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하면서 가장 힘든것들..

일이 힘드냐? 사람이 힘들지?

by 영화스탭

요즘 막 크랭크인을 해서 달리기 시작한 영화가 있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가 들어와서 매번 드라마판을 전전거리다가 너무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같이 일을하는 스탭들도 내 윗선으로는 다 아는 형님들뿐이라 너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것 같아서 행복 작업이 될것 같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10회차가 넘어가자마자 내 예상과는 다른 흐름으로 일이 전개가 되어가고있다. 보통 영화현장은 프리랜서들의 집합체기 때문에 처음 크랭크인하고 시작할때는 서로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걸린다. 대게 10회차 정도 넘어가게되면서 점점 손발이 더 잘 맞고 20회차 정도 넘어가면 눈빛만봐도 아는 사이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현장 분위기가 너무 이상하다...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촬영팀 분위기가 말이다.. 문제는 왜 자꾸 이렇게 되는건지 모르겠다.. 일이 전혀 바쁠게 없고 오히려 우리가 너무 빨리 준비가 되서 시간이 많이 남는 상황이 연출되는데 왠지 모르게 나랑 같이 퍼스트로 일하고 있는 형은 불만이 굉장히 쌓여있는것 같다. 내가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게 어찌되었든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촬영 퍼스트로 일하기 전부터 같이 일했던 이 형님은 내가 아는 한 굉장히 FM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었다. FM대로 안하면 뭔가 되게 큰일이 날것처럼 말하고 걱정하는 스타일이랄까.. 내가보기엔 조금 꽉 막혔네.. 라고도 생각이 되던 형님인데 그때 버전의 형님이 있고 지금 버전의 형님이 있는지 내가 아는 그 형님스타일로 맞춰서 일을 하려고 하니깐 화를 엄청나게 내었다.


그날은 공동묘지에서 촬영하는 날이었는데 화근은 카메라 다리들을 현장으로 끌고 내려온 일이었다. 이번 작품은 촬영팀을 제외한 다른팀도 인원들이 적었다. 저예산이다 보니 촬영팀이 보통 A캠 4명 B캠 4명해서 총 8명 인원구성과는 다르게 A캠 3명 B캠 3명이 배치되어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형님은 효율적으로 팀을 움직이고 싶었나 보다. 묘지에서 핸드헬드 세팅(카메라 다리가 필요하지않은 세팅)을 한다고 전달을 받고는 카메라 다리를 하나도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나보다. 근데 그 사실을 A캠끼리만 공유하고 있었고 B캠인 우리는 원래 하던대로 카메라 다리를 한세트씩 내렸다. 나는 이런 방식을 그 형님이 좋아할줄 알았다.. 그 형님과 일할 당시에 나는 형님에게 '이렇게 까지 해야되나?' 라며 느낄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형님이 나에게 항상 하는말은 '우리는 준비하는 사람이니깐 만약을 대비해야돼' 라는 식이었으니깐.. 근데 이게 왠걸 갑자기 형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카메라 다리를 옮기고 있는 막내를 보며 말이다.. 다리를 왜 옮기고 있냐며..

왜그렇게 까지 분노에 휩쌓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본 형님 모습중에 가장 분노에 휩쌓여있는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완전히 나에게 척을 지듯 나는 이제 지시를 내리지 않겠다며 나에게 알아서 하라는데 이거 원.. 갑자기 이렇게 급발진하고 삐져버린다고?! 우리가 한두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한것도 아닌데?! 사실 카메라 다리들을 하나씩 정도 챙기는건 언제든 대비할 수 있게 기본준비정도 해두는거라 크게 잘못됬다고 할만한 사항은 아니었다. 근데 내가 자꾸 자신의 말을 안듣고 내맘대로 한다고 느껴졌는지. 내가 아는 형님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건 전달상의 오류인데... 하...


갑자기 그 형님의 분노섞인 한마디에 나 또한 깊은 빡침을 느끼며 수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형님은 그날 끝까지 '나는 지시하지 않을게 너네들 알아서해' 라는 말로 일관하며 촬영팀 분위기는 곱창나있었고... 나도 화가 많이 났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연신 죄송하다며 일을 진행시켰다. 근데 웃겼던 포인트는 그렇게 화를 한바탕내고 다음 촬영 셋업에서 다리가 필요한 순간이 왔고 바로 다리를 써서 조금 나로서는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미 화를 낸건 화를 낸거고.. 이전부터 B캠친구들을 탐탁치않아하긴 했지만 첫인상 때문이라고 정도만 생각했지 점점 나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선입견이 쎈 사람인지는 전혀 몰랐다. 이런 베테랑이 화를 내는데는 그래도 이유가 있었을텐데


퇴근하면서도 계속해서 의문점이 들고 내가 뭘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대체 뭘까... 갑자기 왜 이렇게 까지 등을 돌리며 싫어하는걸까.. 진짜 많은 고민을 해보았는데 답을 찾지 못했다. 생각을 하다가 이게 내게서 잘못을 찾는게 맞는걸까도 싶었다. 나도 내 나름대로 나의 팀을 이끌어가야되는 상황에서 나보고 지시를 하지 말라는식으로 얘기를하면 어떡해야할지..원.. 도통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일련의 상황들이 일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생기니깐 미칠노릇이다. 차라리 일하는거에 있어서 문제가 생겨서 그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거면 해결방안이라도 찾아 나가겠는데 이건 문제가 없는데도 문제를 만들어서 해결해야되는 방식이다보니 나로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지 감이 안선다. 나도 이제 꽤나 이 바닥에서 짬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장에서 일하면 자주 듣던 얘기가 추위와 함께 정말 뼈저리게 스미는 날이었다.


일이 힘드냐? 사람이 힘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