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고집이 너무 세!?
요즘 일을 하고 있으면서 소통이 안되어서 이렇게 힘든적이 처음인것 같다. 요주의 인물인 그 형님은 같이 일하는게 처음 하는게 아닌데도 어떻게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이전에 일할때도 형님에게 힘든점이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마지막회차에 형님이 하셨던 말이 기억이 난다. "너는 고집이 너무 세. 너 고집센거 알지?" 나도 어느정도 고집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저런 이야기를 들을 만큼의 어떤행동을 하지는 않은것 같아서 어떤점 때문에 그러시는 건지 물어보았다.
"아니 저번에도 기억나? 그 포커스 타이밍 가지고 얘기했을때 A때 넘겨야한다고 하는데 자꾸 B때 넘긴다고 했었자나."
기억이 안날수가 없었다. 저번회차.. 포커스 타이밍을 논의 하던중 내가 A때 넘길까요 B때 넘길까요 물어봤었고 연기 타이밍이 계속 달라져서 촬영감독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A때 넘기겠습니다. 하고 계획대로 A때 넘겼고 연출부쪽에서 다음의 요청은 B때 한번 넘겨주세요라고 요청이 와서 "알겠습니다. B때 넘기겠습니다." 하고 준비를 할때였다. 그 때 우리 카메라만 돌아서 바쁜와중에 갑자기 내 모니터 옆으로 오더니 하시는말.
"A때 넘기지 말고 B때 넘겨야 돼"
"네 이전에는 타이밍이 좀 애매해서 A때 넘겼는데 이번엔 B때 넘길거에요"
"아니 그러니깐 B때 넘겨야된다고"
"네 저도 알아요. 아까는 B때 넘길 타이밍이 안나와서 못넘겼어요"
"아니 말을들어 B때 넘겨야된다고"
"네 형 알고 있어요 B때 넘길거라니깐요?"
"아오 일단 슛가고 좀 있다가 말해"
이런식의 같은말을 하고 있는데 서로가 다른 대화가 오고간 그날의 이야기를 꺼낸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나도 많았다. 나도 B때 넘기겠다고 계속 말을 했는데 왜 A때 넘긴다고 생각을 하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했더니 돌아오는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너가 그렇게 아니라고 또 고집을 부리면 나도 내가 들은대로밖에 말을 할 수 없어 너가 A때 넘기겠다고 했고 그래서 계속 B때 넘기라고 한거야"
무슨말을 하고 있는건지 정말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내가 했다고? 더군다나 그 당시 내가 한 이야기와 정반대되는 이야기를? 나이트씬이 끝나고 새벽 아침 댓바람부터 이런 말도안되는 소리를 계속 듣고있어야 하는 내 모습에 정말 현타가 오는 순간이었다.
진짜 너무 억울해서 들이 받아야되나 몇번을 되뇌었는데 일단은 참았다.
참은 이유는 단순했다. 내 밑에서 일하는 동생들을 건들 것 같아서였다. 이 고집이 세다는 말을 하기 전에 여기까지 사건이 흘러들어 온 이유가 있는데 그건 그날 끝나고 뒷정리를 할 때의 일이었다. 형님과 메인세컨 동생이 뒷정리를 할때 잠깐 이야기를 하는중 우리 막내 친구가 무전기를 걷겠다고 달라고 했었나보다. 충분히 나는 막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만약 그게 나였다면 뒷정리를 하고 있을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미안해서라도 무전기를 내주었을것 같다. 그런데 형님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뒷정리가 끝나갈쯤 나에게 오더니 "막내 석이가 무전기를 뒷정리시간에 불쑥 찾아와서 걷는데 어떻게 생각해?" 나는 이게 형님이 언짢다는 표현인지를 알지만 별것도 아닌일로 대수롭게 구는게 싫어서 모르는 척했다. "뭐 때문에 그러세요? 저는 그런걸 못봤어서 그리고 보통 무전기는 제가 많이 걷었는데요." 보통 많은 회차동안 막내 석이가 뒷정리때 일이 많다보니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으려고 내가 무전기를 걷는 날이 많았고 석이 성격상 눈치를 많이 보는 친구라 눈치보다 자기일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무전기 걷는건 내가 걷는게 더 빠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식으로 하는지 보여주고 나처럼 눈치를 너무 많이 보지 않고 걷어도 된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좀 더 몸으로 부딪혀가며 일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날이 언짢았던 형은 내 입에서 제대로 교육을 시키고 알려주겠다는 말이 듣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내 동생들 건드리는게 한 두번이 아니라서 나는 끝까지 그얘기를 하지 않고 모르쇠를 깠고 본인의 입에서 본인이 불편했다고 말하기 전까지 잠자코 있었다. 내가 형님이 불편하시면 무전기를 맨 마지막에 걷도록하겠다. 라고 하니 갑자기 화를 내셨고 왜 화가 났는지는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신의 불편함으로 무언가가 바뀌는게 기분이 나빴나보다.
"너는 왜 말을하면 다른말을 자꾸 꺼내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돌려말하냐? 나는 내 용무중에 무전기 걷겠다고 오는 석이가 무레하다고 생각해 자기 일하겠다고 일하는중인데 불쑥 들어와서 무전기 달라는거 무례한거 아니야?!"
결국에는 자기가 불편했다는 소리를 하려고 문제없는 석이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부터 시작해서 저렇게 행동하게 냅둬도 괜찮은거냐고 빙빙돌려서 말한거였구나.
알고는 있었다만 너무 석이의 일하는 스타일과 반대되는 스타일로 석이를 이해하는것 같아서 할말이 없었다. 눈치보느라 자기일 못하고 얼어있는 경우가 많은 애를 자신의 무전기 걷는것으로 자기일만하는 고집스러운 친구로 만들어버리다니...믿을수 없었다. 이전에 내 바로 밑에 세컨 혁이에게 향하던 분노는 이제 좀 사그라지고 갑자기 석이에게로 화살이 꽃혀버렸다. 그리고는 이전에 혁이에게 했던 말을 고스란히 석이에게 똑같이 하며 "아직 막내 석이는 습관같은게 안들어있을때 바로 잡아야된다. 그러니 잘 방향을 잡아주어야한다."
"다. 석.이.를. 위.한.일.이.다. "
제일 화가나는 말중에 하나였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일하지 않는다고 일 잘하고 있는애를 한 순간에 무레한놈으로 만들어버렸고. 어이가 없었다. 왜 이렇게 싫어하는 사람을 콕 한 명을 만들어야 되는건지 이해가 도무지 되지 않았다. 이런 사건의 발단으로 나는 끌려가 또 둘이 해가 밝도록 고집이 세다는 설교를 들었고 결국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낀 나는 알겠다는 말만 하며 계속 정 반대되는 말들을 견뎌야했다.
출근 하기전 이 글을 정리하니깐 오늘 출근길이 너무 막막하다. 미세 먼지도 많다는데 휴 오늘도 잘 지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