙이지 말고 작업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맞았다. 책등은 붙었다 떨어졌지만 책을 읽는 데는 큰 지장이 없고. 면지가 떨어진 것은 수리했으니 다시 서고로 보냈다.
동아리 분들과 함께 책등을 어떨 때는 붙여야 하는가? 어떤 책에서는 붙이지 않고 두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토론해봤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노원에서 운영하는 책보수 동아리가 파견을 와서 수업해 줄 적에는 책등 사이에 플라스틱 판을 껴주기도 했었다는 아이디어를 듣기 했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요즘 책을 볼 때마다 나는 책 등을 좌우로 뒤집어 살펴보면서 답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