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는 고통과 먹는 재미사이에서 절충해야 한다
료칸에서 차려주는 밥을 먹을 때는 몰랐지만 평점 높은 음식점은 항상 만석이다. 다카야마에서는 이삼십 분 정도 음식점을 찾아다녀도 빈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작은애와 예비사위가 따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더니 용케 ‘미코토스시’집을 잡았다. 늦은 저녁이라 무엇을 먹어도 맛날 텐데 평점 높은 집이다. 우리 부부 같았으면 햄버거나 편의점 빵으로 한 끼 해결했을 테지만 가이드 겸 보호자인 아이들은 부양의무도 있고 특히 작은 아이는 먹는 것에 진심이다.
외국관광객 몇 그룹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한다. 카드가 되지 않고 예약, 인터넷이 어려운 나라인데도 관광객이 넘친다. 나이 많은 주인할머니가 ‘스미마셍’과 ‘아리가도고자이마스’를 남발하지만 ‘캐시온리’라는 유일한 영어도 능숙하다. 일본이 밥 먹기 힘든 이유는 디지털도입이 늦은 이유도 있지만 음식점 규모가 작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직업이 대를 이어내려 오는 전통과 음식점이 손님으로 넘쳐도 확장하지 않는 문화적인 배경으로 인해 예나 지금이나 음식점 규모가 작다. 테이블도 4명이 앉는 테이블도 있지만 2명이 앉는 테이블도 많다. 게다가 주방장과 마주 보며 앉는 ‘카운타 세키’는 일자형이라 우리 일행같이 4명인 팀은 불리하다.
어제 저녁식사 장소 찾는데 애를 먹었기에 오늘은 미리 서둘러 예약하기로 했다. 평점 높은 음식점 예약에 나섰으나 저녁 6시 이후는 만석이라며 예약에 실패했다. 관광을 일찍 끝낸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방문했으나 또다시 실패했다. 일본음식점은 2인테이블이 많아 여러 명이 다니면 예약에 불리하므로 오늘 저녁식사는 2명씩 헤어져서 먹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것을 포기하고 정육점에서 히다소고기를 구입해 숙소에서 구워 먹을 예정이다. 청춘 둘은 먹는 것에 진심이라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고 길 건너편을 보니 이 집 저 집을 기웃댄다. 음식점마다 대기손님들이 줄을 섰다. 정육점에 들어섰다. 냉장 쇼케이스 안에 부위별로 진열해 정육상태만 봐도 어느 부위인지 알겠다. 마블링이 좋을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나 마블링이 눈 내린 것처럼 소고기색상이 하얀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을까 봐 선 듯 손이 나가지 않는다.
목심과 부챗살정도 마블링이 있는 두 가지를 구입했다. 화우가격이 한우보다 월등히 비싼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눈 내린 것처럼 소고기색상이 하얀 부위는 100 gram에 13~15000원 정도하나 우리가 구입한 부위는 7~8000원 정도다. 소고기 가격은 한우와 비슷하거나 조금 헐하다. 슈퍼마켓에서 양파와 죽염을 구입하고 내일 아침용 식빵과 사과를 구입했다. 식당을 찾아 헤매고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래도 다카야마 음식점 사정은 양반이었다. 교토 음식점 사정은 더 좋지 않았다. 넘치는 관광객을 수용할 맛집이 부족한 느낌이다. 물론 아무 곳에나 들어가 식사하는 것은 문제없다. 교토에서도 첫날 저녁부터 식사 장소를 잡는데 애를 먹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닌 끝에 이자카야를 겨우 잡았다. 작은 음식들이 나와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자카야를 작은 아이가 좋아한다. 교토번화가 쪽 맛집들은 웬만해서 자리 잡기 어렵다. 일행이 4명이라는 약점도 있지만 줄 서기 싫어하는 부모하고 같이 다니는 아이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토에 도착해서는 렌터카도 반납했으며 관광도 따로 다니는 것이 편해 두 팀으로 나눠 다녔다.
교토의 주방이라는 니시키시장에서 줄 서지 않는 집에서 식사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재미이기는 하나 줄 서는 고통과 먹는 재미사이에서 절충해야 한다. 교토 에어비앤비 숙소는 교토번화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며 관광지는 아니지만 숙소 앞 ‘마루신 생교자 직매점’은 중화풍 생교자집으로 식사시간이 되면 줄이 길지만 이외 시간에는 줄을 서지 않는다. 달콤 찝찔한 탕수육소스를 올린 볶음밥이 시그니처 메뉴이며 생교자집답게 구운 만두도 맛나다.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했을 때는 이용하곤 했다.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구경한 날 18킬로, 25000보를 걸었다. 오늘은 음식점 찾아다니는 것도 귀찮아 저녁식사로 시나노골드 사과와 토스트빵을 먹었다. 편의점 식빵 식감과 밀도가 훌륭하다. 사과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시나노골드와 맛이 다르다. 단맛이 강하고 약간 새콤하며 과즙이 풍부하다. 시나노골드는 조금 푸석거리는 줄만 알았다. 교토에 와서는 그동안 먹었던 ‘秋映(추영) 아키바에’란 품종의 사과와는 이별하고 시나노골드와 사랑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