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던 목표 달성
드디어 일반기계기사를 땄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서 합격까지는 반년 조금 넘게 걸렸다. 말로만 일반기계기사를 취득해야겠다고 했었는데, 실천으로 옮기고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게 되어 정말 뿌듯했다. 대학을 졸업한지 어느덧 4년이 지났고, 직장인으로서 뒤늦게 기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면서 몇가지 깨달은 점과 합격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시작이 반이다.
쉬운 것도 거저 되는 일은 없다.
돈이 최고다.
나처럼 의지박약인 사람에게는 시작이 가장 어렵다. 일반기계기사를 취득해야겠다고 마음 먹은지가 몇 년 전인지 모르겠다. 대학 4학년 때 주변 동기, 선배들이 자격증을 딸 때에 나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아마도 입사 이후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니 4년은 된 것 같다. 입으로만 기계기사를 취득해야겠다고 떠들고 다녔고, 공부를 시작해도 한 달을 채 못 가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 나이 서른이 되었다. 서른을 먹고도 목표를 미루는 내가 싫어서 1회차 필기 시험을 신청했다. 일반기계기사 합격이라는 목표에서 필기시험 응시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쉬운 목표로 낮췄다. 그렇게 시험을 보고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그러니 일단 시험 신청부터 하자.
많은 사람들이 국가자격증을 무시하곤 한다. 나에게 일반기계기사도 그랬다. '이거 기계쪽 전공한 사람들이면 개나소나 따는 자격증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이 자격증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깨달았다. 아무리 개나소나 다 따는 자격증이어도 시간, 노력, 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자격증을 딸 수 없다. 아무리 쉬운 일도 시간, 노력, 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금보다 소중하다. 1차 실기를 독학해서 합격하려 했으나, 합격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조사하고 수많은 정보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의지박약으로 공부를 게을리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학원'이었다. 덕분에 효율적으로 공부해서 시간을 아꼈고, 의지와 상관 없는 환경을 구축하여 강제로 공부했다.
나는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을 전공했다. 그렇지만 대학생 때 공부한 것이 기억이 날 리 없었다. (그 때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나름 공대 나왔다고 공부하다 보면 예전에 공부했던 기억이 났다.
교재는 그 유명한 위을복의 책을 사용했다. 2019년 판을 구매해놓고 올해 합격했으니 굳이 최신판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과목별 이론파트 1회 읽어봤지만 머리에 남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과목별로 뒤에 붙어있는 핵심예상문제를 앞에서부터 풀어나갔는데, 정말 비효율적이었다. 재료역학, 유체역학, 열역학 조금 풀다가 때려쳤다. 이대로 하다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2018년 기출문제 3회치 2번 정도 반복해서 봤다. 문제를 푼다기 보다는 외운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하여 3회치 정도는 외운다고 생각하고 공부했다. 1, 2, 3과목은 이정도만 풀어도 얼추 자주 나오는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중요한 공식들을 외울 수 있었다. 그런데 4, 5과목은 약간 답이 없었다. 얘네는 진짜 그냥 외웠다.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에서는 유압기기, 기계제작법, 기계재료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기 때문에 정말 생판 모르는 내용들이었다. 그나마 다행히 동역학은 예전에 봤던 기억이 났다.
나의 목표는 필기 합격이기 때문에 깊게 공부할 이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 결과 1과목 65점, 2과목 80점, 3과목 55점, 4과목 40점, 5과목 65점으로 평균 61점으로 겨우 합격했다. (4과목 진짜 열심히 찍었는데 겨우 과락 면했음..) 운이 좋았다. 시험에 아무리 운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해도 내 스스로는 공부를 너무 안 했다고 생각한다. 못해도 3개년 정도 풀어 보시면 충분히 필기를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기시험은 1회차에서 탈락했다. 아니 포기했다. 작업형 시험 가서 5시간 내내 3D 모델링만 하고 2D도면은 그릴 줄도 모르는 채로 시험을 봐서 모델링 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시험 종료 10분 정도를 남겨놓고 기권하고 나왔다.
책은 아래의 책을 사용했다. 얘도 2020년 책을 사용했다. 교보문고에서 철지난 수험서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기 때문이다. 책은 그냥 그렇다. 딱 자격증 용 서적느낌. 이론파트는 약간 부족하고 문제 위주인 딱 수험서적이다. 참고만 하시길..
이번에는 2019년 3회치, 2018년 2회치 총 5회치를 풀고 시험을 봤다. 필답형 시험도 필기시험과 마찬가지로 기출문제 위주로 푸는 것이 좋다. 개념부분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그러나 재료역학을 조금 열심히 공부했다면 꽤나 수월할 것이다.
아래 유튜브의 필답형 강의를 참고하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공식 암기를 하는 방법이 아닌 공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명해주는데 회전력, 회전을 발생시키는 힘을 통해 문제를 이해하고 푸는 법을 알게 되었다. 두 세문제 정도 손 못대고 나머지를 다 풀고 나왔다. 강력히 추천한다.
(2회차 시험때 이 유튜브를 참고했는데 1회차와 시험 성적이 동일한 것은 비밀..ㅎ)
Auto CAD + Inventor 조합으로 시험을 봤다. 학교 다닐 때에는 CATIA만 배웠는데, 두 프로그램은 배우기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 언젠간 써먹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기로 했다.
작업형은 일반기계기사의 꽃이다. 가장 중요하다. 도면 투상, 3D 모델링, 2D 및 3D 도면 작성의 순서로 이루어지는데 2D 도면이 정말 어렵다.
KS 규격을 적재적소에 적용하고 표면거칠기, 기하공차, 끼워맞춤 공차 등 기계제도를 배우지 않았다면 2D 도면 작성을 독학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돈이 최고다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 없는 직장인이라면 돈으로 시간과 효율성을 사야 한다.
1차시험에는 GG를 치고 2차시험에는 학원을 간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서울 노량진에 있는 덕성기술학원으로 갔다. 학원에서는 정말 속성으로 투상법, 2D와 3D 제도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덕분에 1차에는 기권을 했지만 2회차에서는 40점이라는 나름 고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8개 정도의 도면을 그려보고 추가적으로 몇 개 정도는 투상연습을 하고 시험을 보러 갔다.
자격증 취득이 목표라면 그에 맞게 공부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격증 취득 겸 전공지식 리마인드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는데, 둘 중 어느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니 자격증 취득이 급하다면 자격증 취득에 맞게 공부해야한다. 100점이 목표가 아니라 60점만 넘기자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내 업무에서 전공지식이 쓰일 일이 없으니 일단 이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그리고 목표 달성은 언제나 기쁘다!