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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화 Feb 08. 2019

엄마의 생일상

 엄마는 꽤 놀라신 것 같다.

이번 생신은 외식말고 집에서 생신상을 차려드리겠다고 했다.

역시나 엄마답게 이 더운 날씨에 힘들게 뭐하러 그러느냐며 사양을 하셨지만 그 강도가 세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내심 행복해하시는 눈치였다.

부모님이 도착하시는 점심 전에 테이블셋팅을 완벽하게 마쳤어야 했으므로 우리 부부는 아침부터 정신없이 움직여야했다.

 엄마는 내 생일상을 차리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과 아들을 둔 탓에 오롯이 혼자서 해내야했을 두 자식의 그 많던 생일상들을 차리고 또 치우면서 나의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처음으로 차리는 엄마의 생일상을 위해 몇시간 동안 갈비를 찌고 해파리냉채를 무치며 들었던 생각은 제발 맛있어야 할텐데, 엄마가 좋아해야 할텐데 였다.

아마 어린날의 내 젊은 엄마도 그랬겠지.

1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아들의 생일에 그 젊은 엄마는 지금의 나처럼 음식이 맛있게 되길 아들녀석이 웃는 얼굴로 맛있게 먹어주길 바랐으리라.

넉넉치않은 살림살이는 언제나 위태로웠지만 자식의 생일상에 만큼은 그 팍팍한 인생을 한톨이라도 올리고 싶지 않았을.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비싼 고기를 조금 더 많이 샀을테고 조금 더 솜씨를 부렸을 엄마다.


 아들의 생일상을 처음으로 받은 우리 엄마.

차린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진작 했어야 했던 일을 뒤늦게 하게된 못난 아들의 후회같은 것들이 밀려왔다.

어린 시절 생일상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들을 정신없이 먹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밥상 맞은편 엄마의 표정이 지금의 내 표정과 같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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