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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읽고 쓰기

1092. 나는 말하듯이 쓴다(2)

강원국著, 위즈덤하우스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한 문장’을 향해 직진하라

나는 키워드, 핵심 문장, 주제문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 키워드를 찾고 그 단어를 백과사전에서 검색해 개념을 명확히 파악한 후 쓴다. 또는 내 글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할 문장들을 띄엄띄엄 써본다. 그렇게 핵심문장을 추리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쓴다. 주제문을 정하고 스기 시작하기도 한다. 이 방법은 노무현대통령에게 배웠다. 노대통령은 ‘무슨 말을 하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말하고 싶은 한 문장을 찾아냈다. ‘그래 이것으로 하자, 이걸로 하면 되겠다.’ 그 문장을 찾았을 때 기뻐했다. 그 후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한 문장에서 시작하라

결론을 한마디로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장이나 제안하는 글은 결론부터 쓸 수 있다. 비슷하게 결말을 한마디로 밝힐 수도 있다. 또한 속된 말로 낚는다고 하는 유인하는 한마디도 있다. 주의나 흥미를 끌기 위해 한마디를 툭 던진다. 주로 ‘그것 아십니까?’처럼 질문 형태다.


분량 늘리기

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다음은 살을 붙여나가야 한다.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한 문장의 의미, 이유, 원인, 배경, 맥락, 취지 등을 설명하는 것이다. 인용을 많이 하는 방법도 있다. 인용은 권위와 설득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말하듯, 친구를 만나 시시콜콜한 것까지 말하듯 결과뿐 아니라 배경과 과정까지 설명한다. 묘사나 설명도 자세히 하고 예시를 충분히 든다.

다각도로 써도 좋다. 한 면만이 아니라 여러 면을 두루 언급한다. 예를 들어 정치에 관한 내용이면 경제, 문화, 사회적 측면까지 덧붙인다. 범위를 확장하고 단계를 높여가도 살이 붙는다. 가정에서 이웃으로, 이웃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세계로 범위를 넓히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단계의 수준을 덧붙인다.


머리로 쓴다고? 손으로 쓰자!

쓰고 싶은 내용이나 아는 것을 두서없이 쏟아낸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종이나 모니터에 옮겨 놓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머릿속에서 정리한 다음 쓰려고 하나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생각이 많고 복잡할수록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풀기 어렵다. 그렇게 하지 말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그대로 쓰자는 것이다. 그다음 눈으로 보면서 정리하는 것이 쉽다. 추가해야 할 것과 줄여야 할 것도 보인다.


처음이 좋은 글

첫 문장은 글의 출발점이다. 전체 글의 함축이고 복선이며 독자를 유인하는 첫인상이다. 글쓰기는 첫 문장과 끝 문장을 단단하게 잇는 작업이다. 첫 문장은 다른 문장보다 영향력이 크다. 또한 시작이 반이라고 첫 문장을 잘 떼면 글이 술술 나아간다. 첫 문장이 다음 문장을 낳고 그다음 문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글이 엉키기 시작한다.

문제는 첫 문장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문장은 글의 전체 흐름이 잡혔을 때 그 일부로써 떠오르는 것이다. 전체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는데 첫 문장이 떠오를 리 만무하다. 글을 관통하는 것이 첫 문장이므로 전체 내용을 장악하지 못하면 떠오르지 않는다. 쓰다가 바꾸면 된다.

나는 첫 문장을 처음부터 쓰지 않는다. 아는 단어부터 채워가다 보면 어느 순간 첫 문장을 채우게 된다. 쓰다 보면 좋은 첫 문장이 떠오른다.


끝이 좋은 글

마지막은 잘 기억될 뿐 아니라 여운과 울림을 주기도 한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끝이 좋아야 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그런데 멋있게 끝내기가 만만치 않다.

글을 끝내는 방법 중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결론을 내며 끝내는 것이다. 해법을 제시하거나 판단과 결정을 내리면서 끝낸다. 지금까지 말한 것을 정리하며 중요한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제일 앞에 얘기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끝내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오늘 얘기한 것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으면서 끝낼 수도 있고 ‘어느 나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며 인용으로 끝낼 수도 있다. 좋은 첫 문장은 책을 집어 들게 하고, 좋은 끝 문장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54색 크레파스처럼 다채롭게

크레파스의 개수에 따라 그림의 표현 수준이 달라지듯 글 쓰는 일에서 어휘도 똑같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어휘의 개수, 즉 ‘어휘력’이다. 어휘는 글의 최소 단위이고 디테일이다. 디테일이 강하려면 어휘력이 좋아야 한다.

글이 좋지 않다면 생각이 없거나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물론 생각이 먼저다. 생각이 없는데 글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생각이 많은 사람도 글을 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어휘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휘력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기에 어휘력이 빈약하면 생각이 빈곤할 수밖에 없다. 어휘력을 키우려면 사전과 가깝게 지내면 된다.


논리적인 글의 조건

글은 사리와 이치에 맞아야 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있어야 하며 經緯(경위)가 바르고 말이 되는 글이 기본이다. 다음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고 핵심이 분명해야 한다. 또한 이유가 합당해야 소위 글발이 선다. 이유가 빈약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며 ‘뜬금없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비슷한 이유로 객관적이어야 한다. 주관적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쓰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비교와 대조다.

앞뒤 연결도 중요하므로 인과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또한 논점을 벗어나지 않는 글도 논리적이다. 무엇을 전달할지, 누구에게 전달할지, 전달해서 무엇을 얻을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근거가 풍부하고 확실해야 한다.


나가는 글: 행복한 삶

다시 읽어보면 볼수록, 아무리 봐도 잘 썼다. 책을 다 쓰고 나면 후회가 밀려오기 나름인데, 이 책은 아무런 미련이 없다. 다시 써도 이보다 잘 쓸 자신이 없다. 이것이 최선이다.

쓰면서 행복했다. 남을 위해 쓴다는 명목으로 나를 위해 썼다. 쓰면서 글 쓸 용기가 솟구쳐 올랐으며 언제나 내 편일 수밖에 없는 내 글을 읽으며 치유받았다. 글을 쓰는 한 내게는 희망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조차도 이 책을 쓰게 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이제는 당신이 행복할 차례다. 이 책을 읽으며 부디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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