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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화 Jul 24. 2019

당신은 매너 있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요?

 얼마 전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비를 맞으며 누군가의 휠체어를 밀어준 남학생을 찾는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우연히 한 남학생이 자신의 우산을 양보하고 비를 맞으며 휠체어를 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뭉클한 마음이 들어 학생을 찾아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진을 신문사에 제보하고 학생을 찾는 기사를 냈던 것.

 그리고 보름여가 흐른 뒤. 사진 속 학생을 찾았다는 후속기사가 올라왔다. 

고등학교 3학년의 이시원군. 동그란 안경을 낀 꾸밈없는 모습의 사진 한 장과 함께 였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비를 맞으며 힘겹게 휠체어를 타고 가시는 어르신을 우연히 봤고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서 도와드린 것뿐이라는, 평소에 남을 도와주거나 봉사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도움을 드린 게 알려져서 과대포장이 된 것 같다며 선행이 확산되는 데에 부담감을 표했다는 짧은 인터뷰가 있었고 기사의 밑으로는 칭찬과 응원과 감사의 댓글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매너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의심의 여지없이 그 매너 있는 사람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당위성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당위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칭찬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될 테니까.


 매너는 크게 두 가지의 구성요소를 필요로 한다.

하나는 타인을 배려하겠다는 마음, 즉 개념적 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마음을 실체적으로 표현하는 실행력, 즉 실체적 요소이다. 

 이 두 가지 요소의 형성과정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 사람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갖게 되는 과정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가정교육이나 조기교육 같은 단어들이 매너에도 적용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린아이들에게 부모들이 하는 교육 중 하나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으로 구분 지어 알려주는 것이다. 친구에게 그네를 양보한 아이에게는 좋은 행동이라며 칭찬을 해주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온 아이에게는 나쁜 행동이라며 야단을 치는 것이 그 예이다. 여기서의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은 사회적 기준에 따른 구분이고 아직 사회의 경험이 전무한 아이에게는 부모의 그 구분법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과 마음에 스며들게 된다.

유아기와 유년기 그리고 청소년기라는 긴 기간을 거치면서 부모에게 (혹은 잦은 왕래가 있는 주변인에게) 전해 들은 좋은 행동들이 곧 그 사람이 가지는 마음의 씀씀이가 되며 이는 매너의 첫 번째 구성요소인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애정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을 육체적으로 표출하는 실행력은 어떻게 함양이 될까.

이 세상 모든 육체활동이 그러하듯 매너에서의 실행력을 키우는 방법은 반복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것이 운동이든 일이든 공부든 자주 그리고 많이 반복함으로써 그 능력과 실력을 키우는 것처럼 매너 역시 자주 많이 해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물론 처음에는 어설프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횟수가 늘면 늘수록 익숙해지고 나아가서는 무의식적으로 매너를 행동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는 곧 매너 역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매너의 두 가지 구성요소가 한 사람에게 체득되는 과정을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메달 그 자체를 향한 것이 아니라 메달을 얻기 위해 땀을 흘려온 선수의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과 노력을 향한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매너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 매너의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따뜻한 마음과 부지런한 실행력을 잘 알기 때문이고 매너는 누군가의 수고로움을 반드시 동반한다는 사실 역시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매너를 만나면 가능한 한 직접적으로,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라면 마음속으로라도 반드시 칭찬과 경의를 표한다.


 내가 누군가의 매너를 향해 칭찬과 경의를 표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매너는 대부분 굉장히 사소한 행동들이며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행동들이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잠깐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나는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나타났다 사라져 버리는 우리 사회의 매너들이 너무 안타깝고 아깝다. 매너(에티켓)는 사라져 버리면 안 되는, 생생하게 살아남아 우리 사회 곳곳을 누비며 모두를 즐겁고 따뜻하게 만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너가 사라져 버리지 않게 하는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칭찬해주는 것이다.

매너 있는 행동을 해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칭찬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나중에 같은 상황을 만나도 잊지 않고 똑같이 매너 있게 행동을 할 것이고 이 과정이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매너의 양이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칭찬의 힘이고 내가 강의 때마다 주장하는 "매너의 선순환"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매너 있는 행동을 얼마나 알아봐 주고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칭찬을 해주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매너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회는 우리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함께 노력해야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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