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을 위한 세상도 있다
영화 <리얼 스틸>, <박물관이 살아있다> 등으로 유명한 숀 레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우리들의 영원한 안티히어로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을 맡은 <프리 가이>를 리뷰하려고 한다.
<프리 가이>는 '프리 시티'라는 게임 속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는 NPC (Non-Player Character) '가이'에 대해 그린다. 플레이어들의 재미와 몰입을 위해 존재하는 그는 매일 같은 커피를 마시고, 정해진 대사와 행동만 하며 살아가는 데 만족하는 '은행원 3' 정도의 배경인물이다. 무엇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삶을 살아가던 그의 눈앞에 평생을 기다려 온 완벽 그 자체의 이상형이 나타나고 첫 만남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감정과 자의식을 가지게 된 최초의 AI로 거듭난 '가이'는 NPC의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플레이어가 되어 그녀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게임 속 세상은 '가이' 같은 착한 플레이어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돈을 벌고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 은행을 털거나 NPC를 때리고 죽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런 시스템 속에서 '가이'가 선택한 방법은 착한 행동이다. 강도를 잡고, 악당을 제압하고 총을 뺏는 등 기존의 상식을 깨고 빠르게 레벨 업을 하자 단숨에 주목받게 되었다. 그의 이러한 NPC 친화적인 행동은 "세상에 그 누구도 하찮은 존재란 없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 이는 한낱 미물이라 생각해 함부로 대했던 것들에 대해 반성하게 함과 동시에 '보통'의 존재도 '특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단순히 흥미로운 플롯과 눈이 즐거운 액션에서 그치지 않는다. 디즈니가 저작권에 워낙 민감하다 보니 다른 영화 배급사의 작품에서는 디즈니 관련 장면을 보기 힘든데, 이 영화는 반대로 디즈니 영화로서 월트 디즈니 컴퍼니 산하에 있는 여러 자회사의 작품 오마주를 영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느 작품의 오마주인지 모르고 봐도 무방하지만, 알고 보는 관객들에게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게다가 반가운 얼굴과 목소리로 카메오 출연을 한 배우들을 보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영화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트루먼 쇼>가 떠올랐다. 이는 감독이 의도한 부분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사는 인물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을 그린다. 또한 바다 건너에 존재하는 해답과 진실을 찾아 길을 만들어간다는 점 역시 <트루먼 쇼>에 대한 오마주다. 그리고 또 <레디 플레이어 원>이 떠올랐는데, 게임 속 가상 세계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많다. 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인간이 게임 속 세계에 접속해 아바타를 조종했다면 이 영화는 게임 속 캐릭터가 자의식을 가지고 인간화가 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존재한다.
<프리 가이>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메시지를 가볍게 즐길 만한 소재와 함께 전달하는 점과 더불어 디즈니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재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눈과 귀 모두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이 영화를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