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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정신 Jun 10. 2022

병원 밖 환자 생활

꼰대력 테스트

 넉 달 동안 네 번의 입원과 두 번의 수술, 역시 두 번의 조직검사와 그 외 기타 등등을 마치고 퇴원한 요즘의 일상에서 갑자기 기록하고 싶은 (나만의) 이벤트가 이어졌다. 망설이다 짧게 남긴다. 기록은 소중하므로.


 아름다운 이별


 운전을 하는데 뒤에서 엠블란스 사이렌이 울려 백미러를 보았지만 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양보를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느 어쩌나 하고 있는데 내 앞차가 우측으로 붙어가기 시작했다. '아, 우측이로군!' 도로 위에선 24년 차 초보(?)이기 때문에 종종 이런 일이 있다. 이번에도 구세주는 나타났고 나는 유레카를 외치며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브레이크도 밟아가며 응급차를 성공적으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나의 구원자와도 작별해야 했다. 고속도로 IC가 나오자마자 그 차는 빠져버렸던 것이다! 아마 응급차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가던 길 가던 행보였던 것 같다... 때마침 라디오에선 학생 때 좋아했던 '아름다운 이별'이란 곡이  나오고 있었다.


 혼자만의 거리두기

 

 일상으로의 회복이 선언되며 학교는 이제 거의 코로나 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는 나는 혼자만의 거리두기를 하느라 남들은 모를 스트레스를 받는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두 명의 여학생들이 재잘거리며 다가오더니 나를 패스하고 먼저 식판을 들었다. (나도 아직 안 잡은 식판을!) 순간적으로 아름다운 양보도 생각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은 무려 교육의 현장임을 자각하고 외쳤다.

 "줄 안서요?"

 설마 그들에게 내가 짧고 굵은 울림을 주었던 것일까? 그제야 두 학생은 변변한 사과도 없이 내 뒤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요즘 학생들은 인사를 잘 안 하는데, 이런 경우까지 있다며 스트레스받고 식판을 들다 문득, 나 혼자만 앞사람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학생들 눈엔 내가 식당 줄과는 무관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네...'

 전적으로 이번 일은 그 학생들 잘못만은 아니라는, 물론 미안함을 얼버무리고 만 잘못은 인정되지만!  


 꼰대력 테스트


 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출근길에 마침 라디오 DJ가 '라테 테스트'를 들려준다기에 쫑긋 귀를 세우고 손가락을 꼽아보았다. 결과는 난 무려 3개로 '파워 MZ'! 혹시나 하고 다시 되짚는 DJ 덕분에 나도 확인해 봤지만 역시나 3개! 그래 아재 개그를 좋아하긴 하고 나보다 늦게 오는 후배는 불편해 하지만 난 꼰대는 아니었다! 

 다음 주부터 병원 일정 시작인데, 그래도 힘 좀 났다! 


에일리, 아름다운 이별 https://youtu.be/t6 ydjtYxx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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