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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돈은 얼마나 있어야 행복할까?

하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은 확실합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돈은 인생의 전부이고 행복일까? 자주 이야기되는, 그래서 진부한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속물 취급받을까 봐 또는 품위 없어 보일까 봐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오늘은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행복하다고 느끼려면 연 1억 7400만 원을 벌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채널인 CNBC가 13개국을 조사한 결과 두바이가 27만 6150불, 싱가포르가 22만 7553불, 독일은 13위로 8만 8781불이었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인 개념이고 돈이 항상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돈이 필요합니다. 휴일이 되면 가장들이, 서민들이 고달프다고 하는데 결국에는 돈이 문제입니다. 다른 가족들은 해외여행 다니고 외식하는데 우리 가족은? 남과 비교해서 바가지를 긁으니 자존심 구기게 됩니다. 흔히 사택 생활을 하게 되는 우리 회사 직원들 마음은 더욱 편하지 않습니다. 옆집 원자로팀 누구 네는 새로 나온 대형차로 바꿨는데... 누구 네는 피아노도 새로 사고, 장롱도 바꿨는데... 사실 오지에 살면서 쇼핑하는 것 말고는 사모님들 樂이 별로 없으니 덩달아 바꿔줘야 가정이 행복합니다. 모든 것이 돈과 연관되며 요즈음 세상은 움직이면 돈입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는 해줍니다. 본인이 노력해서 부자가 되는 것은 박수받을 일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재벌이 또는 자본가가 경원시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사회주의와 친해진 이유도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많이 축적한 사람은 경원시할 대상이 아니라 경외시 해야지요.


승용차도, 피아노도, 장롱도 돈이 있어야 바꾸지만 그렇다고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재물이 쌓일수록 마음은 풍족해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디모데 전서 6.17에는 ‘덧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도 말며...’ 누가복음 12장에도 ‘어리석은 부자가 재물을 쌓아두기 위한 큰 창고를 지으려 하자 하나님께서 어리석은 자여 오늘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는다면 네 재물은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니 인생의 전부라는 말은 정답이 아닙니다. 물질만능은 천박한 자본주의입니다. 물론 나와 가족의 편의를 위해 돈은 필요합니다만 돈을 쓰면 쓸수록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을 보면 돈이 만능은 아닙니다.

온 세계인이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다는 마르크시즘의 확산은 실패로 끝났으며, 돈 많은 자본가들도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따뜻한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마르크시즘이 몰락했는가는 학술적인 고증과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경원시하던 자본가들이 주위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마르크시즘이 종말을 맞은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부자가 되려면 든든한 재력은 물론 마음도 풍성해져야 합니다. 아니 마음이 먼저 부자이어야 합니다. 돈은 많으나 마음이 빈한하면 얼굴이 편안해 보이지 않습니다. 돈은 없으나 마음이 부자이면 얼굴에서 여유가 흘러넘칩니다.


입사해서 같은 출발선상에 서는 사람들이 매년 몇 백 명 됩니다. 신입직원들이니 같은 조건과 같은 출발지점에서 출발하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집니다. 물론 진급에서도 차이나고 특히 사고의 격차가 많이 납니다. 직급 격차는 주로 본인 역량에 의해 결정되나 사고의 격차는 선배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선배들 사고가 출세 지향적이거나, 금전만능주의적일 경우에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후배도 그런 쪽으로 따라갑니다. 사내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요인 중 하나는 분명 직급 상승이지만, 존경할만한 선배를 꼽으라 하면 직급보다는 인간됨됨이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후배로부터 선배대접을 받는 사람은 분명 직급만 높은 것은 아닙니다. 후배들이 어려워할 때 카운슬링을 해줄 만큼 마음이 부자여야 합니다. 후배가 앞길을 찾지 못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 이를 치유해지고 앞길을 제시해 줄 만한 능력이 있어야 좋은 선배이며, 마음속에 존경할만한 선배로 자리 잡게 됩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 줍니다.


하지만 최근 시간외 근무수당을 주지 않으니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후배도 있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을 했으니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下手 선배에게 일을 배우고 인생을 배웠기 때문인가요? 돈 때문에 일하면 보람을 찾을 수 없으니 이것은 本末(본말)이 잘못된 것입니다. 회사는 특히 우리 회사 같은 경우, 근로자는 착취 대상이 아닙니다. 정부 지침에 따라 회사는 일한 대가로 집을 주고 자동차를 주고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돈을 줍니다.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회사입니다. 규정에 따라 하고 있기는 하지만 CEO라도 운신의 폭은 정부에서 이미 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정해진 임금 범위 내에서 돈을 받는 것이고 대형차를 사던 해외여행을 가던 아니면 불우이웃을 돕던 그것은 본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예전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동료는 이미 25년 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100억이 넘었습니다. 동료이자 입사 선배였던 그는 좋은 선배로 인식되지 못하고 퇴직했습니다. 돈은 많았지만 행복한 퇴직을 못한 원인은 따뜻하게 베풀지 못한 것도 있으며 주체하지 못하는 돈으로 휴일마다 부동산을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여가를 즐기지 못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따뜻한 마음 등 무형적인 재력과 100억 원의 유형적인 재력 간 균형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학시절 1년간 친구 집에서 친구동생을 가르치면서 입주가정교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시험 보고 온 놈이 ‘가정의 행복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돈’이라고 했더니 틀렸다면서 저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자기 생각에는 ‘돈’이 있어야 가정이 행복한데 왜 답은 ‘화목’인가? 돈이 있어야 가정이 화목한 것이 아닌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제가 땀을 뺀 적이 있습니다. 지금 같으면 돈보다는 화목이 우선이라고 자신 있고 조리 있게 대답을 해줄 텐데...


아파트가 아내 명의로 되어 있기는 하나 30년 회사생활에 제가 법적으로 보유한 금전적인 재산은 6년 된 중고차 한 대뿐이라 금전적인 측면에서는 실패한 인생입니다. 제가 축재에 실패했기에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축재에는 실패했지만 불행하게 살고 있지 않으니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누구나 중, 고생시절 공부가 인생의 전부냐?라는 의문사항을 가졌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답을 하셨지요.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도 학생의 전부는 될 수 있다고. 공부가 학생시절의 전부였으나 인생의 일부였듯 돈 역시 인생의 전부가 아닌 일부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인생의 전부일까? 저도 모르지요. 사람들은 그것을 찾기 위해 고민하며 살다가 죽습니다. 하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은 확실합니다. 위대한 先人(선인)들께서 이구동성으로 돈이 전부가 아니라 했는데도 우리는 선인들을 오해하고 의심합니다. 혹시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연말입니다. 명동성당 앞 구세군 빨간 냄비에도, 달동네 연탄을 나르느라 까매진 얼굴과 손에도 행복이 가득합니다.


위대한 영혼은 모두 오해를 받았다.

오늘 생각한 것은 오늘 분명하게 말하라.

그러면 오해를 받을게 분명하다고?

오해를 받는 게 그렇게 안 좋은 일인가?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예수, 루터,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은 모두 오해를 받았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사람들 가운데 순수하고 지혜로운 영혼은 누구나 오해를 받았다.

- 랄프 왈도 에머슨의 ‘스스로 행복한 사람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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