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는것

우리는 누군가의 염려와 싸우고 있다..

by 영화스탭


저번에 형님이 크게 화를 낸 다음날 촬영팀 모두는 렌탈샵에 모였다. 원래는 A캠만 가도 크게 문제없는 것이었으나 할 이야기가 있다고하여 B캠인 우리도 모두 같이 나가게되었다. 그날은 강원도로 선출발 출장 예정이 잡힌 날이기도 했다. 모이자고 한 시각은 오전 11시! 나는 뭔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낸 후 내가 늦으면 기분이 더 언짢을까봐 열시반부터 부랴부랴 도착해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씩 도착하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그 형님이 오시지 않는다는것... 이미 렌탈샵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끝내고도 남은시간. 만나기로한 시간의 한시간 반정도가 지난 열두시쯤에나 형님이 도착하셨다. 자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본인 할 일만 조용히 해가며 이런저런 기기 테스트를 하고 있는 형님의 모습에 복장이 터졌다. 본인은 지금 와서 보고있는거지만 우린 이미 한시간 넘게 여기에 있는데.. 이야기를 하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전전긍긍만 하고 있는 나였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고 오후 2시 30분 정도였을까 어제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무려 도착해서네시간만에 말이다. 나는 할일도 없이 그냥 네시간을 버린느낌이 들어 너무 기분이 나빴지만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형님은 어제 화를 낸건 미안하긴하다. 미안하긴 한데 화를 낸 이유는 이러쿵..저러쿵.. 어쨋든 내 말을 듣지 않은건 문제가 있다며 이게 사과인지 질책인지 모를 이야기들이 한바탕 쏟아졌다.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형님이 덧붙인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개선했으면 하는 건의사항있으면 이야기해라 예의나 격식 차리지 말고 이야기하자 막내부터 해봐!”

어이쿠! 아니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말을 할 수 있을까.. 막내는 본인의 과오를 반성한다는 이야기 한다. “제가 아직 모자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그러자 형님 “아니 그런말 말고 건의사항!” 이 말 한마디에 분위기는 질책에서 흡사 숙적제거를 위한 인민재판이 된 것만 같았다. 아니 형님 대체 분위기를 이렇게 만들고 애들이 무슨 얘기를 하길 바라는거에요. 어제 갑자기 화내서 분위기 망친건 우리가 아니라고요! 라고 간절히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고 막내에 이어 다음 순번도 다 다음순번도 자신의 문제라며 반성과 사과만 되풀이했다. 내 순번도 별 다를것이 없었다. 할 수 있는건 사과나 하며 비위를 맞추는것뿐.. 그러자 형님 말하시길 “내가 어렵니?” 더 편하게 이야기 하라고 다그치듯 말하는 형님. 하지만 분위기는 절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고 모두가 이 인민재판 분위기가 끝났으면 했다. 그러나 평소 원하는 답이 나올때까지 같은말을 반복하는걸 아는 나는 그나마 애들이 당연히 편할수는 없을것 같다며 아무래도 형님이 우리 상관이고 우리 대장이다보니 쉬울순 없고 더 소통을 잘해나가며 팀을 조율하겠다고 이야기를 멋쩍게 꺼냈고 서로 힘내보자며 잘 갈무리지었다.


이것으로 불편했던 이틀 동안의 소동이 끝나고 아무일 없던것처럼 우리는 강원도로 향했고 회식이 잡혀있어서 고깃집으로 향했다. 맛있는 음식들을 눈앞에 두고도 회식내내 얼마나 불편하던지.. 아이들도 자리를 빨리 떠버렸다. 팀분위기가 그래도 이런느낌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된건지.. 다시 갈길이 멀어졌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냥 나도 들이 받았을텐데 이제는 제법 팀을 좀 이끌어봤다고 잘 유연하게 넘긴것 같아서 내 스스로가 대견했다. 물론 나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었지만.

반면 교사 삼아 원래도 그러지 않았지만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라는 다짐을 하면서 여태까지 만들어왔던 분위기를 다시 쌓아갈 방법을 구상해본다. 착잡하기도하고 이렇게라도 마무리 된게 다행스럽기도하고 여러만감이 교차하는 날이었다.

현장이 딱히 문제없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왜이렇게 걱정과 염려로 피곤하게 일을 하는건지..

요즘은 직면하고 마딱드린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형님의 염려들과 고군분투하고있는건 아닌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기분이다.


일할때 윗사람의 기분이 팀전체에 대한 분위기가 된다는걸 항상 명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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