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보고 나왔는데, 작가의 장인 정신에 압도당했다.
디올 패션 전시 이후, 화려한 의상이 공간을 압도하던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았다.
금기숙 작가의 작품을 SNS에서 먼저 작품을 봤을 땐 그냥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안국역을 나와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그곳에 펼쳐진 건 '패션'이 아닌 또 하나의 조형 세계였음을 알게 됐다.
작품 수는 많지 않다. 오히려 소박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한 점 한 점이 전부 수작업이라는 걸 아는 순간, 밀도가 달라진다.
철사와 구슬, 선과 매듭이 만들어내는 구조가 빛과 그림자를 타고 공간까지 번져나간다. 벽 앞에 서 있는데 작품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었다.
오래 마음에 남은 건 작가 인터뷰 영상 속 한 장면이었다. 앙상한 나무에 걸린 드레스. 인공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자연 속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 리본이 바람에 흩날리듯 매달린 그 장면에서 예술은 결국 자연에서 출발한다는 걸 조용히 실감했다.
AI가 깊숙이 들어온 지금, '창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그런데 이 전시 앞에서는 답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 손으로 쌓은 감각과 물성의 경험. 그건 아직 인간만의 영역이었다.
화려함에 압도되고, 집요한 수작업에 감탄하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보시길.
전시는 3월 22일까지 연장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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