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카에서 라테를 마셔보고는 잠시 유혹에 빠졌다
교토 숙소에서 기요미즈데라, 淸水寺(청수사)까지 2km다. 걸어갈만하다. 야사카신사 앞을 지나쳤다. 신사 앞에 서있는 토리이라는 빨간 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 봤던 무당은 트라우마처럼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데 토리이가 마치 무당집을 연상케 해서다.
청수사로 올라가는 길, 세속적인 길과 영적인 길이 있다. 청수사를 보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며 올라가는 영적인 길 대신 식당, 기념품점, 옷 대여점이 즐비한 세속의 길을 택했다. 다른 곳과 달리 많은 상점에서 호객행위를 한다. 길거리는 외국인, 내국인으로 넘쳐나 바닥보다 머리만 많이 보인다. 게다가 상인들의 호객소리와 단체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뒤엉켜 질펀한 시장바닥을 걷는 것 같다.
중국과 베트남 관광객 목소리가 커서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 목소리로 인해 삶의 중심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삶이 항시 평온하고 조용했다면 조용한 산사를 찾아 마음을 정화하고, 머나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삶을 뒤돌아보지도 않을 것이다.
청수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목조건물임에도 웅장하고 높다. 가까이서보니 압도당할 규모다.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 목조건물을 이렇게 크고 높게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불심이 깊다는 것을 표출하기 위함이었을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절터 입지가 좋다. 청수사도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교토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스님들이 중생들을 굽어보며 복을 기원하며 성불이 되길 기원하기 적합한 위치다. 반대편을 바라보면 병풍처럼 산이 둘러싸있다. 단풍 들면 멋진 배경이 될 텐데 아직은 조금 이르다. 단풍나무가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을 뿐이다.
청수사 本堂(본당)은 국보이기도 하다. 절벽 위로 돌출된 넓은 테라스가 있다. 약간 경사가 져있어 빗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게 되어 있어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관람코스가 매표소에서 본당으로 바로 이어져 있어 테라스가 허공에 떠있는지 몰랐다.
본당을 벗어나 멀리서 보고 아래에서 보니 본당구조를 알 수 있었다. 절벽 위 거대한 본당을 139개 나무기둥이 바치고 있는데 규모와 높이가 신기할 정도다. 높이가 4~5층정도 되는 듯하다. 추후 자료를 찾아보니 재질은 일본느티나무로 못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높이는 13미터로 아파트 한 층높이가 2.6미터이므로 정확하게 아파트 5층높이다. 못 없이 끼워 맞춤한 기술도 놀랍다.
이번 일본여행에서 세 번째 위시리스트는 ‘% 아라비카 교토 히가시야마점’에서 라테를 맛보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식빵을 맛봤고 첫 번째 위시리스트였던 ‘오카페(Okaffe Kyoto)’에서 커피도 한잔했으니 마지막 위시리스트다.
청수사에서 불과 650미터 거리에 ‘% 아라비카 교토 히가시야마점’가 있다. 아라비카교토의 라테가 맛있다고 해서 라테만 주문했다. 카페라테는 600엔이며, 교토라테는 650엔이다. 날이 더웠지만 핫과 아이스를 주문했다. 라테를 즐기지 않지만 라테는 핫이 아이스보다 밀크&커피가 잘 어우러진다.
라테 질감이 끈적거리며 커피와 잘 결합되었다. 가격차이가 있으니 교토라테의 커피 질이 높았을 것이나 밀크와 어우러져 맛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날이 더워 주문한 아이스라테가 시원하면서도 커피와 밀크가 겉돌지 않는다. 하지만 핫보다 결속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이스이기에 피할 수 없다. 밀크 양을 줄이고 커피를 투샷으로 했다면 맛이 올라갔을 것 같지만 빡빡머리 바리스터가 어련히 잘 말았을까 싶다.
커피는 고소하고 밸런스가 맞는다. 블렌딩을 했다면 남미커피를 메인으로 했을 맛이다. 강배전 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 라테용 커피는 조금 강하게 볶아야 하며 균형감 있는 커피가 잘 어울린다. 일본 와서 제일 커피다운 커피를 마셨다. 이곳은 drip coffee를 내리는데 Chemex Dripper을 사용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Dripper와 같아 반가웠으며 커피가 맛나게 내려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아라비카 커피는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있다.
아라비카에서 라테를 마셔보고는 잠시 유혹에 빠졌다. 라테를 좋아하지 않아 카페에서 주문하지도, 집에서 만들지도 않았는데 라테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테 만드는 공정이 조금 복잡하기는 하다. 손도 많이 가고..., 맛있는 라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