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쓰는 법
누구나 알 것 같지만 나만 아는 맛이 있다. 내가 우연히 찾아낸 환상의 밸런스. 이마트에서 파는 견과류 리얼데일리너츠와 피콕 에이클래스 플레인요구르트, 그리고 바나나의 조합이다. 다른 견과류도 먹어봤는데 리얼 데일리너트에 들어간 견과류는 소금이 들어가지 않아서 깔끔하고, 호두, 땅콩, 아몬드, 건포도의 간이 딱 맞는다. 한입에 털어 넣으면 적당히 달고 고소하다. 다른 견과류 봉지와 절대 그 맛을 비교할 수 없다.
물론 맛있어서만 먹는 것은 아니다. 사실 당뇨 전 단계로 6개월 간격으로 혈당체크를 하는 아줌마가 된 나는 점점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내과의사 선생님이 저혈당에 당뇨 전단계로 운동을 하며 식사조절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무리 혈당체크를 해봐도 내려가지 않는 수치. 식습관이 문제다. 밥과 떡 위주의 탄수화물 식단을 좋아하고, 밥 먹은 후 달달한 도넛이나 간식까지. 오랫동안 입에 배어버린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참 쉽지가 않다.
특단의 결정을 내린다. 냉장실에 몽쉘 박스를 추방하고 대용량요구르트가 집에서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 두고 먹기 시작했다. 배고플 때마다. 출출할 때마다 간식대용으로. 효과가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거울 속의 나를 마주해서 살펴본다. 무심한 주인을 만나 내 얼굴을 벌써부터 마흔이 되려고 한다. 내 나이보다 외모가 먼저 늘 앞서 마중을 나가 있는 것 같다. 다시 삼십대로 돌아왔으면 싶은데 운동을 해야 하나 고개를 숙여보면 뱃살도 두툼하니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 속에는 나이를 잊은 연예인들이 탱탱한 얼굴에 이십 대 뺨치는 외모로 로맨스로 찍고 하던데
, 억울하다. 왜 나만 나이를 먹는 것 같은지. 저속노화는 고사하고 급속노화가 진행 중이 아닌가.
더 군다가 인스타를 한번 켜보면 가슴부터 엉덩이까지 몸매도 빵빵하고, 얼굴을 조막만 한 미녀들이 천지다. 근데 그 여자들 어디 있는지 길에서는 거의 만난 적이 없다. 배 아픈 친구와 다 앱빨이라고 중얼거려 본다. 아무튼 예쁜 여자들이 많아 기가 죽고 배가 아프다는 소리다. 게다가 점점 나이까지 드니. 나는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까. 아침에는 살짝 크림도 바르고, 햇빛 아래 나갈 때는 모자도 쓰고 선크림도 바른다. 왜냐면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기미 때문이다. 탱탱하고 예쁜 모델 얼굴에 잠시 낯설게 그려진 기미 자국은 오히려 개성적 이어 보이지만, 진짜 늙은 얼굴에 진짜 생긴 기미는 햇빛에 바래진 종이 같다.
물 때가 끼여 흐릿해진 화장실 앞에서 한참 거울을 본다. 서른아홉을 살다 보니 나도 늙었다. 계속 늙고 있다. 아직 젊지만. 청년의 끄트리머리에서 거울 속의 나를 나라도 다정하게 보아준다. 괜찮아. 이 정도면 잘 버티고 있어. 그리곤 냉장고에서 요구르트 삼총사를 준비한다. 바나나를 잘라, 견과류 믹스너트 한 봉지를 뜯어 넣고 요구르트에 말아먹는다. 찹찹찹. 오늘 이 세련된 야식으로 조금은 관리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