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화 Jul 11. 2019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배려

 사무실 근처의 한 대형마트.

일을 하다 보면 하다못해 군것질거리라도 으레 필요한 것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럴 때면 그곳으로 설렁설렁 걸음을 옮겨 몇 가지 품목을 사 오는, 나의 익숙한 방앗간 같은 곳이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굳이 카트나 바구니를 사용할 필요도 없을 만큼 소량의 물건들을 골라 양손에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서서 잠시 기다린 후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친절한 계산원은 벨트 위에 올려놓았던 내가 고른 물건들의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마지막 바코드를 찍은 계산원은 계산된 금액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내 손에 들려있는 신용카드를 향해 손을 살짝 뻗었다. 그의 손을 향해 카드를 건네는 순간 계산원은 나의 뒤에 있던 아주머니의 손에 들려있던 마트 포인트 카드를 바라보며 "카드로 적립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계산원은 나와 아주머니를 일행으로 여겼던 것이다.


 어떻게 그런 착각을 할 수 있었을까.

문제는 그 아주머니와 나의 거리였다. 앞쪽을 향해 있던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아주머니는 나의 뒤에 바짝 그야말로 바짝이라는 단어가 알맞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나의 뒤편을 향해 포인트 카드를 요청하는 계산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린 후에야 알아차렸을 정도로 우리의 밀착은 소리 없이 이루어져 있었다.

 심지어 뒤쪽에 서있던 그녀의 일행과 그 일행이 잡고 있던 카트와의 거리보다 나와 아주머니 사이의 거리가 더 가까웠다. 계산원이 오해하고도 남을 그런 거리였던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가장 기본 되는 원칙은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프라이버시라고 하면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컨텐츠의 측면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매너의 차원에서는 그 범위를 조금 더 확장시켜 개인의 공간이나 신체 등의 물리적 요소까지도 프라이버시라고 여길 필요가 있다. 

 이는 곧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묻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물리적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것도 포함이 되는 것이다.


 테이블 매너로 예를 들어보면 보통 서양식 테이블 세팅에는 후추와 소금이 담긴 양념통이 놓이는 것이 보통이다. 서브된 음식 맛을 보니 간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소금과 후추를 사용하고 싶은데 마침 양념통이 맞은편 일행의 앞에 놓여있다. 이럴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직접 일어나서 손을 뻗어 양념통을 가져오는 것과 상대방에게 양념통을 건네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예의 바른 마음이 풍부한 우리의 문화에서는 상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왠지 미안스러워 직접 손을 뻗어 가져오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서양의 테이블 매너에서는 손을 뻗어 상대방 앞에 있는 양념통을 가져오는 것을 실례라고 여긴다. 

 이는 곧 상대방의 개인 공간을 침범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 공간을 휴대 공간이라고 부르는데 한 개인의 휴대 공간은 연인이나 가족 같은 특수한 관계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침범에도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끼는 배타적인 공간이라고 본다. 이 공간의 크기는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60cm~120cm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공간은 비단 손과 같은 신체의 침범뿐만 아니라 냄새나 소음으로 인한 방해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중교통 안에서 냄새가 심한 음식의 섭취를 금지하고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것.  공공장소에서 지나친 소음을 자제시키는 것 등도 우리 모두의 휴대 공간을 쾌적하게 지키기 위한 방안의 일환인 것이다.


 타인을 위한 배려는 대게 아주 작은 행동들이다.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살짝 떨어져 있어 주기, 극장에서 냄새가 심한 음식을 먹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정숙을 유지하기 등등. 이런 작고 소소한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배려로 느껴질 수 있고 이 배려는 우리 사회 곳곳을 돌고 돌아 언젠가는 나에게도 돌아올 수 있음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글 : 글로벌매너강사 이상화



 

작가의 이전글 자동차의 상석은 어디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