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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의미 Mar 16. 2022

최초의 기억



조용히 안방에서 문을 잠근다. 작은 움직임도 감지한다. 아무도 없지만 확인차 문고리를 이리저리 만져본다.


침대는 높다. 시트 천을 끌어당겨 상체를 올린다. 앞구르기를 하듯 고개를 잔뜩 숙이자 다리가 따라 올라온다. 낑낑거리며 프레임을 밟고 매트 위로 올라간다. 몸 만한 베개도 함께 올라가야 하니 힘은 두 배가 들 수밖에 없다. 왜 하필 그 베개냐 하면,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이 베개에 애착했기 때문이다.


베개 끝이 뭉툭하다. 유치(乳齒)가 나면서 간지러울 때마다 물어뜯은 듯하다. 몸 만한 베개를 “빙수나” 라 부른다. 발음이 편해서일지 의미가 있던 건지 기억할 수 없다. 찢긴 모서리 천을 엄마가 여러 번 덧대 색깔이 알록달록하다. 솜은 푹 꺼져있다. 자주 눌러앉아 가지고 놀아서일 테다. 다른 이유일 수도 있고.


눈을 감고 눕는다. 혼자인데도 이불은 꼭 머리끝까지 덮는다. 이불속 세상은 햇빛이 차단되어 어둡고, 미세하게 붉고 많이 갑갑하다. 이어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주먹만 한 숨구멍을 머리 위에 만들어 놓는다.

 

베개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속옷 살짝 벗는다. 허벅지 사이로 손을 넣어 몽그작 몽그작 쥐었다 폈다 반복한다. 언제고 따뜻한 곳이다. 초여름이 추울 리 없지만 적절한 온도와 딱 맞는 손재간이 여간 간지럽고 찌릿한 게 아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뭉툭한 빙수나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다가 입술에 가져다 댄다. 입 주위를 간지럽히다가 금세 허벅지 사이 살짝 부푼 클리토리스로 가져다 비빈다. 손가락과는 또 다르다. 몸이 잔뜩 꼬인다. 발바닥이 간질거린다.

.

.

.

문 잠그는 습관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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