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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 이스털린 패러독스의 숨은 뜻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

by 물가에 앉는 마음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교수는 ‘일정 수준의 소득으로 일상의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꼭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사회주의, 자본주의, 부국과 빈국 등 30개국 행복도를 연구한 결과로 이를 ‘이스털린 패러독스(Easterlin Paradox)’라고 한다.

미국의 소득은 두 배로 증가했으나 행복도는 오히려 하락했고, 소득이 7배나 증가한 일본의 행복도가 최빈국 방글라데시보다 낮았다는 이야기다. 최근 연구결과는 소득이 연 7만 5천 불까지는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나 그 이상에서는 비례하지 않으며 커다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통계적인 숫자이니 시대와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행복은 국가의 최대 목표라는 행복 세계 1위 부탄이 위태롭다. 2010년 세계 행복도 1위에서 2016년 세계 56위까지 하락했다.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인터넷으로 정보가 밀려들자 내가 빈곤하다는 것을 알게 된 부탄국민들의 행복도가 급락했다. ‘행복은 관계인데 서구사람들은 관계를 맺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아니라 신뢰입니다.’라고 말한 부탄 유일의 싱크탱크 관계자의 말이 무색해졌다.

또 다른 연구결과를 보면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데는 사회적 비교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같은 사회적인 현상을 두고 작가 쥘 르나르는 촌철살인의 유머를 남겼다. ‘내가 행복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남들이 행복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으니 남보다 내가 잘 돼야 배도 아프지 않고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사회학적 조사에 의한 연구나 작가 ‘쥘 르나르’ 이전 비교가 불행을 몰고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스털린 패러독스’의 숨은 뜻은 ‘돈’도 필요하지만 ‘돈’에 목숨 걸지 말라는 것이 아닐까?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먹고살만하게 되면 ‘돈’이 아닌 다른 요인들이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 ‘가족’, ‘건강’, ‘인간관계’, ‘배려’, ‘나눔’... 등은 삶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이기도 하며 직간접적으로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

‘가족’이 늘어남으로 인한 행복은 대단하다. 결혼해 새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생겼을 때 행복을 회상해 보면 행복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최근 손녀가 생긴 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병을 앓고 있는 반려견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당연하게 존재한다고 믿는 것들에 의한 행복은 잃기 전까지 커다란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어렵다.

때로는 ‘일시적인 나태’, ‘無爲(무위)’, ‘내려놓기’..., 까지도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또는 쟁취하기 위한 치열한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무료하거나 나태한 시간을 즐기는 것, 자연 그대로의 무위, 재물과 지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 것에서도 행복을 만들 수 있다.


직접 행하지 않아도 행복한 소식을 듣거나 보는 것도 행복해지는 방법 중 하나다. 본인이 실천하여 행복해지는 느낌보다야 덜 하겠지만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되어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최근 젊은이들이 세상을 행복하게 변화시킨 이야기들을 모아봤다. 그들의 행위가 가식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더욱 좋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행한 젊은 연예인과 체육인, 무명의 젊은이들이 존경스럽다.


국방의 의무는 평등하고 신성한 의무지만 젊은 시절 그것도 인기 정점에 있는 시기에 군대 입대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뇌전증 진단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받도록 한 병역 브로커에서 출발한 ‘병역 비리’ 의혹이 스포츠·연예계 등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BTS RM이 군에 입대했다.

면제 기준이 없다 보니 BTS멤버의 군 입대와 면제에 대해 여론이 분분했다. 사익이 아닌 국익을 위해서라면 군 면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RM은 입대를 결정했다. 당연한 의무지만 인기 최절정인 상태이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젊은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화엄사 덕문 스님은 물었다. ‘군 면제를 받지 못해 서운한가?’

RM은 대답했다.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싶다. 그래야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다. 어른이 되는 시간으로 생각하겠다.’


손흥민 선수는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병역혜택을 받아 기초 군사훈련을 이수해 병역문제를 해결했기에 굳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월드컵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안와골절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월드컵에 출전하여 후배 선수들 귀감이 되었다. ‘국가에서 날 필요로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한 몸을 던질 것’이란 손흥민 선수가 한편으로 어리석어 보인다.

월드컵 16강, 축구변방에서 거둔 엄청난 기록이다. 선수 몸값으로 따지면 32개 출전국 중 26위다. 'impossible is nothing', 'never give up',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태극기에 써 놓은 글귀다. 청년들의 각오는 본인 몸값을 올리려는 것이 아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는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2022.12.26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횡단보도를 힘겹고 느리게 건너는 노인이 있었다. 한 청년이 노인에게 다가가 노인을 등에 업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지만 노인은 청년 덕분에 무사했다. 어느 누가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없고 예의 없다고 비난하는가? 비난하는 ‘꼰대’ 세대 중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이 안타까워 등에 업어줬던 경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추신수 선수는 코리안시리즈 우승 후 SSG 선수단을 지원한 관계자 55명에게 5천만 원 상당을 선물했다. 관계자들은 버스, 라커룸, 세탁실, 선수단 식당, 그라운드, 응원석 등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을 지원하신 분들 이디.

추신수 선수는 2020년 메이저리거시절 코로나펜데믹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이너리거 191명에게 1인당 1000불씩 생활비를 지원했다. 2012년 1억 3천만 달러(7년, 약 16백억)에 계약했기에 큰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코로나 펜데믹시 대구시에도 2억여 원을 기부했으며 보이지 않는 기부천사로 알려져 있다. 23년도 연봉은 10억이 감액된 17억 원으로 샐러리캡 도입에 따른 후배 선수들을 위해 연봉삭감을 받아들였다. 선수대기실 개선을 위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추신수 선수로 인해 야구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 아래는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을 검색하면 따라 나오는 이야기다. 이스털린교수가 1974년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발표하며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한적한 바닷가. 성공한 사업가가 호화 요트를 정박하고 해변을 거닐다가 야자수 그늘 아래 드러누워 놀고 있는 어부 하나를 발견했다.

"고기를 잡고 계신 것 같은데 이것들을 잡는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많이 안 걸렸수다."

"그럼 더 많이 잡을 수도 있었겠군요. 더 많이 잡으면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아요?"

"뭐, 가족들 먹을 정도랑 친구들 나눠줄 정도만 있으면 되는걸."

"그럼 남는 시간에는 뭐 하시는데요?"

"낮잠 좀 자고, 아이들과도 좀 놀고, 아내와도 좀 놀고, 뭐 그런다오. 저녁에는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친구들 만나면 포도주도 한 잔 하고, 기타도 치고, 뭐 그러고 보내지요."


이 말을 듣자 성공한 사업가가 말했다.

"저는 하버드대학교 출신입니다. MBA를 가지고 있지요. 제가 아저씨를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아저씨가 잡은 물고기를 소비자에게 직접 팔아서 나중에 통조림 공장을 열게 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아저씨는 생산에서 가공, 유통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손에 넣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멕시코 전 지역은 물론 전 세계로 수출도 할 수 있지요."

"음... 그렇게 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소?"

"한 10년에서 15년 정도면 됩니다."

"그럼,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우?"


성공한 사업가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답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주식을 상장하고 주식을 팔아 엄청난 부자가 되는 거죠. 수백만 달러를 손에 거머쥘 수 있을 겁니다."

"수백만 달러? 수백만 달러를 갖게 되면 그다음에는 뭘 하면 되우?"

"그다음에는 은퇴해서 작은 바닷가 근처에 집을 지은 다음 낮잠 좀 자고, 아이들과도 좀 놀고, 아내와도 좀 놀고, 저녁에는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친구들 만나면 포도주도 한 잔 하고, 기타도 치고, 뭐 그러고 보내는 거죠."

"지금 내가 그러고 있잖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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