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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화 Feb 10. 2019

자가용 없는 집 아들

 물욕이라고는 평균이하 수준인 나에게 몇 안되는 욕망 중 하나는 바로 자동차.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집에 차가 있는 친구들을 보며 늘 궁금해했었다.
집에 차가 있다는 것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그것은 부러움이라기 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웠다.
원래 부러움이라는건 그 맛(?)을 경험한 이 후에나 생기는 감정이니까.

 넉넉지 못했던 집안 형편과 운전면허는 커녕 두 자식들과 입에 풀칠하며 먹고 살기 바빴던 나의 부모님.
우리 네식구는 버스를 타고 창경궁에 나들이를 갔으며 지하철을 타고 구파발 맛집을 드나들었다.
씩씩하게 걸어서 평화시장에 새 옷을 사러 다니기도 했고 자전거를 타고 옆동네 마실을 다녔다.
나의, 아니 우리 가족의 삶 어디에도 택시를 포함한 승용차는 그렇게 존재하지 않았다.

 타던 차를 보내는게 몇 번째인지.
네번째인가보다.
그깟 차 처분해서 보내는 일이 뭐 그리 감성을 건드리는 일이냐고 누군가는 핀잔을 줄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저 딱딱하고 차가운 기계덩이에게도 정이 든다고, 그 정은 충분히 마음에 물결 수십개쯤은 만들 수 있는 무게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왠지 떠나가는 저 차와 함께 나의 인생 일부분이 툭 떨어져 나에게서 멀리 가버리는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새 차가 나오기까지 나흘.
새 차가 나오면 부모님 모시고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밥 먹어야지.
여전히 넉넉지 않고 여전히 면허가 없지만 여전히 열심히 살고계신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 아버지 모시고 좋은 곳에 가야지.

이제 우리 집에는 “자동차”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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