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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16. 2024

865. 무릉도원, 희원에 와봤던가?

 2024.01.30 전통정원 희원에 다녀왔다. 대부분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앱을 운영한다. 호암미술관에 가본 지 오래되어 ‘리움, 호암미술관’ 회원으로 가입 후 관람예약 하려는데 전통정원인 희원만 예약되고 호암은 되지 않는다. 통신상의 문제거니하며 희원만 예약하고 호암은 현장에서 조치하려 했다. 

 아쉽게도 호암미술관은 전시준비 중으로 관람불가하여 희원만 구경하기로 했다. 희원을 구경한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당시에는 호암미술관 관람이 목적이었었나 보다.

이처럼 특정 목적을 갖고 사물을 보거나 일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한정된다.

 입장료는 만원으로 호암미술관을 관람하지 못했으며 겨울이라 꽃도 없이 황량했으므로 가성비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뷰맛집이다. 꽃피는 봄이나 단풍 고운 가을에 오면 눈요기거리가 많을 듯하다.

 희원 동문인 읍청문 너머에는 이병철 회장 묘소가 있는 곳이다. 관람객은 읍청문까지만 관람할 수 있다. 정원은 크거나 화려하지 않고 단아하고 오밀조밀하다. 전국의 문인석과 장군석은 희원에 모두 모아놓은 듯 석상이 많다. 안내도에 ‘석인의 길’로 명명된 곳뿐 아니라 곳곳에 석상이 있다. 

 ‘푸바오’를 보기 위해 에버랜드에는 줄지어 차가 들어가는데 이곳은 관람객이 없다. 관람객은 단 2명으로 시설관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관람객이 없어 호젓하고 여유 있게 개인정원을 거닐다 시피했다. 꽃피는 3월에 다시 찾으면 좋을듯하다. 

     

 올해는 개화시기가 늦다. 네덜란드에서 벚꽃을 보러 온 작은아이와 친구는 벚꽃을 보기 위해 3월 중순 일본 교토와 도쿄를 다녀왔지만 만개한 장면을 보지 못했다. 60~70% 정도만 개화했단다. 분당 중앙공원에 벚꽃이 만발한 4월 5일 희원과 호암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분당의 꽃풍경도 훌륭했으나 벚꽃을 보기 위해 비행기 타고 온 젊은 청춘들에게 분당 중앙공원 보다 멋진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쉽게도 희원은 벚꽃개화가 늦었다. 홍매와 백매가 한창이나 벚꽃은 5~60%만 개화한듯하다. 앞뒷산 벚꽃도 이제 피기 시작했는지 산색은 희뿌연 색이다. 자신하며 큰소리쳤던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희원은 산속에 있어 계절이 늦는 듯하다. 

 네덜란드에도 벚꽃이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심어놓은 30여 그루의 벚꽃군락은 나름의 명소가 되어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구경하기 어렵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한단다. 

 젊은 청춘들은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일본, 호암미술관, 잠실과 한강, 정독도서관, 경복궁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어디가 제일 예쁘냐 물었더니 바로 집 앞에 있는 분당 중앙공원과 율동공원 벚꽃이 제일 예뻤단다. 이곳저곳 다니며 고생할 필요 없다. 한 곳에서 때를 기다리면 된다.

     

 호암미술관에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unsullied, like a lotus in mud'전이 열리고 있다. 아이들 관심은 벚꽃구경에 있어 전시회는 스쳐 지나가듯 관람했다. 세계 각국에서 공수해 온 보물급의 진귀한 불상, 탱화와 장삼, 가사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자기로 만든 백자불상이었다. 금, 은, 동 이나 석재, 목재 불상은 여럿 봤으나 백자불상은 처음 구경했다. 

 불상도 한, 중, 일이 다르다. 물론 한국인 정서상 한국불상에 정감이 간다. 일제 강점기 때 부여에서 출토된 금동관음보살입상은 신비한 웃음을 머금은 얼굴과 늘씬하고도 유려한 곡선미를 갖고 있다. 중국 불상은 퉁퉁한 몸매를 가졌고, 일본은 중간정도의 몸매이나 얼굴표정이 예술적이지 않다. 처음 본 백자불상은 청나라 때 작품으로 놀랍게도 유럽수출용 백자불상은 유럽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놀라운 상술이다.

     

 호암미술관 앞 저수지 이름은 삼만 육천지, 삼만 육천지안에 작은 섬이 있고 작은 섬에 거미모양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멀리 보이는 거대거미 조각상 이름은 ‘마망(엄마)’이다. 루이스 부루주아의 작품으로 세계 6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실외에 전시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멀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마망은 엄마거미가 뱃속의 자식을 지키기 위해 다리를 넓게 뻗고 있는 모성애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할 법한 기다란 다리를 하고 있는 외계동물을 연상하게 되니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조형물을 감상하고 있다.  

     

 호암미술관 주차장은 아주 넓고 3군데나 있다. 2024.04.01부터 주차요금을 징수키로 하여 30분당 1500원(카카오 앱을 이용하면 1000원)이다. 유명한 빵집 태극당도 호암미술관 안에 팝업스토어로 오픈했다. 태극당을 보면 ‘모나카’를 먹어줘야 예의인데 점심을 먹어야 하기에 참기로 했다.

 네덜란드 청춘들에게 무엇이 먹고 싶냐 했더니 소박한 짜장면이라 한다. 미술관 주변에 이름난 중국집이 없어 맛이 검증된 분당에 있는 중국음식점으로 향했다. 중국집 기본이자 국룰인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시켜 뷔페식으로 식사했다. 네덜란드에서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 먹었다는 불쌍한 아이들은 짜장면, 짬뽕, 탕수육 맛에 감탄한다. 하긴 15시가 가까운 늦은 점심이므로 라면을 먹어도 감탄할만한 시간이다.

 오늘 벚꽃아 덜 피어 눈 호강을 시켜주지 못했어도 소박한 짜장면으로 입 호강을 시켜줬으니 아빠 노릇은 했다. 그런데 짜장면 가격은 소박하지 않았다.

     

 불과 2개월 만에 호암입장료가 14000원으로 인상되었다. 삼성이 2023년 반도체분야 적자로 인한 인상인가? 40%나 인상하게.

     

* 4월 11일 벚꽃이 만개했다 하여 다시 찾았다. 희원 앞산이 꽃 천지다. 세 번째 방문 만에 대단한 경치를 보게 되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어떤 것도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을 이길 수 없다. 시선을 좁혀 마망을 가까이 보고, 시선을 멀리해 삼만 육천지 넘어 희원 앞산 꽃천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만약 武陵桃源(무릉도원)이 있다면 바로 저곳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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