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임을
EP6
너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임을
나는 살면서 이 나라 참 살기 좋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특히 나와 비슷한 또래일수록 욕을 하면 더했지, 이 나라에 대한 칭찬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내가 살아온 세대는 문제의 탓을 본인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부조리한 임금 구조, 부족한 일자리, 무기력한 삶의 원인을 우리는 자신에게서 찾으려 했다(그래서 나도 이곳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이 사회도 마찬가지로 '노력'하지 않는 우리에게로 문제의 화살을 돌려 우리의 자학을 부추겼다. 우리에게 '열심히'는 불행하게 살지 않으려면 취해야 하는 최소한의 태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모두 열심히 산다.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정말 인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기에 우리는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너의 입 밖으로 흘러나왔을 때, 나는 씁쓸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투표를 하고 안 하고도 개인의 선택이라며, 그냥 내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된다는 너의 말은 곧 이 땅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너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곳이 우리가 살아가기에 썩 좋은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러나 어쩌면 더 나아질지도 모르는 선택을 너는 포기했다. (일단은)이 땅에서 살아갈 생각으로 더 나아질 내일을 바라던 나에겐 조금 절망스러운 대답이었다. 어쩌면 내겐 작은 희망일지도 모르는 너의 그 권리가 휴지조각과 다름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허탈하기도 했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정치나 선거, 투표 따위가 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그래서 나의 투표권을 소홀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너와 비슷했던 것 같다. 내가 열심히 하면, 내가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이 될 거란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나 같은 작은 개인이 세상을 바꿀만한 힘은 없다고 믿었기에, 내게 주어진 이 시스템에 잘 맞춰 맞물려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린 지난 1-2년간의 격동의 시기 속에서 무관심이 낳는 결과가 어떠한지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어떤 특정 권력층이 아닌 개개인의 목소리가 이 곳을 바꿀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그때 희망을 본 것 같다. 나같이 작은 존재의 목소리로도 어쩌면 이 곳을 바꿀 수도 있을 거란 희망을. 그래서 믿어 보기로 했던 것 같다.
내게 생긴 믿음을 네게 강요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이거 하나만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네게 쥐어진 그 권리는 결코 너의 것만이 아니다. 우리의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네가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결국 나의 희망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나의 이 작은 희망을 위해서라도 나는 네가 '우리'의 권리를 행사해줬으면 하고 바란다.
6.13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잘 모른다고, 관심이 없다고 지나치지만 마시고 무효표를 내더라도 투표에는 꼭 참여해주세요. 2-30대의 투표율은 후보들에게 있어서 분명 2-30대 젊은이들을 위한 공약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희망을 위해 소중한 한표 행사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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